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고독사 예방 위해 1년 내내 안부 물어요”

고독사 위험 어르신 안부 확인하는 관악구 ‘우리동네돌봄단’, 운영 5년째 접어들어

등록 : 2023-03-0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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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우리동네돌봄단으로 활동하는 정영란(가운데), 권경숙(오른쪽)씨가 지난 22일 최아무개씨 집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활동 기간, 연 9개월에서 12개월로

다양한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 운영

위급 어르신, 통화 뒤 응급실 모시기도

“어르신 건강한 모습 보면 행복하죠

관악구 대학동에서 13년째 사는 최아무개(88)씨는 홀몸노인이다. “나이가 있으니 성한 데가 없죠.” 최씨는 고령인데다 혼자 산 지도 오래돼 건강이 나빠졌다. 특히 위장과 기관지가 좋지 않은데, 지난해에는 주위 도움으로 탈장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지난 22일 관악구 우리동네돌봄단으로 활동하는 정영란(62), 권경숙(66)씨와 함께 최씨의 집을 방문했다. “아이고~, 들어오세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최씨가 문 밖으로 나와 정씨와 권씨를 반갑게 맞았다. “주위에 살면서 위안이 되는 말을 많이 해주는 상당히 고마운 분들이에요.” 최씨는 두 사람에게 몇 번이고 “고맙다”고 했다. “안부 전화가 오면 반갑죠. 혼자 늘 외롭게 지내는데, 말 한마디라도 상냥하게 건네주니 감개무량하죠.” 최씨는 고맙다는 말이 부족했는지, 정씨에게 “아주머니, 참 존경한다”고 거듭 말했다.

남편과 함께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정씨는 2006년부터 자원봉사활동을 하다 2019년부터 5년째 우리동네돌봄단으로 활동 중이다. “노인정에서 발마사지 봉사도 하고 노인복지관에서 치매 어른 봉사도 했죠.” 정씨는 “어른들 접하는 일이 낯설지 않고 자신 있을 것 같아 우리동네돌봄단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다. “전화하면 ‘죽었나, 살았나 확인하냐’고 화내는 경우도 많았죠.” 정씨는 “어르신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아 무척 어려웠다”며 “지금은 오히려 한번씩 전화하면 무척 고마워한다”고 했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머리가 어지러워서 꼼짝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전화를 받았다. 평소 안부를 확인하던 고시원에 거주하는 홀몸노인의 목소리였다. “오전 9시께 전화가 왔죠. 곧바로 동 주민센터에 연락을 취해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았어요.” 이 노인은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 다행히 평소 자주 찾아오고 전화와 문자로 안부를 묻던 정씨에게 연락해 위험한 순간을 넘겼다. “오후에 퇴원한 것을 알고 죽을 쑤어 갔더니 너무 고마워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저도 행복했죠.” 정씨는 “아주 작은 일이지만 그분에게 도움이 돼 가슴 뿌듯했다”며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권씨는 정씨의 권유로 올해부터 우리동네돌봄단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다른 지역에서 1인가구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반찬나눔 등 봉사활동을 해왔다. “처음에는 노크도 못하게 하는 어르신도 있어요. 그러면 간단한 소개 메모를 남겨두고 와요.” 권씨는 “처음 소통하기가 어렵지 한번 소통의 문을 열고 나면 ‘날 추운데 조심하라’고 오히려 저를 걱정해줘 힘이 난다”고 했다.

정영란(왼쪽), 권경숙씨가 최아무개씨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관악구 우리동네돌봄단이 활동한 지 5년이 됐다. 고독사 위험 가구 안부 확인과 복지플래너의 가구 방문 활동을 돕는다. 관악구 우리동네돌봄단원은 2019년 36명, 2020년 60명, 2021년 59명, 2022년 70명이 활동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70명으로 동마다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8명까지 활동한다.

관악구 우리동네돌봄단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지역을 잘 아는 주민들이 나서 일상 돌봄 체계를 구축했다. 김미경 관악구 복지정책과 희망복지팀장은 “모두 지역 문제에 관심이 많고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주민들이다”라며 “사회적으로 고립된 가구의 안부를 확인하고, 사회관계 형성을 지원해 고독사를 예방하고 복지 안전망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고 했다.

관악구 우리동네돌봄단은 지난해 취약계층과 고독사 위험이 있는 2879가구를 방문하거나 전화로 안부 확인을 했다.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가구에는 관계 기관과 연결해 고독사 예방을 위해 노력했다.

구는 올해부터 우리동네돌봄단 활동 기간을 늘렸다. 지난해까지 1년 중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만 활동하던 것을 1년 내내 활동한다. 또한 고독사 위험 가구 관리책임제를 도입해 고독사 위험이 있는 40가구를 의무적으로 관리한다. 우리동네돌봄단 역량도 한층 강화한다. 지난해까지는 개괄적인 활동매뉴얼대로 활동했다면, 올해부터는 실무매뉴얼과 대응사례 중심으로 더 세분화해 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우리동네돌봄단 단원 교육도 연 1회에서 4회로 늘렸다.

성현동과 행운동은 올해부터 우리동네 돌봄단, 사회복지관과 협력해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인 사회관계망 형성 사업도 추진한다. 요리나 체험학습 등 동마다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고독사 위험 가구의 사회관계망 회복을 돕는다.

관악구는 이 외 1인가구 고독사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민관 협력으로 진행하는 ‘이웃살피미’, 중장년 1인 가구의 식사를 챙기는 ‘행복한 한끼나눔’, 정보통신기술로 1인가구의 안부를 확인하는 ‘사물인터넷 스마트플러그’, 인공지능을 활용해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 등 다양한 고독사 예방 사업을 한다.

김 팀장은 “올해부터는 좀 더 체계적인 매뉴얼과 사례별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며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고립된 1인가구가 사회관계망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글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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