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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체계, 방역 활동 등 상세히 기록
개선점과 함께 제도 보완 등도 건의
“시행착오 답습 않고 불합리 고치려”
금천·관악·노원·도봉 등도 발간 계획
서울 자치구의 첫 코로나19 대응 백서가 나온다. 광진구는 <광진구 코로나19 백서-300일의 기록>을 오는 30일 내놓는다. 300일 동안의 대응과정이 A4 용지 250여 쪽에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담겨 있다. 여전히 진행형인 코로나19와 앞으로 있을 유사 감염병 사태에 좀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개선 방안도 실었다.
지난 4월 광진구가 백서 발간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상황이 진정될 즈음인 두 달 안에 백서를 내놓을 거로 내다봤다. 구는 계획 발표 뒤 백서추진단을 꾸려 부서별·사업별 자료 모으기에 나섰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등 시시각각 상황이 변해 추진이 어려워졌다.
광진구는 전국 최초로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방문검진을 했다. 3월 보건소 의료진이 세종대 기숙사로 찾아가 2차 검진을 하고 있다.
10월 들어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올 안에 발간하기로 정했다. 300일 넘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쌓은 경험을 기록하고, 시행착오를 개선해 앞으로 방역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백서를 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총괄 부서인 도시안전과는 현재 방역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부서별·사업별 자료를 그대로 받아 백서 형식에 맞춰 정리했다. 코로나19 개요부터 시작해 대응 과정과 체계, 방역 활동, 어려움을 겪는 경제적 위기 계층을 위한 지원 등을 차례로 기록했다. 광진구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된 1월28일부터 10월31일까지 활동은 시간대별 대응일지 형태로 정리했다. 대응 현장에 참여한 공무원, 경찰서와 지구대 경찰관, 소방사 등의 수기 10편도 담았다. 조양자 도시안전과 과장은 “감염병 대응이 전시 상황과 같이 워낙 바쁘다 보니 겪은 시행착오를 답습하지 않고 불합리한 것을 개선하는 등 방역 업무의 교과서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광진구의 선제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기록했다. 구는 자치구 가운데 인구 대비 확진자 수가 가장 적었던 요인으로 선제 대응을 꼽는다. 유학생 대응 전담팀을 꾸려 대학교와 공동대응 체계를 마련했고, 2월 초부터 종교시설에 마스크를 지원했다. 대구 신천지 교인들의 밀집 예배로 인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한발 빠른 대응조처였다. 지역의 전체 엘리베이터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6차례에 걸쳐 보충해왔다. 다중이용시설용 수기 명부 3만 부를 직접 만들어 약 7천 곳에 나눠줬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도 상황에 따라 강화한 광진형 방역 기준을 적용해 대응해왔다.
4월 광진구청에 마련된 광진형 소상공인 지원센터에서 주민들이 긴급 융자지원사업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백서는 개선점도 짚었다. 몇 개 부서에 방역 업무가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분담하고, 민관 협치의 방역 활동과 극복 체계를 평소에 갖춰야 할 필요성을 정리해놓았다. 선별진료소 설치 때 초기부터 적정 수용인원과 동선 등을 고려해 행정력 낭비가 없도록 하고, 방역물품 배부 계획 공유와 적재적소 배부를 위한 부서 간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각종 지원금 접수처를 한곳으로 모아 주민들이 원스톱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필요성도 살폈다.
제도 보완에 대한 건의도 담았다. 광진구가 내린 병원 고발 조치가 불기소 처분된 사례가 있었다. 감염병예방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일시 폐쇄 조치나 입원 또는 격리 조치에 따르지 않거나 조치를 위반한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둔다. 하지만 조치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검사 대상자를 감시해야 할 시설 책임자가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에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신속하고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해 감염병 예방의 공백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광진구는 백서를 1천 부 찍어 서울시와 자치구, 유관기관과 전국 지자체에 보낸다. 전자책으로 만들어 구청 누리집에도 올릴 계획이다. 김선갑 구청장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주신 구민들에게 감사하며 침체한 지역상권 살리기에 온 힘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원·금천·관악구도 코로나19 대응 백서를 낼 계획이다. 도봉구는 최근 백서 발간 대열에 합류했다. 발간 시기는 유동적이다. 사태가 마무리될 즈음이거나 내년 2~3월쯤으로 잡은 곳도 있다. 백서의 전체 틀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자치구마다 지역 특성에 따른 위기 상황 극복을 담는다. 도봉구는 성심데이케어센터, 예마루데이케어센터, 다나병원 등 집단감염 사건을 중심으로 민관 협력 방역으로 확산을 막아낸 점을 중점적으로 기록한다. 금천구는 구에서 가장 위급한 순간이었던 마을버스 운전자 확진, 가산동 콜센터 확진자 발생에 대한 대응 등을 다룰 예정이다.
3월 광진구 직원들이 동서울터미널 하차장에서 승객들을 대상으로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