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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의 딜레마 다룬 ‘소년이 그랬다’, 10년 만에 다시 무대 올라

소년이 그랬다(~6월13일)

등록 : 2021-05-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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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이가 있다. 촉법소년이다.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했어도 만 10살 이상 14살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는 형사책임능력이 없어 처벌받지 않는다. ‘소년’의 행동으로 사람이 죽었을 때는 어떨까. 지난 21일부터 오는 6월13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 오르는 연극 <소년이 그랬다>는 이 민감한 문제를 다룬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청소년들이 고속도로에서 던진 돌에 트럭 운전자가 숨진 실화를 다룬 <더 스톤스>(The Stones)를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재창작했다. 2011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개소작으로 첫선을 보였으며, 이번에 10주년을 기념해 다시 선보인다.

민재와 상식이 육교 위에서 장난 삼아 던진 돌에 자동차 운전자가 숨진다. 연극은 두 소년의 장난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그들이 책임져야 하는지 묻는다. 모르고 한 행동이니 용서받을 수 있을까.

두 배우가 각각 형사와 소년을 순식간에 오가며 1인 2역을 연기하는 장면은 공연의 백미다. 순식간에 소년이 형사가 되고, 형사가 소년이 된다. 소년에서 형사로 빠른 변신을 돕는 재치 넘치는 의상, 엎치락뒤치락 소년의 심리를 이끌었다가 쫓는 영상과 조명, 소년들만의 비밀을 담아내며 변화하는 놀이터, 공사장, 아지트 등의 무대가 어우러져 긴장감과 속도감을 더한다.

모르고 한 행동이지만 두 소년은 인생 최초의 딜레마 앞에서서 세상의 여러 시선에 직면한다. 소년들의 심리를 촘촘하게 따라가며 예민한 감성을 표현하는 일렉트릭 기타의 라이브 연주는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서정적으로 관객의 귀를 파고든다. 타악이 만들어내는 불규칙한 비트는 불안정한 소년의 심리를 담았다. 누군가는 분명히 피해를 입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남인우 연출은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이라는 계층이 지닌 문제점은 한국 사회의 모든 인간상을 전부 담고 있다. 이 작업안에서 한국 사회에 어떤 의문과 파장을 던질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장소: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 시간: 평일(화 공연 없음)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3시 관람료: 3만원 문의: 1644-2003


홍지형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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