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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 유튜브 구독자 수 1위 노려요”

‘강북구 공식 채널’ 변신 이끄는 오광근 뉴미디어팀 주무관

등록 : 2023-10-26 15:15 수정 : 2023-10-2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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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에서 20년째 영상제작 총괄업무를 해온 오광근 뉴미디어팀 주무관이 지난 3월부터 참신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강북구 유튜브 채널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17일 오전 강북구청 1층 민원실 앞에서 공직생활 콩트 시리즈 ‘공덜트’ 8회차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20년째 영상제작 총괄업무 맡아와

3월 개편 때 ‘B급 감성’ 콘텐츠 기획

공직 생활 콩트 ‘공덜트’ 등 연재해

구독자 수 3배 느는 등 반응 뜨거워

“’재미와 공공성’ 균형 맞춰 나갈 터”

강북구 유튜브 공식채널에는 딱딱하고 형식적이었던 간부회의, 건강 강좌 등이 이제 사라지고 없다. 지난 3월 개편 이후 확 달라진 유튜브 채널에서는 대신 ‘B급 감성’의 재밌는 콘텐츠가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인기 코믹 채널 ‘너덜트’를 벤치마킹한 ‘공덜트’ 시리즈와 동네 맛집 시리즈, 공무원 브이로그 등 신선한 콘텐츠 덕분에 구독자 수가 개편 이전 3천 명 수준에서 3배 가까이 늘었다. 자치구 채널 가운데 순위도 만년 꼴찌에서 9위로 껑충 올랐다.

17일 오전 강북구청 민원실 앞에서는 ‘공덜트’ 8회차 촬영이 진행됐다. 오광근(47) 뉴미디어팀 주무관은 직접 기획해 대본을 쓰고 콘티를 짜고 연출과 촬영 그리고 편집과 영상 등록까지 혼자 도맡아 한다. 이날도 그는 자신이 쓴 콘티를 한 손에 들고 연출과 촬영을 두루 소화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강북구 유튜브 채널 변화를 이끈 주역인 오 주무관은 동료들에게 오 피디로 불린다. 그는 2004년부터 강북구에서 영상제작 총괄 업무를 해왔다. 2시간여 촬영을 끝내고 만난 오 피디는 “바쁘게 일하지만 재밌고 일할 맛이 난다”며 “특히 구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의 깜짝 출연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웃픈’ 연기로 실감 나는 공직생활 이야기를 풀어내는 콩트 시리즈 ‘공덜트’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공덜트’가 시리즈물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출연자들의 역할이 컸다. 전문 연기자보다 실제 공무원들이 하는 게 다소 투박하더라도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관심을 보이는 직원들에게 다가가 출연 의향을 물었다. 얼굴이 드러나는 것과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다들 꺼렸는데, 이진석 홍보담당관과 양동현 주무관이 구정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줬다. 오 피디는 “분장 없이 일상 모습 그대로 연기했는데 첫 촬영에서 두 사람의 케미가 좋고, 특히 과장님의 애드리브(즉흥적 대사)와 아이디어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공덜트’에 출연하는 이진석 홍보담당관과 주무관들은 요즘 구청 안팎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얼마 전 구민체육대회에서도 이들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주민이 많았다. 이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에 응원의 댓글도 이어졌다. ‘진짜 공무원이세요? 연기 잘하시네요!’ ‘강북구청 유튜브라고는 1도 생각 못했다’ ‘와! 간만에 빵빵 터지며 웃어봅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는 “딱딱한 공직사회의 말랑말랑한 부분을 재미있게 보여주며 구정 정책도 알리려 했는데, 구민들이 반감 없이 잘 받아줘 감사하다”고 했다.

출연 동료들과 기념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채널인데 흥미 위주의 콘텐츠로만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재미와 공공성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은 지자체 유튜브 채널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오 피디는 정보도 있고 감동도 주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볼 계획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관찰 실험 카메라로, 상황을 가정해놓고 출연자들이 연기하는 것이다. 한여름에 택배 기사가 생수 배달을 하다 쓰러진 상황을 연출해 행인들 반응을 몰래카메라로 담으며 강북구의 따뜻한 인심을 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이다. 오 피디는 “재밌는 영상 안에서 구정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은 어렵지만 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오 피디는 대학에서 광고·홍보를 전공하고 영화와 뮤직비디오 제작자를 꿈꿨다. 방송사 프리랜서, 프로덕션 창업 등을 거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공무원의 길을 선택했다.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일도 해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행사 촬영이 너무 많아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는 “마음의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따뜻한 부서 분위기와 동료들 덕분에 마음을 다잡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공덜트’는 오 피디가 오래전부터 만들어보고 싶었던 콘텐츠다. 공무원들의 직장생활을 콩트식으로 엮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틈틈이 쓴 글이 ‘공덜트’를 만들면서 빛을 보게 됐다. 앞으로 에피소드 소재도 다양화하고, 공간도 구청을 넘어서 외부로 넓혀볼 생각이다. 뉴미디어팀원들과 함께 내년에 자치구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5위권에 입성하고, 1위 자리도 노리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처럼 팀원들이 ‘으샤으샤’ 하며 좋은 분위기에서 함께 열심히 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오 피디는 웃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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