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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홍반장’ 된 어르신행복콜센터…“자식보다 효자예요”

‘동작구어르신행복콜센터’ 문 연 지 1년 …‘노인 소통 창구’ 역할 톡톡
서울시 자치구 최초 “전화 한 통이면 전문 상담사가 생활 불편 해결”

등록 : 2024-03-14 15:00 수정 : 2024-03-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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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주거, 일자리, 여가문화, 건강 등’ 생활 필요한 다양한 분야 망라

일상생활지원단 직접 운영해 문제 해결

지난해 상담 건수 1256건, 만족도 95%

올해 예산 2억4300만원으로 대폭 확대

동작구는 지난해 3월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전화 한 통으로 65살 이상 주민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어르신행복콜센터’를 개소했다. 본동에 사는 탁명남씨가 7일 자택 거실 입구에 붙여 놓은 어르신행복콜센터 전화번호를 바라보고 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행복콜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난 7일 오후 2시 동작구 상도동 동작문화복지센터 내 ‘어르신행복콜센터’ 전문 상담사의 친절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르신들이 무슨 일이 있을 때 여기저기 전화해서 알아본다는 게 무척 힘들어요. 장기요양신청이라도 하려면 관련 기관도 많고 갖춰야 할 서류도 많아 어려움을 겪죠. 어르신행복콜센터에 전화 한 통만 하면 필요한 것을 모두 알아보고 조처한 뒤 다시 연락해줘요.”

정순애(59) 어르신행복콜센터 전문 상담사는 “복지 관련 문의가 오면 여러 곳에 전화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며 “어르신행복콜센터는 단순히 다른 기관으로 연결만 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정 상담사는 상도동에 사는 황아무개(69)씨 사례를 소개했다. 황씨는 스마트폰으로 주택청약을 신청하려는데, 공인인증서 발급 등 절차가 까다로워 어려움을 겪었다. 답답한 마음에 어르신행복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임대주택 청약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곧바로 일상생활지원단이 방문해 청약을 대신 신청해주고 무료로 휴대폰 사용법 등을 알려주는 디지털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연결해줬다. 얼마 뒤 황씨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정 상담사는 “청약에 떨어져 아쉽지만 이제 스스로 청약하는 방법을 알았으니 다음에는 직접 할 수 있겠다”며 “애써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일상생활지원단이 탁씨 집 계단에 안전봉을 설치하고 있다.

동작구가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전화 한 통으로 65살 이상 주민 불편을 해결해주는 어르신행복콜센터를 개소한 지 1년을 맞았다. 노인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맞춤형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 전용 복지 창구로, 노인을 위한 ‘으뜸 소통 창구’ 구실을 한다.

디지털 격차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에게 전화 통화는 쉽게 소통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디에 전화해야 할지 모를 뿐만 아니라 전화 통화를 하더라도 다양한 곳으로 다시 전화해야 겨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은 노인들에게 성가시기도 하고 어렵다.

이럴 경우 지난해 3월 문을 연 동작구 어르신행복콜센터(1899-2288)로 전화하면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인이 받을 수 있는 복지 정보를 안내하고 해당 기관 담당자를 연결해준다. 복지 정보는 생계, 주거, 건강, 돌봄, 일자리 등 분야에서 150여 곳 기관과 협력한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병원 동행, 형광등 교체나 방충망 교체, 간단한 집수리나 집정리 등도 한다. 이 외 동작구의 다양한 정책이나 기관 정보, 여가·문화정보 등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어르신행복콜센터 전문 상담사들이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이를 위해 문화, 교통, 복지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파편적으로 시행하는 각종 노인 정책을 망라한 정보자료(DB)를 구축했다. 콜센터에는 전문 상담사 4명이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전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르신들은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아요. 더구나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더라도, 디지털화한 요즘 세상에서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를 조작한다는 게 쉽지 않죠.”

김혜연 동작구 복지정책과 복지연계팀장은 “그래서 어르신들이 전화만 걸 수 있으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며 “민선 8기 공약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쯤 되면 주민을 위해 무엇이든 도와주는 어르신행복콜센터가 ‘동작구 홍반장’인 셈이다.

어르신행복콜센터는 일상생활지원단을 직접 운영한다. 홍병윤(68)씨는 주민들 사이에서 ‘동작구 맥가이버'로 통한다. 사회복지사 2급과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다. 또한 직업교육훈련 기관인 한국폴리텍에서 보일러와 전기 관련 교육도 받았다. 콜센터에서 연락이 오면 직접 방문해 다양한 일상생활 문제를 해결한다.

“텔레비전이 안 나온다는 연락을 받고 주민 집에 갔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죠. 직접 서비스센터에 연락해서 해결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현관이 너무 어두웠어요. 마침 형광등 여분이 있길래 현장에 간 김에 갈아줬죠.”

홍씨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어르신들이 고마워하는 게 눈빛이나 몸짓에서 느껴진다”며 “이 일을 시작한 게 만족스럽고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저한테 딱 맞는 직업을 찾았습니다. 좋은 기회가 주어져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어 너무 좋죠.”

이날 일상생활지원단 직원 3명은 노량진 본동 탁명남(84)씨 집 계단에 안전봉을 설치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주에 전화했더니 오늘 와서 이렇게 해주는 거예요.” 탁씨는 “나이 들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아무래도 불안하다”며 “이렇게 안전봉을 설치하니 앞으로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했다.

“콜센터를 자주 이용해요. 이 동네는 독거노인이 많이 살아요. 노인들이 이것저것 불편한 것을 얘기하면 ‘무슨 일이라도 도와준다'는 콜센터에 전화해요.” 집 근처에 있는 충신경로당 회장이기도 한 탁씨는 경로당에 오는 노인들의 불편한 점을 살펴 어르신행복콜센터에 지원 요청도 한다. “자식보다 낫죠. 어르신행복콜센터가 아주 효자예요. 자식들은 따로 살아 시간 내기 어렵잖아요. 하지만 전화 한 통만 하면 병원도 가고 전기도 고쳐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탁씨는 “우리 늙은이들 입장에서는 전화도 친절하게 받고, 하소연도 할 수 있어 크게 의지된다”고 했다.

지난해 어르신행복콜센터 상담 건수는 1256건으로 이 중 다른 기관과 협력한 게 1172건에 이른다. 상담 전화부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까지 다른 기관과 연계해 해결하는 비율이 91.8%다. 가장 상담이 많은 분야는 돌봄으로, 전체 1256건 중 695건(59%)이나 된다. 이용자 만족도도 95%가 ‘만족한다’고 답변할 정도로 매우 높다.

탁씨가 일상생활지원단 차량을 탑승하고 있다.

어르신행복콜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재단법인 동작복지재단 이현영 복지사업부장은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돌봄 수요 비율이 가장 높다”며 “병원, 공공기관 등 이동 지원을 원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했다.

동작구는 지난해 4300만원이던 어르신행복콜센터 예산을 올해 2억4300만원으로 늘렸는데, 전액 구비다. 이곳에는 상담사 4명, 일상생활지원단 3명 등 모두 7명이 근무한다. 지난해는 서울시동행일자리에서 직원을 파견받는 형식이었다면, 올해는 정식으로 채용해 구 내 일자리를 늘리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4월에는 일상생활지원단이 사용할 전용 차량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 부장은 “직원들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고 안정적인 운영도 가능해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 만족도를 더욱 높여가겠다”고 했다.

“지난해는 어르신행복콜센터를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면, 올해는 더 많은 지역 어르신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시작점입니다.”

김 팀장은 “동작구는 노인을 위한 통합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를 마련해 꼭 필요한 ‘맞춤 복지’를 실현하고 있다”며 “가능한 한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모든 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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