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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자원봉사센터 누리집으로 봉사활동 지도 제작을 신청한 30여 명의 학생들이 지난 5월 은평직업재활센터 앞에서 지도를 만들고 있다. 은평구 제공
은평구에 ‘특별한 지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집수리와 아이 돌보기, 레크리에이션 등 지역의 다양한 봉사활동을 소개한 지도다. 봉사활동 정보가 부족하고 선택의 폭이 좁아 시간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청소년들은 ‘특별한 지도’ 덕분에 흥미와 재능을 고려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 볼 수 있게 됐다.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는 도로변 전봇대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떼는 봉사활동은 위험하기도 했지만, 보람도 느끼기 어려웠어요.” 서울 충암고 3학년 조현준(18) 군은 지난해 4월 은평구 아이디어 공모전에 ‘청소년 스스로 만드는 봉사활동 지도’를 제안했다. 조 군은 중학생 때 봉사활동 8시간을 채우려 어쩔 수 없이 ‘전단지 떼기’를 했는데, 그 경험이 이 정책을 제안한 배경이 되었다. 당연히 탈락할 것이란 조군의 예상과 다르게 은평구는 조군의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했고, ‘봉사활동 지도’ 제안을 채택해 2016년 은평구 사업으로 확정했다.
“장애인용 영화 제작을 하는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배냇저고리를 만들어 기부하는 ‘엄마품속의천사’, 어르신의 말벗이 되는 ‘불광데이케어센터’ 등 정말 많은 곳을 방문했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알게 됐어요.” 지난 5월 한 달 동안 조군은 자신이 낸 정책이 어떻게 실행되는지 30여 명의 학생과 함께 관내 복지관과 시민단체, 사회적기업 등을 돌며 확인했다. 지리정보시스템 진로에 관심 많았던 같은 학교 정기수(18) 군과 박우민(18) 군도 봉사활동 지도 제작에 힘을 보탰다. 학생들이 만든 봉사활동 지도는 7월 내에 은평구자원봉사센터 누리집(www.epvol.kr)에 공개되고, 8월에는 관내 학교 등에 홍보물로 배포될 예정이다.
은평구는 2012년부터 ‘구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다. 2012년 149건으로 시작된 구민 아이디어는 현재까지 총 379건이 접수됐고, 그 가운데 28건이 채택됐다. 사업 추진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사업은 해마다 상반기와 하반기의 추진 상황을 보고하도록 해, 버려지는 아이디어가 없도록 했다. 은평구는 올해부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공모전은 물론 서울혁신파크에 직원까지 파견했다. 박재영 은평구 주무관은 “저는 서울혁신파크에 있는 사람들에게 은평구를 알리고, 혁신기술을 먼저 도입할 수 있도록 동정을 살피는 것”이라며 자기가 하는 일을 소개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을 찾아가고 있는 학생들 모습. 은평구 제공
지하철 홍대입구역에 압전소자(압력을 주면 전압이 변하고, 전압에 따라 팽창되거나 수축되는 성질을 가진 소자)를 설치해 전기를 만들어 지하철 역사 조명 등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홍익대 학생 성민주 씨가 제안했다. 발전 효율이 낮아 아직 실행되지 못했지만, 참신성을 높게 평가한 마포구는 장려상을 주었다. 마포구는 대학생이 많은 관내 특성을 활용한 ‘대학생 창의 공모전’을 2010년부터 벌여왔다. 또한 쟁점이 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한 ‘테마 제안’도 운영하고 있다.
구청 건물의 커다란 전광판을 활용해 축하와 감사, 프러포즈 등을 전하는 용산구의 ‘마음을 전하는 전광판’, 다양한 경험을 가진 주민이 멘토로 나서서 재능을 기부하는 영등포구의 ‘우리마을 재능공유 촌장님’,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과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물함 번호를 크게 만든 금천구의 ‘도서관 사물함 개선’ 등 모두가 구민이 낸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한 것이다.
구민 아이디어 제안은 은평구와 마포구뿐 아니라 서울시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하고 있다. 서울시와 다른 점은 대상이 지역 주민에 한정된 것이다. 은평구의 봉사활동 지도가 노원구 청소년에게 필요 없는 까닭은, 자치구의 정책이 지역에 한정되고 조금 더 지역 특성에 맞춘 생활밀착형 정책이기 때문이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