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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건축상’ 수상작들 “건축 통해 다가올 미래를 앞당기다”

서울시, ‘제41회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 9편 발표
수상작, ‘개성 있는 연결 개념’ 통해 새 비전 제시

등록 : 2023-08-10 15:45 수정 : 2023-08-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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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엘지아트센터 서울 및 엘지디스커버리랩 서울’ “10년 뒤 미래 내다볼 때 더욱 빛나”

최우수상 ‘노원책상’

‘주민 라운지’ 된 구청, 공공건물의 미래

최우수상 ‘콤포트서울’

민간 건물이 ‘없었던 길’ 내며 소통 모범

대상 l 엘지아트센터 서울 및 엘지디스커버리랩 서울

‘건축을 통해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한다.’

지난 2일 서울시가 발표한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수상작들의 공통점을 설명한 말이다.


1979년 제1회를 시작으로 올해 41회를 맞이한 ‘서울특별시 건축상’은 건축의 공공적·예술적·기술적 가치를 구현하며 시민 삶의 질을 끌어올린 우수한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장려하기 위해 시행돼온 서울시의 대표 건축상이다.

올해도 3년 이내에 건축된 총 106점(공공 26점, 민간 80점)의 수준 높은 응모작 중 대상 1곳과 최우수상 2곳, 그리고 우수상 6곳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장 우경국 대표(예공 아트스페이스)를 비롯해 건축전문가 7명의 서류심사(7일14일)와 현장심사(7월25일)를 거친 결과다. 이렇게 엄격한 심사를 거쳐 뽑힌 수상작들은 하나같이 ‘연결’을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삼았다. 그 ‘연결’은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를 우리 앞의 현실로 이끌어오는 구실을 하게 된다.

먼저 대상을 받은 ‘엘지(LG)아트센터 서울 및 엘지디스커버리랩 서울’(설계 김태집(㈜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안도 다다오)을 살펴보자. 2022년 10월 개관한 대상 수상작은 강서구 마곡지구 R&D단지 조성 때 계획된 공연장이다. 1335석의 다목적 홀인 ‘엘지 시그니처홀’과 365석 규모의 가변형 블랙박스 ‘U+스테이지’를 보유한 이곳은 독특한 연결구조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식물원 터에 자리잡은 대상 수상작은 ‘튜브’(Tube), ‘게이트 아크’(Gate Arc), ‘스텝 아트리움’(Step Atrium)이라는 세 가지 콘셉트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이들은 서울식물원뿐만 아니라 마곡나루역과 도시의 가로 등 주변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마련된 개념이다.

‘튜브’는 타원형 통로다. 길이 80m, 높이 10m로 옆으로 15도가량 기울어져 있다. 동편에는 공연장과 리허설룸 등이 있고 북쪽으로는 서울식물원이 있는 등 지상의 관객들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인다.

‘게이트 아크’는 관객이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로비에서 정면으로 마주하는 길이 70m, 높이 20m의 거대한 곡선 벽면이다. 공연장에 관객을 초대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스텝 아트리움’은 지하철 마곡나루역인 지하 2층부터 엘지아트센터 서울의 객석인 지상 3층까지 연결하는 100m의 계단이다.

심사위원단은 엘지아트센터 서울이 “연결이라는 콘셉트를 잘 활용한 공공성 높은 민간 문화시설”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단이 주목한 ‘연결’은 비단 ‘현재 시점에서의 연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번 서울시 건축상 심사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엘지아트센터 서울의 경우 현재의 연결보다 미래의 연결을 보고 건물을 지었다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현재 엘지아트센터 서울 주변은 허허벌판 같은 수준이지만, 앞으로 10년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주변에 많은 건축물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 엘지아트센터 서울의 경우 그 미래의 모습에서 더욱 빛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엘지아트센터서울은 이렇게 상대적인 문화 소외지역인 서울 서남권 지역을 공연예술의 중심지로 발전시키는 ‘문화의 연결 벨트’ 구실을 계속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최우수상 l 노원책상

최우수상은 공공과 민간에서 각각 1점씩 선정됐다. 먼저 공공 부문에서는 노원구청 로비를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노원책상’(설계 조윤희(구보건축사사무소), 홍지학(충남대))이 선정됐다.

노원구청은 1988년 도봉구에서 분구된 노원구가 1990년에 마련한 청사다. 하지만 1990년대 지어진 관공서 건물이 그렇듯이 노원구청 로비도 ‘권위적인 공간 배치’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에 노원구청은 2019년 공모를 해 로비를 리모델링하기로 했고, 그 결과 2022년 3월 현재의 로비가 탄생했다.

현재의 로비는 ‘지역사회의 라운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권위적인 로비가 아니라 지역 주민 누구나 찾아와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주민과 연결하고자 하는 노원구청의 의지가 반영된 목표다.

이때 중요한 콘셉트가 ‘가구로 만드는 건축’이다. 가구는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 직업을 가진 노원구민들이 모두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치이다. 이에 따라 노원책상은 휴식을 위한 평상, 대기하는 벤치, 책을 읽는 테이블,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 음악을 듣는 의자 등으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공공건축물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방문자의 접근성과 행위를 중요하게 여긴 작품”이라며 “이제까지의 공공건축물에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제안으로, 구청 로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개의 최우수상 중 하나는 민간부문의 콤포트서울(설계 문주호(㈜경계없는작업실건축사사무소))이 선정됐다.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콤포트서울은 콘셉트 스토어, 카페, 전시 공간 등을 갖춘 3층짜리 복합문화공간이다.

최우수 l 콤포트서울

콤포트서울이 심사위원단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지점도 ‘연결’이다. 후암동 두텁바위길에 있는 콤포트서울은 1~3층 계단을 통해 15m나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소월길과 연결된다. 방문객들은 1층 콘셉트 스토어, 2층 전시 공간에 이어 3층 카페와 테라스 공간을 계단으로 오르면서 변화하는 서울의 도심 풍경을 보게 된다. 이어 테라스에 도착하면 바로 소월로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난다.

민간부문의 건축물 하나가 기존에 없던 길을 새로 만든 것이다. 콤포트서울 쪽은 “누구에게나 열린 새로운 길이 되어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공간이 되길 원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고, 심사위원단도 “그 주변 건물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잘 안내해주는 시작점이 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우수상 6점(공공 4곳, 민간 2곳) 또한 각각 다른 기능과 역할을 가진 건물이지만 ‘연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수상 수상 건축물 중 공공부문 4곳은 △벙커(Bunker) 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동작구 대방동) △서울공예박물관(종로구 안국동) △에콜로지컬 매트릭스: 생명의 그물(성동구 성수동) △산악문화체험센터(마포구 상암동)이고, 민간부분 2곳은 △생각공장(영등포구 당산동) △엑셈마곡연구소(강서구 마곡동)이다.

2022년 12월 개관한 ‘벙커’(설계 조진만(㈜조진만 건축사사무소))는 아파트단지 옆 대방공원 안에 오랜 시간 조용히 묻혔던 옛 군용시설 벙커가 청소년을 위한 놀이 공간으로 변신한 곳이다. 닫혀 있던 공간이 ‘숲속, 우리들의 비밀기지’라는 주제 아래 주변의 20개 학교 학생들이 함께 뛰어놀며 서로 관계 맺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우수상 l 생각공장

2021년 5월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설계 이용호(㈜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은 공예를 매개로 ‘전통과 현대를 연결’한다. 박물관 자리는 2017년 강남구로 이전한 옛 풍문여고 터이지만, 멀리 보면 세종의 아들 영응대군의 집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공예박물관을 세우면서 넓은 학교 운동장 영역 중 일부에 화강석을 깔아 종묘 정전의 월대를 연상케 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전통적 땅의 모습을 복원한 것이다.

올해 4월 개장한 ‘에콜로지컬 매트릭스: 생명의 그물’(설계 조남호(㈜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은 자연과의 연결을 추구하는 곳이다. 기존의 노후화된 서울숲 내 야외무대를 벌집 구조로 이루어진 친환경 목재 파빌리온으로 재탄생시켰다. 인공물이지만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기에 공원 안 자연물과 잘 어우러져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준다. ‘숨 쉬는 그물’은 그런 편안함을 토대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도시공원 속 시설물이 어떠하여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14좌 등반과 3극점 도달 업적을 달성하고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고 박영석 대장을 기리며 계획한 산악문화체험센터(설계 민현준 (㈜건축사사무소엠피아트)) 또한 자연과 도심을 연결하는 콘셉트를 가진 공간이다. 이전에 난지도로 불렸던 마포구 하늘공원에 위치한 이곳은 산을 형상화한 모양을 갖췄다. 청소년 교육 공간인 센터는 이를 통해 디지털 세계의 부각으로 잃어가는 도전정신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민간부문 작품인 생각공장(설계 김동관·오성종(㈜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은 오랜 기간 물류창고로 사용돼서 주변 도시와 관계를 맺지 못하던 곳에 세워진 지식산업센터다. 이에 따라 세 개 건물로 이루어진 생각공장은 주변 도시와 연결하는 것을 계획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저층부의 여러 가지 상업적 활동과 이벤트를 만들면서 다양한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있다.

우수상 l 에콜로지컬 매트릭스: 생명의 그물

마지막으로 정보기술(IT) 기업인 엑셈의 첨단 연구소 건물인 엑셈마곡연구소(설계 김찬중(㈜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는 내부를 임직원을 위해 크게 비우고 구성원들의 활발한 소통을 높이기 위해 다시 연결하고자 한 공간적 배려가 돋보이는 곳이다. 이를 위해 민간기업 사옥임에도 최대의 용적률을 과감히 내려놓고 바닥의 반에 가까운 면적을 대규모 오픈 공간과 아트리움으로 할애했다.

한편 이들 9개 수상작을 대상으로 이뤄진 ‘시민 투표(엠보팅)’에서는 △산악문화체험센터(2124표)와 △엑셈마곡연구소(2048표)가 가장 높은 표를 얻어 ‘시민공감특별상’을 받게 됐다. 서울시 설문·투표시스템인 ‘엠보팅’으로 진행된 시민공감특별상 투표에는 모두 6964명이 참여해 1인당 최대 세 개 작품에 투표했다.

서울시는 이들 수상작품을 9월1일 ‘제15회 서울건축문화제’와 동시 개최되는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막식에서 시상하고 서울건축문화제 기간(9월1일~10월29일)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올해도 ‘서울특별시 건축상’을 통해 시민의 삶의 질과 건축문화를 한 단계 높여준 건축물을 발굴해 널리 공유할 수 있게 돼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결을 중요한 개념으로 삼은 이번 수상작품들이 ‘시민들의 더 나은 미래의 삶과 한 단계 높은 건축문화’를 서울의 현실로 한 걸음 더 가깝게 끌어오는 첨병 구실을 더욱 높여나갈 것을 기대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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