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캠프’에서 본 성공 스타트업

‘가족 같은 따뜻함’으로 스타트업의 절친 되다

‘디캠프’에서 본 성공스타트업 ⑫ 디캠프의 ‘성공 요인’

등록 : 2022-12-01 17:13 수정 : 2022-12-0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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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2일 마포구 공덕동 프론트원에 스타트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입주생활을 하고 있거나 졸업한 이들이다. 대표들은 디캠프의 ‘가족 같은 배려’와 ‘지속적 소통’이 스타트업이 기반을 잡고 성장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왼쪽부터 벤 아사프와 김나율 ‘클리카’ 공동대표, 장승래 ‘디버’ 대표, 윤지현 ‘소보로’ 대표.
스타트업 성공 위한 지원 활동 10년

‘가장 투자받고 싶어하는 곳’ 명성 얻어

‘가족 같은 배려’와 ‘지속적인 소통’ 통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전달” 평가


스태프, 전문성 갖추고 실질적 도움 줘

입주 기업들, 졸업 뒤에도 끈끈한 관계

‘국내 최대 규모와 독립성’이 안정 바탕


“성공 향한 긴 여정 함께할 것” 믿음 줘

‘성공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디캠프의 ‘성공요인’은 뭘까?

지난 1월 시작한 ‘디캠프에서 본 성공 스타트업’ 연재를 진행하면서 든 생각이다. 연재는 디캠프가 어떻게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끄는지 살피고, 이를 스타트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에 따라 그동안 △데모데이인 ‘디데이’를 통한 스타트업 발굴 △교육 프로그램인 ‘오피스아워’나 ‘살롱’을 통한 성장 지원 △입주 스타트업에 대한 다양한 복지 시행 △스타트업을 위한 맞춤형 심리상담 △스타트업 세계 진출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확대·강화 △디데이에 출전했거나 입주한 기업을 위주로 한 최대 3억원의 직접 투자 등을 살펴봤다.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디캠프가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들이 가장 입주하기를 바라는 곳이자 투자받고 싶어하는 곳’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19개 금융기관이 출자해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를 설립한 것이 2012년, 활동 기간이 10년밖에 안 되는 디캠프가 이런 긍정적 평가를 받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스타트업으로 치면 성공한 스타트업인 셈이다. 연재를 마감하면서 디캠프 입주생활을 ‘졸업’한 스타트업에 디캠프의 장점을 물어본 이유다.

졸업생들이 꼽은 디캠프가 좋은 이유는 ‘가족 같은 배려’와 ‘지속적 소통’으로 모인다.

‘라스트마일 물류와 디지털 메일룸’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디버’의 장승래 대표는 디캠프를 “친정집 같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엘지유플러스의 사내 벤처로 출발한 디버는 2020년 하반기에서 2021년 하반기까지 1년 동안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프론트원에 입주했다. 프론트원은 2020년 7월부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복합지원 공간이다.

디버가 디캠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디버가 운영하는 ‘디포스트 서비스’를 이 프론트원에 설치하면서다. 디포스트는 건물 내 임직원의 편의를 위해 퀵이나 택배·서류 등의 물품을 대신 수령하고 발송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디버는 창업 이후 수차례 데모데이인 디데이에 출전했지만, 세 차례나 고배를 마셨다. 당시 장 대표는 직원들로부터 “대표가 프레젠테이션을 못해서 떨어졌다”는 핀잔(?)을 받아야 했다고 고백한다. 네 번째 만에 디데이를 통과하고 프론트원에 입주한 장 대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디데이에 도전해 마침내 디캠프 패밀리가 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웃으며 털어놓는다.

1년간의 프론트원 입주 기간 디버는 빠른 성장을 경험했다. ‘진화된 퀵서비스’와 ‘디지털 메일룸’을 제공하는 디버는 프론트원 입주 당시 5억원을 투자받은 상태였고 직원은 15명이었다. 하지만 1년 뒤 프론트원을 떠날 때는 투자금은 20억원으로 4배가 늘었고 직원도 30명으로 두 배가 됐다. 현재는 다시 투자금 유치 45억원에 직원이 70명으로 커진 상태다.

성장의 1차 동력은 특허를 4개나 보유한 디버의 기술력과 단합된 조직문화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가족처럼 열심히 지원하는구나. 진심으로 대하고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디캠프 스태프의 노력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디캠프에서 입주생활을 하고 있거나 졸업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마포구 공덕동 프론트원 1층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장 대표는 특히 디캠프가 전해준 ‘하나의 패밀리라는 느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자산이라고 말한다.

사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자는 성장하는 가운데서도 곳곳에 도사린 위험 탓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 장 대표도 “올해 초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다”고 한다. 장 대표는 “가장 힘든 시기에 도움을 요청한 곳이 디캠프였고 디캠프의 심리상담 지원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며 “힘들 때 떠오르는 가족같은 디캠프는 앞으로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동안 큰 정신적 기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언어를 문자화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청각장애인에게 실시간 자동문자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보로’의 윤지현 대표 또한 2019년 디캠프 선릉센터에 입주했지만 아직 디캠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19억3천만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소보로(소리가 보이는 통로)는 “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분야에서 원톱이 되는 회사를 꿈꾸는” 스타트업이다.

윤 대표는 “선릉센터에 입주해 있을 때 오피스아워나 살롱 등에 열심히 참여했고 해외 스타트업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베트남에도 함께 갔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졸업한지 2년 반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디캠프 스태프분들이 잘 챙겨줘서 언제나 편한 마음으로 디캠프를 찾는다”고 말했다.

2019년 디캠프에 입주했던 ‘어썸레이’의 김세훈 대표는 디캠프의 장점으로 ‘소통’을 꼽았다. 어썸레이는 탄소나노튜브 섬유 소재를 기반으로 공기질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전자기파를 이용한 전기 집진장치’ 등 15개의 특허를 가진 어썸레이는 현재 누적투자금액만 260억원이다. 그중 디캠프로부터는 디캠프의 투자 한도액인 3억원을 투자받았다. 김 대표는 “그러나 디캠프의 투자는 끝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때 ‘진정한 소통’의 가장 큰 의미는 전문성이다. 김 대표는 “벤처캐피털리스트(VC)나 액셀러레이터 중에는 실제 창업한 경험이 없을 확률이 높다”며 반면 “디캠프의 팀장급 스태프는 모두 스타트업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전문성이 ‘스타트업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서포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디버와 어썸레이의 대표가 말한 디캠프 스태프의 가족 같은 분위기, 그리고 전문성은어디서 오는 것일까? 디캠프에 입주했던 한 스타트업 대표는 디캠프의 규모와 운영의 독립성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디캠프는 금융기관이 8450억원을 출연한 국내 최대 민간 스타트업 육성 기관이다. 더욱이 프론트원은 지상 20층에 연면적 3만6259㎡ 규모로 스타트업과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기관이기도 하다. 현재 선릉센터와 공덕동 프론트원에 모두 116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하고 있다.

이런 큰 규모는 스타트업 지원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낳는다. 더욱이 디캠프는 정부 지원 없이 민간자본으로 독자적으로 운영된다. 이런 독립성이 스태프의 지속성을 낳고, 지속성은 전문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온디바이스 초소형 인공지능 플랫폼 ‘클리카’의 김나율 대표는 지난 9월 프론트원에 입주한 새내기다. 그는 인공지능 디바이스를 95%까지 압축하는 원천기술을 가진 이스라엘 출신 남편 벤 아사프와 공동으로 클리카를 설립했다. 이미 프리시드 단계에서 14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인공지능 업계에서 큰 관심을 받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디캠프 입주생활은 제품 개발 등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봐주는 등 효율적”이라며 “그러나 졸업한 선배들의 얘기를 듣다보니 디캠프와의 관계가 입주생활을 마친 뒤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관계임을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새내기 스타트업 클리카도 점점 디캠프 패밀리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디캠프 입주생활을 마친 졸업생 스타트업들이 모두 ‘성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늘도 ‘성공을 향해’ 기운차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기운찬 전진의 밑바탕에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디캠프가 함께해줄 거라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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