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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콜버스, 서울시 10대 뉴스에 단박 1위

지난 7월부터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운행…시민 1만3338표 득표로 우뚝

등록 : 2016-12-29 15:46 수정 : 2016-12-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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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근처에 마련된 콜버스 정류장. 콜버스는 심야에 시민의 발이 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 22일 밤 12시20분께 서울 지하철 강남역,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로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택시를 잡지 못한 시민들이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서 있는 검은색 미니버스 2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건 뭐예요?” “서울대까지 요금이 얼마예요?”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버스 기사 이동욱(47)씨는 “늦은 시간에 택시를 잡지 못한 시민을 집까지 모셔다드리는 콜버스입니다”라며 쏟아지는 질문에 하나씩 답변했다.

콜버스는 목적지와 경로가 비슷한 시민을 함께 태우는 10~13인용 버스다. 평일과 토요일에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운행한다. 요금 체계가 택시와 비슷하지만, 택시보다 30%쯤 싸다.

시민이 앱으로 콜버스를 요청하면, 이동 경로가 비슷한 주변의 콜버스가 근처로 찾아온다. 만약, 콜버스의 첫 탑승객이라면 요청한 장소에서 10분 정도 정차하면서, 경로가 비슷한 다른 시민을 기다린다. 10분이 지나도 추가 탑승객이 없으면 한 명만 탔어도 목적지로 출발한다.

서울시는 시민의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시범 운영을 했고,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지금은 초기라서 17대의 버스가 강남 일대에서만 출발하고, 강남·서초·관악구 등 14개 구에서만 운행한다. 17개 택시회사 법인이 콜버스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김주연(33)씨는 “일주일에 4번 정도 이용해요. 기사님이 친절하고, 실내에 불을 켜고 다녀서 저처럼 야근하는 여성들도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어요”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최성주(28)씨도 “저희 집에는 심야에 다니는 올빼미버스가 다니지 않아요. 새벽까지 일하는 회사원과 아르바이트도 안전하게 귀가할 권리가 있어야죠”라며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를 높이 평가했다.

콜버스를 이용하려면 애플 앱스토어 또는 구글 플레이에서 콜버스(Callbus·왼쪽사진) 앱을 내려받으면 된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확대 요구가 많아, 현재 강남뿐인 거점을 홍대와 종로 등 여러 곳으로 넓힐 예정이다.

시민들의 우호적인 반응은 서울시가 지난 18일 발표한 ‘시민이 직접 뽑은 2016년 서울시 10대 뉴스’에서도 확인됐다. 콜버스는 시행 초기인데도 10대 뉴스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10대 뉴스는 지난 11월14일부터 4주 동안 시민 13만2509명이 참여한 온·오프 라인 투표로 선정됐다. 서울시 주요 정책 45개를 대상으로 1인당 1~5개 정책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이 투표에서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한 콜버스’는 1만3338표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10대 뉴스 중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조성’(기억의 터)이 7위(8441)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 한·일 두 나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합의해 논란을 빚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의 터’는 경술국치일인 지난 8월29일 남산에 있는 일제강점기 통감관저 터(중구 퇴계로26가길 6 인근)에 마련됐다. 세계적 인권 문제로 일본군 위안부가 주목받았는데도,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를 알리고 그 아픔을 기억하는 공간조차 없다는 현실에 서울시와 시민들이 힘을 합쳐 만든 것이다.


시민이 뽑은 올해의 10가지 서울시 정책은 콜버스에 이어 △한강몽땅 여름축제 △꾸미고 꿈꾸는 학교화장실 만들기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 확대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조성 △공공 무선인터넷(WiFi) 인프라 구축 △여성안심특별시 2.0 △서울 세계 3위 국제컨벤션도시 등의 순이었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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