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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이 ‘지역 혁신’의 주인공으로…4년간 10만 명 참여

‘마을공동체 만들기’위한 ‘마을계획’ 사업의 오늘과 내일

등록 : 2016-07-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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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창2동 분수공원에서 열린 마을총회에서 마을 의제의 순위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마치고, 개표를 하고 있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세계적인 필름회사 코닥의 부진으로 동반 쇠락의 길을 걸었던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시. 1994년 로체스터의 윌리엄 존슨 시장은 ‘NBN’(Neighbors Building Neighborhoods)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주민이 지역을 만든다’는 의미의 이 사업은 주민을 지역 발전의 주체로 나서게 하려는 구상이었다. 시는 10개의 시민자치 특별구역을 지정해 재정비 사업을 주민 스스로 계획하고 설계하도록 했고,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이 지역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지역개발 계획의 75% 이상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로체스터의 ‘실험’은 도시 발전을 행정 주도형에서 주민 중심형으로 바꾼 대표 사례다. 이제는 시장직에서 물러난 존슨은 지난해 11월 서울 금천구의 초청으로 국제마을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강연을 한 존슨 전 시장은 “MBN은 지역사회의 개혁이다. 시민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의 이슈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고, 실제로 지역사회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이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의 이슈와 문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이 주도하는 지역사회 개발 모델은, 서울에선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손꼽힌다. 서울시는 2012년 3월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를 만들었고, 9월에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본계획이 제시한 3대 과제가 △마을 사람 키우기 △마을살이 함께하기 △새로운 민관 협력 만들기다.

시는 마을활동가 육성을 위해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안에 마을 아카데미를 설치하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이론 교육과 현장 체험을 진행했다. 공공시설의 유휴 공간을 개방해 마을 주민에게 제공하고, 주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민관 협력 관계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아울러 3인 이상의 주민이 함께하면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마을 만들기’ 공모 사업 등을 벌였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진전한 것이 ‘동 단위 마을계획 사업’(마을계획 사업)이다. 지난해 시범 사업부터 시작된 마을계획 사업은 100명 이상의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계획단을 중심으로 개선이 필요한 마을의 의제를 발굴하고, 그 실행까지 책임지는 것이 전체의 얼개다. 그 이전과 비교하면 주민의 참여 폭이 훨씬 넓어졌고, 의제의 공공성도 높아졌다.

사업의 구조가 이렇게 짜이니, 자연스럽게 무게중심은 마을계획단으로 쏠리게 됐다. 마을계획단은 마을 활동의 경험이 없는 주민들과 기존의 직능·시민 단체가 결합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서울시는 마을계획단의 역량 강화에 보탬이 되도록 마을전문가 2명, 전문촉진자 1명으로 전문가 3명을 지원했다. 마을전문가는 마을활동가를 발굴해 마을계획단을 구성한 뒤 교육과 의제 발굴부터 마을총회에 이르기까지 마을계획 사업의 업무를 거의 다 담당한다. 전문촉진자는 비상근으로, 사업에서 생기는 갈등을 조정하고 업무를 지원한다.

마을계획 시범사업에는 지난해 7월부터 4개 자치구 14개 동이 참여했고, 올 6월까지 모두 291개의 마을 의제를 발굴했다. 7월부터는 14개 자치구 35개 동으로 확대된 2단계 사업이 2017년 1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추진지원단’의 선기영 마을계획팀장은 “마을계획 사업은 마을공동체 복원을 위한 동 단위 의제의 규모와 내용 면에서 공공성을 확보해 가는 과정”이라며 “도시 재생 등 서울시의 지역단위 사업을 마을계획단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은 지역의 변화에 주민을 주도적으로 참여시켰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마을계획 연구결과 공유회’의 자료를 보면, 2012~2015년 4년 동안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에 10만9102명의 주민이 참여했고, 3602개의 주민모임이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김수경 소통과연구실장은 “지난 4년 동안 많은 주민이 시정과 지역사회의 혁신 주체로, 자기 삶과 공동체 의제를 스스로 발굴하고 해소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조급한 성과주의는 여전히 문제”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마을활동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민 스스로가 문제를 심화시키고 실천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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