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관람객 589만 명…개관 20년의 ‘큰 성과’

2003년 출범한 서대문구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연간 30만 명이 찾는 명소’ 돼

등록 : 2023-07-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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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자연사박물관 1층 중앙홀, 백악기에 번성한 대표적인 공룡과 익룡 화석의 복제품(레플리카)을 전시해 파충류 시대였던 당시 세계를 연출했다. 뒤쪽에 가장 큰 현생동물인 고래 중에서 향고래 모형이 전시돼 있다.

전국 최초 공립 종합 자연사박물관

표본 5만 개, 강좌 1만1천여 개 진행

IT 활용 ‘현실·가상 등 3개 박물관’ 운영

“자연과 인간 공존 위해 계속 노력할 것”

“자연사박물관이 천문·동물·식물·지질 등 분야가 넓은데 한쪽 분야로 치우치지 않고 공립(구립) 종합 자연사박물관으로 개관한 것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국내 처음이었어요. 이후에 목포,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이 생겼습니다.”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올해로 개관 20년이 됐다. 그동안 지질학·고생물학·식물학·인류학 등의 표본·화석 자료를 수집·보존·연구하고 전시와 교육으로 자연의 원리와 중요성을 꾸준히 알려왔다. 정종철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팀장은 “자연사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없었는데, 많은 관람객이 다녀간 것 자체가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정 팀장은 2003년 7월8일부터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근무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그해 7월10일 개관했으니, 한마디로 ‘산증인’인 셈이다. 정 팀장은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은 지금도 여전히 수도권에서 유일한 공립 종합 자연사박물관”이라며 “많은 사람이 자연사와 자연사박물관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연간 3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2003년 7월 개관부터 2022년 말까지 누적 관람객 589만2529명이 다녀갔다. 개관 첫해 관람객 26만 명이 찾아온 데 이어 개관 4년째 되던 2006년 30만 명을 넘겼다. 하지만 2019년 28만9천 명으로 줄어들더니, 2020년 코로나19 거리두기 시행으로 휴관하면서 5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2022년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다시 24만명으로 늘어나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소장 표본은 2003년 3711점에서 2022년 5만803점으로 크게 늘었다. 소장 표본은 광물·암석·화석·식물·곤충·해양생물·어류·양서류·파충류·조류·포유류 등 다양하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2003년 13개 강좌에 212명이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 531개 강좌에 7592명이 참여했다. 2003년 7월부터 2022년까지 총 1만1713개 강좌에 23만명이 참여했다. 연간 회원 수 등록도 2006년 280명에서 2022년 651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까지 누적 회원 수는 4559가족, 9556명이다. 소장 도서도 2004년 451권에서 2022년 9645권으로 늘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상설전시공간은 중앙홀과 지구환경관(3층), 생명진화관(2층), 인간과 자연관(1층) 등 3개의 주제관으로 이뤄졌다. 정지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학예사는 6일 “자연사를 쉽게 이해하고 기억에 오래 남도록 전시물을 시각과 공간 순서에 따라 전시했다”며 “디오라마 등 입체 전시기법을 활용해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체 제작한 교육 동영상을 제공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특별기획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상설전시관을 이용한 교육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2층 생명진화관에 전시된 매머드 골격 표본과 복원 모형 모습.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2020년부터 휴관과 관람 인원 제한으로 어려움도 겪었다. 전화위복이랄까, 2020~2021년 코로나19로 휴관한 동안에 전시공간을 디지털 문화에 어울리도록 크게 바꿨다. 1층 중앙홀의 도서실을 3층으로 옮긴 자리에 개방된 특별전시실을 만들고, 초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자연사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킬 수 있도록 했다. 3층에는 1층에 있던 도서실을 옮겨와 휴식과 독서를 함께 할 수 있는 북파크를 새롭게 만들었다. 정지수 학예사는 “4차 산업기술을 접목해 혼합기술(MR) 체험공간, 인터랙티브 미디어월, 증강현실(AR) 등 실감 콘텐츠를 구현해 디지털 문화에 적합한 새로운 전시공간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2021년에는 교육기능을 강화했다. 학예연구팀 외에 이(e)뮤지엄·교육팀을 만들고, 메타버스 강좌를 신설했다. 유튜브와 교육 영상을 만들기 위해 스튜디오를 새로 만들었다. 2022년에는 국내외 최초로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기술을 융합한 신개념 박물관 ‘메타버스 서대문자연사박물관’(sdmmuseum.org)을 구축했다. 또한 2022년에도 표본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수기로 관리하던 5만여 점의 표본 정보를 전산화했다.

“실제 찾아와서만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아니라 디지털뮤지엄과 가상의 메타버스 박물관도 만들었죠. 3개의 박물관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정종철 학예연구팀장은 “전통적인 실물을 볼 수 있는 박물관 기능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관람객들에게 자연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14일부터 12월31일까지 1층 계단과 슬로프 공간에서 특별전시를 개최한다. 2003년 이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건립 과정부터 현재까지 관람객과 함께 운영된 전시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기념할 수 있는 아카이빙 전시다. 특히 전시 내 포토존, 박물관 체험과 프로그램 활동지, 박물관 연보 등을 직접 볼 수 있는 전시로 운영된다. 이 전시를 기획한 김미정 학예사는 “9월에는 ‘동물 행동’과 관련한 기획전시도 준비하고 있다”며 “공립 자연사박물관으로서 의미와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점점 자연환경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존재가 많이 사라지고 있어요.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안타까운 생각에 환경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데, 그걸 아예 못 본 사람들은 그런 생각 자체를 할 수 없겠죠.” 정종철 학예연구팀장은 “그런 것을 보존하고 보여줄 수 있는 게 자연사박물관의 역할”이라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앞으로 계속 꿋꿋하게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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