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 속에 성큼 들어온 자전거

자전거 계절 맞아 온통 페달 열풍…‘자출’ 용도 16.5%

등록 : 2016-04-29 10:56 수정 : 2016-04-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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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햇볕이 어느새 따가워진 지난 26일 낮 자전거 동호인들이 양화대교 아래 한강 자전거도로를 함께 달리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자전거의 계절이다.

한강이 자전거 행렬로 붐비고, 남산과 서울 도심에서도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초봄 끝자락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쌀쌀한 바람이 물러난 자리에서 훈훈한 봄바람을 맞으며 온 힘으로 바퀴를 밀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에 열광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전거는 레저, 여행, 가족, 생활, 건강 등 요즘 뜨고 있는 모든 핵심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자전거를 타는 가장 큰 이유는 레저와 여행이다. <자전거여행 바이블>(꿈의지도 펴냄)의 저자인 이준휘 여행작가는 자전거 여행의 특징을 ‘선을 긋는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는 “자전거는 주변의 온도, 냄새, 바람, 대기, 경관을 느끼면서 여행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뜻이다.  


꼭 먼 곳을 향해 떠나야만 여행인 것은 아니다. 한강변이나 서울 시내를 자전거로 돌아보는 짧은 나들이도 멋진 여행이 된다. 더욱이 ‘선을 긋는’ 자전거의 속성상 이 짧은 여행은 서울이 지니고 있는 여러 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건전한 자전거 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시민단체인 ‘자전거21’의 오수보 사무총장은 “서울에는 전통시장도 많고, 한강 주변에 공원이나 역사·문화 유적도 많이 있다”며 “이런 곳은 차보다 자전거로 가야 훨씬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강시민공원 자전거길을 달리다 잠깐 시내로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만날 수 있는 유적들은 많다. 잠실 쪽에 있는 삼전도비, 노들나루공원 근처의 사육신묘, 망원한강공원 근처의 공민왕 사당 등이 대표적이다.  

자전거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탈 때 더욱 재미있다. 이준휘 작가는 “4~5년 전 저희 가족 모두가 자전거로 여행을 할 때만 해도 가족이 함께 자전거를 타는 장면은 낯선 풍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버지와 아들을 비롯해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자전거를 타는 가족들이 늘어나는 것은 가족 구성원들의 자전거 타는 수준이 제각각이더라도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나 거리 등을 가족 전체의 수준을 고려해 다양하게 조정할 수 있으니까.  

동호회 모임에서도 자전거는 부담이 없다. 친구 등이 모여서 함께 탈 때에도 큰돈이 들지 않는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유인호씨는 주말이면 자주 지역 자전거모임의 동료들과 자전거를 탄다. 유씨는 “자전거 라이딩은 서울 외곽으로 나갔다 돌아오더라도 교통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점심값을 포함해 1만~2만원이면 하루 경비로 거뜬하다”고 말했다. 서울은 특히 한강시민공원이나 탄천, 양재천, 안양천, 중랑천 등 각 지천의 자전거길이 잘 정비돼 있어 인천이나 경기도 등지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에도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는 이제 레저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다. 통근·통학용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고, 자전거로 시장을 보는 생활 자전거족도 증가 추세다. 한국교통연구원 신희철 연구위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자전거를 타는 목적 중에서 출근용이라는 사람의 비중은 2006년 6%에 불과했지만 2010년 7.4%, 2015년 16.5%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학교를 오갈 때 자전거를 이용하는 통학용 비율도 2006년 4.3%에서 2010년 5.2%, 2015년 9.7%로 높아졌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자전거도로가 꾸준히 늘어나고, 도로 정비도 향상된 영향이 크다. ‘자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것도 한몫을 했다. 자전거 이벤트·교육 전문회사인 케이벨로의 이미란 대표는 자전거 출퇴근이 업무 효율성과 삶의 질을 모두 높인다고 평가한다. 업무 스트레스를 줄여 주기 때문이란다. 이 대표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 회사에 도착했을 때 이미 기분이 상쾌해진 상태가 됩니다. 업무가 진취적으로 진행될 수 있죠. 야경을 보면서 퇴근하는 것도 역시 스트레스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자전거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자전거의 교통 수송 분담률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에서, 자전거의 교통 수송 분담률은 전국적으로 3.6%를 기록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에는 3.4%로 나타났다. 전국 분담률은 2010년의 2.2%에 견줘 절반 이상이나 크게 늘었다.  

자전거를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든 함께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쁨이 하나 있다. 바로 건강이다. 오수보 사무총장은 “자전거는 확실히 건강 증진에 큰 기여를 한다. 미국의 경우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들의 비만율이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전한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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