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한국 영화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동대문구 답십리 촬영소 영화의 거리·미디어아트센터

등록 : 2022-10-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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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답십리동에는 ‘답십리 촬영소’ 또는 ‘촬영소 사거리’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1960년대 이곳에 있었던 영화종합촬영소는 1970년 철거됐다. 최근 촬영소 고개 일대가 한국 영화를 기념하는 영화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이곳을 걷다 보면 영화 제목, 감독, 배우, 스태프 이름이 새겨진 보도블록이 한눈에 들어온다. 엄앵란, 남궁원, 최불암 등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핸드프린팅도 볼 수 있다.

또한 1960년대를 기점으로 2010년대까지 제작된 한국 영화의 명대사와 명장면을 촬영소 고갯길 양측 옹벽에 구현했다. 특히 미디어아트센터 맞은편 옹벽에는 1960년대 촬영한 80여 편의 영화작품을 무지갯빛 조각들로 형상화하여 이곳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버스정류장은 옛 영화관인 답십리극장의 모습을 재현해 포토존으로 연출하고 영화 필름모형 부조물과 아트 벤치, 동대문구 캐릭터인 꿈동이를 활용한 패러디 포스터와 입간판 조형물을 설치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영화의 거리에 있는 동대문구체육관을 지나면 올해 6월에 개관한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를 만나볼 수 있다. 영화·미디어 융·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3층 구조의 현대식 건물이다. 1층에 들어서니 한국 영화와 답십리 영화 시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과 기획전시실이 보인다.

전시관 안에 빼곡히 걸린 배우들의 사진과 고전 영화 포스터가 방문객을 반긴다. 김희갑, 김진규, 허장강, 황해, 최무룡 같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로 배우들의 사진이 보인다. 가장 감동적인 곳은 원로 영화인들이 기증한 소품들로 채워진 공간이다. 감독이 직접 모은 한국 영화 대본과 각종 영화제 상패, 그리고 스타들의 애장 소품까지 전시돼 있다.

1층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또 하나 있다. 70석 규모의 영화상영관이다. 센터 개관 전에는 희귀본으로 구하기 힘든 옛날 영화를 볼 수 있어 영화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독립영화 공공상영회 ‘인디서울 2022’의 상영 장소로 지정돼 매달 정기적으로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독립영화 상영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가 주최하고 (사)서울영상위원회에서 주관한 사업이다. 영화 관람은 서울공공서비스예약(yeyak.seoul.go.kr)을 통해 일부 사전신청을 받고 있으며, 남은 좌석에 한해 현장에서 선착순 입장도 할 수 있다.


지하 1층에는 편집실, 녹음실, 교육장, 장비실 등이 갖춰진 미디어교육센터가, 지상 2층에는 영화를 직접 찍고 체험할 수 있는 가상 스튜디오와 영화 스튜디오가 있다. 지상 3층 마을방송센터는 1인 미디어실, 라디오 스튜디오, 미디어 교육자, 시민방송기자실 등을 갖췄다.

영화의 거리를 걷고 미디어아트센터를 둘러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촬영과 편집기술을 향상하고, 자본을 모으고, 작품을 만들어나간 원로 영화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봉준호, 홍상수, 박찬욱 같은 거장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답십리 촬영소 영화의 거리와 미디어아트센터는 한국 영화라는 거목이 살아갈 수 있도록 받쳐주는 뿌리로서 오래오래 이 자리를 지켜갈 것이다.

박상현 동대문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동대문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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