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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러 갈래? 봉사하러 먼저 가요!”

금천구 ‘하얀날개봉사단’ 김도현 단장·백서현 부단장

등록 : 2023-06-2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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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하얀날개봉사단 김도현 단장(오른쪽)과 백서현 부단장이 14일 금천구청 옆 커뮤니티센터 ‘모두의 마을 공간’ 앞에서 웃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2015년 3월 만들어 다양한 활동 벌여

식사 못해 쓰러지는 어르신 보며 시작

5월엔 320만원어치 라면·달걀 기부

“음식 만들 조리실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생에는 봉사하고 살자, 그렇게 마음먹었죠. 나름 스트레스는 받지만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냥 살아요.”

금천구청 옆 커뮤니티센터 ‘모두의 마을공간’에서 만난 김도현(57) 금천구 하얀날개봉사단 단장은 14일 “단장 자리가 희생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걱정도 많이 하는 자리”라며 “내가 잘못해서 봉사단이 와해되면 안 되니 더욱 열심히 봉사하며 산다”고 했다.

김 단장은 2017년 백서현(58) 부단장의 권유로 하얀날개봉사단 활동을 시작했다. 김 단장과 함께 햐얀날개봉사단을 이끄는 백 부단장은 2010년부터 취약계층 급식과 반찬나눔, 사랑의 김장나눔봉사, 금천하모니축제 자원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한다.


백 부단장이 이웃을 위해 음식 후원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홀몸노인을 돌보는 통통나래단 활동을 시작하고부터다. “어르신 집을 방문해서 ‘계시냐’고 여쭸더니 어르신이 방에서 나오다가 쓰러지시더라고요. 냉장고를 열어보니 안에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었어요.” 백 부단장은 “어르신이 제대로 챙겨 드시지 못해 현기증으로 쓰러지는 것을 두 번이나 봤다”며 “그때부터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햐얀날개봉사단은 5월25일 금천지역 아동센터에 라면 75상자, 달걀 150판 등 총 320만원어치를 후원했다. 금천구는 이를 금천지역아동센터 27곳에 전달했다. 하얀날개봉사단은 지난해 10월에도 300만원어치 라면과 계란을 아동센터와 장애인단체에 기부했다. 또한 하얀날개봉사단은 지난해 개최한 ‘기업·단체와 함께하는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에도 100만원을 후원했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보태서 물품 기부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 하얀날개봉사단은 주로 활동 봉사와 기부 봉사를 한다. 활동 봉사는 취약계층이나 홀몸노인을 위한 음식 만들기와 음식 배달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염색하는 미용 봉사도 한다. 기부 봉사는 물품이나 돈을 직접 후원하는데, 라면과 달걀이 대표적이다. “어르신들을 위해 족발을 가져다 드리기도 하는데 무척 좋아하세요.” 금천구 시흥동 현대시장에서 13년째 족발집을 운영하는 김 단장은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람 사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했다.

하얀날개봉사단은 의류제조업체 티부크에서 운영하는 음식나눔, 도배·장판 봉사활동을 하다 지금은 반찬 봉사활동을 한다. “티부크에서 음식을 만들어주면 취약계층이나 홀몸 어르신 댁에 가져다 드리죠.” 하얀날개봉사단은 둘째와 넷째 화요일, 월 2회 음식 배달 봉사활동을 한다.

“봉사는 절대 혼자 힘으로 못해요. 끌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밀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죠. 회원들이 한마음이 돼야죠.” 하얀날개봉사단은 2015년 3월 백 부단장을 주축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는데, 현재 회원 29명이 회비를 모아 운영한다. “처음에는 1만원씩 내다가 1만5천원으로 올렸죠. 그러다 지난해 7월부터 2만원으로 올렸어요.” 김 단장은 “회비 1만5천원으로는 봉사단을 운영하는 데 많이 부족했다”며 “회비를 올려 물품 기부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한결 수월해졌다”고 했다.

“봉사하는 데 중독된 것 같아요. 봉사하러 갈래, 돈 벌러 갈래 하면 봉사하러 먼저 가요.” 백 부단장은 “봉사할 때는 시계를 보지 않을 정도로 활동에 집중한다”며 “그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오히려 봉사를 통해 내가 힐링을 받는다”고 했다. 백 부단장 못지않게 봉사활동에 적극적인 김 단장은 “봉사활동을 하는 날 내가 빠지면 다른 사람들이 힘들다”며 “시골에 어머니 뵈러 내려갈 때도 봉사활동을 먼저 하고 간다”고 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것, 베푸는 즐거움이 있어요. 어려운 사람들의 환경을 좀 더 낫게 개선해주려는 마음이 필요하죠. 그런 마음으로 봉사합니다.” 김 단장은 “제가 너무 어렵게 살아와서 그런지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며 “그냥 나도 모르게 마음이 자연스럽게 간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마음 놓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금천구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만드는 전용 공간이 따로 없다. 백 부단장은 “동 주민센터 같은 곳에서도 취약계층 돕기 음식을 만들 때 일반 싱크대에서 하니 너무 불편하더라”며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조리실이나 센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지금 회원이 29명인데, 50명 정도까지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그럼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이 더 커지겠죠.” 김 단장은 “더불어 함께 사는 금천을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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