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이 간다

청년에게 창업 기회를, 지역경제에는 활력을

이해식 강동구청장 “청년들의 자립 지원과 지역 재생 한 묶음”

등록 : 2016-08-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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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식 강동구청장은 도시재생이 기존 주민들을 내모는 정책이 아니라 함께 사는 정책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9일 오후 엔젤공방 1호점 코이로에서 이 구청장이 공방의 청년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강동구는 2016년 전국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사회적경제 분야 우수상을 받았다. ‘엔젤존’과 ‘엔젤숍’, ‘엔젤공방’거리 등 청년 창업과 학습커뮤니티 활성화를 돕는 정책이 높은 점수를 받은 덕이다.

1994년 구의원으로 지방정치에 발을 디딘 이해식(52) 강동구청장은 2008년 보궐선거로 강동구청장에 선출된 뒤 내리 3연임에 성공했다. 이 구청장은 재직 기간을 2년여 남겨두고 있지만 ‘살기 좋은 강동구’를 만들기 위한 행보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 구청장이 이끄는 강동구 정책의 특징은 ‘살기 좋은 강동’을 목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진행된다는 데 있다. 친환경 급식 사업은 도시농업의 발전을 이끌며 공동체 부활과 생활환경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다. 청춘마켓, 강동프랜차이즈, 엔젤공방거리 등 청년을 위한 사업도 청년 취·창업 지원을 넘어 도시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지난 7월14일 문을 연 엔젤공방 1호점 코이로에서 이 구청장을 만났다.

공방 숫자 늘리기보다 성공 모델이 중요

에스파냐어로 가죽을 뜻하는 ‘코이로(coiro)’ 공방 바로 옆과 맞은편에는 찻집이 즐비하다. 2007년 90여 곳의 찻집이 영업을 하던 거리였다. 오후 늦은 시간인데도 문을 굳게 닫은 찻집들과 달리 공방은 전면을 유리로 만들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공방 주인 홍찬욱(39) 씨와 가죽공예 작업을 하던 청년 3명이 이 구청장을 반갑게 맞았다. “구청장님도 공방에 자주 들러 제품을 사 가세요.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홍 씨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구는 예산이 넉넉지 않아요. 기존 사업과 연계해 청년들에게 취업과 창업의 기회를 제공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엔젤공방입니다. 1차 목표는 창업 공간 확보였습니다. 청년들이 서로 도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게 하려면 집중화할 필요도 있었지요.”


고만고만한 크기의 점포들이 줄지어 서 있는 찻집거리는 초등학교, 어린이도서관과 가까운 탓에 구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불법·탈법 영업 단속과 유흥문화 변화로 하루가 다르게 쇠퇴하는 거리이기도 했다. 엔젤공방은 바로 이 거리를 청년들이 주도하는 공방거리로 만들어 사람이 모이는 청년문화 중심지로 변화시켜가는 도시재생 사업이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건물 매입도 검토했지만 월세로 생활을 꾸려가는 건물주들이 응하지 않았다. 월세를 책임지겠다는 구의 긴 설득 끝에 지난달 엔젤공방 1호점이 문을 열 수 있었다. 이제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다. “1호점이 문을 여니 2호, 3호점 계약은 수월했어요. 청년들로 인해 밝아진 거리를 보며 건물주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엔젤공방 리모델링, 임대보증금, 1년 임대료의 50%와 공방 운영에 필요한 컨설팅과 홍보는 구가 지원한다.

강동구는 청년공방 입주자 선정에 무엇보다 창업 의지와 수익 모델에 중점을 둬 선발했다. 공방의 숫자보다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응은 좋지만 서두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찻집들에도 무작정 폐업을 권하지는 않아요. 그분들도 생계가 있으니 업종 전환에 대해서 차근히 대화를 나누는 중입니다.” 이 구청장이 신중한 이유는 도시재생이 기존 주민들을 내모는 정책이 아니라, 함께 사는 정책이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 때문이다.

엔젤공방거리 조성 사업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든 정책이 아니다. 강동구는 이미 지난 5월 청년 대책을 지원할 ‘청년기본조례’와 ‘청년일자리 창출 촉진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 근거해 명일 전통시장에는 청춘마켓을, 지역 영세 식당을 지원하기 위한 강동프랜차이즈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명일 전통시장 안 5곳에 디자인거리 가게를 새롭게 만들어 청년 상인을 입주시킨 청춘마켓 사업은 청년들의 일자리와 전통시장에 활력을 가져온다는 목표로 기획된 사업이다. “애초 시장 상인들의 제안이 시작이에요. 시장이 쇠퇴하면서 생간 유휴 공간에 청년들을 입주시켜 보자는 거였지요.” 지난 4월 공모로 선발한 청년 6명은 수제 청에이드와 수제 핫도그 등 시장에서 찾기 힘든 먹거리와 수제 액세서리와 소품을 파는 가게를 열었다. “장사가 잘되는 편이에요. 액세서리 가게는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을 넘기는 날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늘자 공동판매장도 열었다. 명일 전통시장의 대표 먹거리인 코다리강정과 도시락, 반찬 세트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명일시장은 시장이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은 활력을 불러와 시장을 살리는, 선순환 구조의 예를 보여 주는 셈이다.

강동프랜차이즈 사업 역시 연초 직원토론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경쟁에서 밀리는 지역 상권에 활력을 가져올 아이디어를 찾고, 지역의 영세 식당을 사회적경제 생태계로 묶어 경쟁력을 갖게 하자는 게 목표였다. “식당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협동조합형 소셜 프랜차이즈를 조성해 보고자 합니다. 소상공인들이 뭉친다면 대기업과 경쟁에서도 지지 않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이 구청장의 청년 정책은 자립을 넘어 지역과의 연대에 무게가 실려 있다. 지역은 청년을 보살피고 청년은 지역의 발전을 이끄는 상생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구청장은 ‘청년들이 구에서 기반을 잡아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이나 경험이 없는 청년들을 지원해 자립을 돕고 그들이 나간 자리에 또 다른 청년이 들어와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가져오겠다는 계획이다.

지역 발전 위해 자치단체 권한 강화 필요

이 구청장은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5년에 서강대 총학생회장이었다. 이 구청장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던 젊은 날의 약속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다. “청년 세대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청년들도 어려운 여건을 돌파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낙담하기보다 정면으로 맞서며 이겨냅시다.” 이 구청장이 이 시대 청년들에게 전하는 격려이자 언약이다.

구의원으로 시작해 구청장 3연임에 성공한 이 구청장은 현 지방자치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1987년 9차 개정헌법에서 제정한 지방자치 관련 117, 118조 조항을 보면 ‘단체’라는 표현을 씁니다. 자치권이 헌법에서부터 지방‘정부’가 아닌 단체로 제한당하다 보니 지역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이 구청장은 자치단체장 역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체장의 권한 확대가 자치 수준을 끌어올리는힘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강동구는 눈에 띄는 큰 개발 사업도 앞두고 있다. 문화, 쇼핑, 체험 공간인 유통상업존, 비즈니스 연구개발지역(R&D 존) 등이 들어설 고덕상업업무 복합단지에는 2018년 세계적인 가구기업 이케아도 문을 연다. 상일동 일대에는 2017년 엔지니어링 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엔지니어링 관련 중소기업 200여 개가 입주하면 인근 삼성엔지니어링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하철 5, 8, 9호선 연장 공사도 곧 시작한다. 강동구를 ‘살기 좋은 구’라고 말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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