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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동주민센터 공간 개선 과정에 참여한 이재희 주민자치회 위원이 나무벽으로 시선의 안정감을 높인 민원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마장동주민센터의 대변신 이면에는 주민들의 참여가 숨어 있다.
마장동에서 16년 동안 살고 있는 주민자치회 이재희(45)위원은 동주민센터 탈바꿈의 숨은 주역 중 한명이다. 이 위원은 마장동주민센터 공간 개선 사업에 적극 참여해, 주민들이 그곳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변화를 이끌었다.
“지난해에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 공간 개선 사업 홍보 동영상을 열번도 더 봤어요. 동주민센터 공간 재설계 사업 설명회와 주민회의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는데요, 성동구와 건축가가 주민 의견을 적극 들으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고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이위원의 아이디어가 그대로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가 기존의 민원창구대를 주민이 편안하도록 바꾼 것이다. 옆으로 길기만 했던 기존의 민원창구대에 창틀 모양의 가벽을 설치해 주민이 동 직원과 안정감을 느끼며 업무를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민원 업무를 보러 온 어르신은 기다리는 동안 건너편에 앉아 있는 직원들과 수차례 눈이 마주쳐 어색해했습니다. 민원대에 가벽을 만드니 쓸데없이 시선이 마주치는 일이 줄어들어 괜한 불편함이 적어졌어요.”
일주일에 두번 마장동주민센터에서 열리는 어린이 발레교실은 인기 있는 주민자치 프로그램이다.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와 아이의 동생은 발레교실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한 시간 동안 있을 만한 공간이 마땅히 없었다. 여기서 또 이위원의 아이디어가 빛났다.
“동주민센터 1층 현관 안쪽에 긴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북카페 같은 쉼터로 꾸미고, 그 안쪽으로는 놀이방을 만들었어요. 엄마는 쉼터에서 편히 쉴 수 있고 같이 온 아이는 놀이를 하며 즐겁게 기다릴 수 있게 되었어요.”
정보에 목마른 주민들을 위해서는 데스크 위에 리플릿을 가득 두었다. 이것도 주민 제안의 결과다. 출입문 앞에는 계단만 있었는데, 계단 옆으로 완만한 비탈길을 만들어 장애인을 비롯해 유모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도 쉽게 동주민센터를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모두 주민들의 의견에서 비롯된 변화다.
공간 개선 사업 초기에는 공동체 회복 등 ‘찾동’의 의미가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단순 리모델링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공간 개선 작업이 끝난 뒤 주민들의 호응이 늘고 있다. 뚜렷한 목적 없이 오며가며 동주민센터에 들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지나가다 물을 마시기 위해, 잠시 쉬러, 화장실에 가려고… 등 찾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만나면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에 못 보던 풍경이지요(웃음).” 주민들이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공간이 ‘건강이음터’라고 한다. 요즘 다들 건강에 관심이 많아져서, 불안한 마음이 들거나 할 때면 어르신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많이 들러서 간단한 건강 점검을 하고 간다. 그런데 이 위원은 동주민센터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한다. “1층의 1/3을 주민 공유 공간으로 내줘 직원들의 업무 공간이 좁아졌고, 행정팀이 3층으로 이동해 소통하려면 오르내려야 해요.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주민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하루에 3~4시간을 동주민센터에서 보낸다는 그는 “남편이 먼저 마을활동을 왜 하는지 물어봐 ‘재밌어서’라고 했더니 ‘그럼 괜찮다’고 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는 가끔 공방으로 친구를 데려와 재봉틀을 권하기도 해요”라며 웃는다. 이 위원이 동주민센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재능기부 활동에서 비롯됐다. 2008년부터 마장초등학교에서 재능기부로 3년 동안 학부모들에게 퀼트를 가르쳤다. 그러다 학교에 아이들이 늘면서 공간이 없어 더 이상 수업을 할 수 없었다. 그는 동주민센터에 가서 퀼트 교실을 개설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직업 강사로 보였는지 거절당했다. 2013년 마장동주민센터 앞에 주민자치위원회의 북카페가 생기는 걸 보면서 동네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위원은 당시 권창석(현 성동구청 자치행정과정) 동장을 찾아가, 동네에 이런 카페를 만든 까닭과 쓰임새에 대해 동장의 의견을 물었다. 동장은 그의 이런 작은 관심에도 반가워했다. 내친김에 3년 동안 퀼트교실을 운영했던 경험과 주민들도 이 수업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동장의 반응은 뜻밖이었어요. ‘마을 일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마을 일을 해야 한다’면서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저를 추천했어요. 그렇게 저는 주민자치회가 무엇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위원 활동을 시작했지요.” 주민자치회의 위원 6명은 북카페 운영을 위해 바리스타 교육도 받았다. 카페는 1년 만에 자리를 잡았다. 2014년에는 성동구의 ‘주민자치 특성화’ 공모사업에 이 위원은 바느질공방을 응모했다. 그는 구의 예산 지원으로 마장동주민센터 4층에 퀼트공방을 열었고, 3년째 이어가고 있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공간 개선 사업 초기에는 공동체 회복 등 ‘찾동’의 의미가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단순 리모델링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공간 개선 작업이 끝난 뒤 주민들의 호응이 늘고 있다. 뚜렷한 목적 없이 오며가며 동주민센터에 들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지나가다 물을 마시기 위해, 잠시 쉬러, 화장실에 가려고… 등 찾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만나면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에 못 보던 풍경이지요(웃음).” 주민들이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공간이 ‘건강이음터’라고 한다. 요즘 다들 건강에 관심이 많아져서, 불안한 마음이 들거나 할 때면 어르신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많이 들러서 간단한 건강 점검을 하고 간다. 그런데 이 위원은 동주민센터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한다. “1층의 1/3을 주민 공유 공간으로 내줘 직원들의 업무 공간이 좁아졌고, 행정팀이 3층으로 이동해 소통하려면 오르내려야 해요.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주민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하루에 3~4시간을 동주민센터에서 보낸다는 그는 “남편이 먼저 마을활동을 왜 하는지 물어봐 ‘재밌어서’라고 했더니 ‘그럼 괜찮다’고 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는 가끔 공방으로 친구를 데려와 재봉틀을 권하기도 해요”라며 웃는다. 이 위원이 동주민센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재능기부 활동에서 비롯됐다. 2008년부터 마장초등학교에서 재능기부로 3년 동안 학부모들에게 퀼트를 가르쳤다. 그러다 학교에 아이들이 늘면서 공간이 없어 더 이상 수업을 할 수 없었다. 그는 동주민센터에 가서 퀼트 교실을 개설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직업 강사로 보였는지 거절당했다. 2013년 마장동주민센터 앞에 주민자치위원회의 북카페가 생기는 걸 보면서 동네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위원은 당시 권창석(현 성동구청 자치행정과정) 동장을 찾아가, 동네에 이런 카페를 만든 까닭과 쓰임새에 대해 동장의 의견을 물었다. 동장은 그의 이런 작은 관심에도 반가워했다. 내친김에 3년 동안 퀼트교실을 운영했던 경험과 주민들도 이 수업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동장의 반응은 뜻밖이었어요. ‘마을 일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마을 일을 해야 한다’면서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저를 추천했어요. 그렇게 저는 주민자치회가 무엇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위원 활동을 시작했지요.” 주민자치회의 위원 6명은 북카페 운영을 위해 바리스타 교육도 받았다. 카페는 1년 만에 자리를 잡았다. 2014년에는 성동구의 ‘주민자치 특성화’ 공모사업에 이 위원은 바느질공방을 응모했다. 그는 구의 예산 지원으로 마장동주민센터 4층에 퀼트공방을 열었고, 3년째 이어가고 있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