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한국의 미’라는 유전자로 이어지는 국보급 문화재와 현대미술 걸작들

디엔에이(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10월10일)

등록 : 2021-08-2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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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란 무엇일까. 어렴풋한 이미지는 있지만 명료한 답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이 질문에서 출발해 한국의 미를 조명하는 전시 ‘디엔에이(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이 10월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다. 한 전시실에서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드문 전시다.

특히 한국미론을 통해 대표 문화재 10점을 선정하고 전통이 근현대 미술에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도를 했다. 이를테면 고구려 고분벽화와 권진규의 조각상을, 고려청자와 이중섭의 회화를, ‘분청사기 인화문 자라병’과 김환기의 점화를 연결해 서로의 유사성을 찾아 한국미술의 DNA를 탐색해보는 것이다.

전시는 동아시아 미학의 네 가지 핵심어, ‘성(聖)’ ‘아(雅)’ ‘속(俗)’ ‘화(和)’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먼저 종교적 성스러움과 숭고함의 가치를 뜻하는 ‘성’에서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의 미감이 근대 우리 미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본다.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낸 이중섭의 그림 <봄의 아동>에서 고려청자 ‘청자상감 포도동자문 주전자’의 문양을 펼쳐놓은 듯한 구도와 윤곽선을 발견할 수 있다. 맑고 바르며 우아하다는 의미를 가진 ‘아’에서는 순수함이나 무(無)의 조형성을 연결해 백자와 70~80년대 한국의 단색조 추상 열풍으로 이어냈다.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란 뜻의 ‘속’에서는 김홍도의 풍속화와 신윤복의 <미인도>부터 대중을 우선했던 조선 불교회화와 80년대 민중미술까지 이어지는 맥락을 가늠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화를 통한 통일을 의미하는 ‘화’에서는 서구 문명인 텔레비전 수납장 안에 동양사상의 결정체인 불상을 넣은 백남준의 <반야심경>과 통일신라 시대 깨진 불상인 불두(佛頭)에 영감을 받은 김환기 작품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국보와 현대미술이 한자리에서 서로를 마주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의 미가 유구하게 이어져왔음을 보여준다.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라는,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17년 발표한 곡 ‘디엔에이(DNA)’의 한 소절처럼 시대와 장르를 뛰어넘는 디엔에이로 연결되었음을 보여준다.

장소: 중구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시간: 화~일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료: 무료(덕수궁 입장료 별도) 문의: 02-2022-0600


김영민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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