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값싸고, 뜨끈…노인 복리증진에 큰 도움”

중구, 새해부터 목욕탕과 건강증진실 갖춘 ‘어르신헬스케어센터’ 정식 운영

등록 : 2024-01-0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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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는 지난해 12월 목욕탕과 건강증진실을 갖춘 ‘어르신헬스케어센터’ 시범 운영을 마치고, 올해 1월부터 정식 운영한다. 목욕탕 내부 모습.

시범 운영 결과 주민 만족도 높고

주위 민간 목욕탕 없어 갈등 없어

운동기구로 낙상예방·균형감 증진

“건강 챙기면서 사랑방 역할도 기대”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노인들 복리증진에 대단히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55년째 중구에 사는 한석찬(94·약수동)씨는 90살을 넘긴 나이인데도 몸과 정신이 매우 건강해 보였다. 한씨는 “공공 목욕탕이 생긴 뒤 매주 이용하고 있다”며 “청소도 잘돼 있고, 수심도 괜찮고, 시설이 아주 쾌적하고 불편한 점 없이 참 좋다”고 했다. 그동안 동네에 있는 대중목욕탕을 이용해온 한씨는 “대중목욕탕에 안 가도 될 만큼 시설이 좋다”고 했다.

지난해 12월27일 오후 3시, 중구 신당동 ‘어르신헬스케어센터’를 찾았다. 대부분 목욕하러 온 노인들로 입구부터 붐볐다. 목욕하고 나온 사람들은 활기가 넘치고 얼굴 혈색이 좋아 보였다. 입구 한편에 자리 잡은 접수대에서는 1월 예약을 받고 있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온 길기순(83·신당1동)씨는 다음주 수요일로 또 예약했다. 길씨는 “대중목욕탕은 다닌 적이 없고, 집에서만 목욕을 했다”며 “여기는 가깝고 너무 좋다”고 했다.


중구는 지난해 12월4일 어르신헬스케어센터를 개관했다. 중구노인치매안심센터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사업비 25억원을 들여 목욕탕과 건강증진실을 만들었다. 연면적 619.74㎡,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1층에 남성 목욕탕이, 2층에는 여성 목욕탕이 들어섰다. 3층 건강증진실에는 스마트 헬스 기구를 설치했다.

어르신헬스케어센터는 12월 시범 운영을 거쳐 1월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최원석 중구 어르신장애인복지과 노인시설팀 주무관은 “목욕탕 설계와 운영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한 점은 안전”이라고 했다. 목욕탕 이용 주민은 입욕 전에 반드시 혈압을 잰다.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 피부질환이 있으면 이용할 수 없다. 욕탕 높이는 노인이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일반 대중탕에 비해 낮게 설계하고 욕탕과 탈의실 바닥은 미끄럽지 않은 재질을 사용했다. 목욕탕 이용 주민의 이동 경로에 맞춰 손잡이를 두어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했다.

목욕 도중 몸에 이상이 오는 경우를 대비해 욕탕의 모든 자리마다 비상벨을 설치했다. 화장실에는 앉거나 서서 손이 닿는 위치뿐만 아니라 바닥에도 비상벨을 설치해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 했다. 욕탕 바로 옆에는 안전요원이 항상 대기해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대응할 수 있게 했다.

건강증진실에는 고령자에 맞춘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기구를 설치했다.

“자식하고 같이 사는데, 안방 쓰라고 주더라고요. 그런데 안방 화장실은 욕조가 없어요. 거실 욕실은 있는데, 자식이 쓰는 탕 쓰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는 샤워만 해요. 이렇게 탕에 몸을 담글 수 있다니 너무 좋아요.”

정금옥(85·신당5동)씨는 집에서는 샤워하는 게 전부지만, 집 근처에 따로 갈 만한 대중목욕탕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동네에 목욕탕이 두 곳 있었죠. 그런데 다 없어졌어요.” 정씨는 “코로나19 때문에도 그렇고, 멀리 가서 목욕하기도 어려워 대중목욕탕에 다니지 않았다”며 “이렇게 가까운 곳에 목욕탕을 지어줘서 얼마나 고마운 줄 모르겠다”고 했다.

12월 한 달 시범운영 결과는 무척 긍정적이다. “반응이 폭발적이라 할 수 있죠. 오늘부터 1월 예약 접수를 하는데, 어르신들 예약 열기가 아주 뜨겁습니다.” 약수동이나 황학동에는 민간 목욕탕이 있지만 신당동에는 민간 목욕탕이 없다. 어르신헬스케어센터를 책임지는 김경륜 구립약수노인종합복지원 부장은 “신당동에 목욕탕이 있었으면 애초 계획 때부터 반발이 있었을 텐데, 목욕탕이 없다보니 다른 자치구에서 겪는 민간 목욕탕과의 갈등이 없다”고 했다.

건강증진실에는 노인 4명이 좌식 사이클에 앉아 운동하고 있었다.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가 각각 6개씩 보였다. 모두 앉아서 할 수 있는 노인 맞춤형 운동 기구로, 기구마다 영어로 된 설명 위에 친절하게 한글로 적힌 설명이 붙어 있었다.

주민 정금옥씨가 지난 12월27일 목욕탕 예약 신청을 하고 있다.

전신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는 로잉머신이 눈에 띄었다. 마치 조정 경기를 하는 것처럼 앉아서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노젓기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인데, 동그란 모형 안에 물이 채워져 있어 저항 역할을 한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구다.

건강증진실에서는 체육지도사가 개인건강에 맞게 근력, 균형 감각, 인지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가르친다. 이고은 체육지도사는 “낙상 예방과 균형 감각을 높일 수 있는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다”며 “걷는 게 힘들었는데, 운동한 뒤로 걷기가 편해졌다는 분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올해부터 정식으로 운영하는 노인헬스케어센터는 중구에 거주하는 65살 이상 노인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목욕탕 이용료는 1일 1천원, 건강증진실은 월 단위로 이용 가능하고 이용료는 1만5천원이다. 목욕탕은 1일 3회로 나눠 시간대별 예약제로 운영한다. 목욕 시간 90분, 뒷정리 30분 등 총 2시간 이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 각 회 이용가능한 인원은 12명이다. 건강증진실은 12명씩 1일 4회 운영한다.

중구는 앞으로 목욕탕과 건강증진실 프로그램을 연결해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목욕탕은 건강과 직결됩니다. 피로도 풀고 혈액순환도 하고 건강 유지 비결이죠.” 김 부장은 “단순한 목욕탕에 그치는 게 아니라 친구도 만나고 이웃도 만나 서로 안부도 묻는 사랑방 역할까지 한다”며 “어르신헬스케어센터가 노인들에게 필요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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