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중랑구, 자치구 최대 ‘마음 상담소’ 열어

‘토닥토닥 마음건강상담소’ 2호점 망우본동에 들어서

등록 : 2024-03-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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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중랑구 망우본동에서 ‘토닥토닥 마음건강상담소’ 2호점 개소식이 열렸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이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심리상담실 5곳, 검사실 1곳 등 갖춰

학교 밀집지역 특성 맞춰 대상 확대

1호점, 상담 전문성 ‘5점 만점에 4.9점’

“대기 기간 줄이기와 상담사 확충 과제”

중랑구에 사는 이수미(가명·28)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 불안, 스트레스, 불면, 대인기피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인터넷 검색으로 중랑구보건소가 직접 운영하는 ‘토닥토닥 마음건강상담소’를 알게 되어 무료로 심리 검사와 상담을 받았다. 10여 차례 상담을 통해 힘든 마음을 드러내고 자기 마음 상태를 이해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는 한편, 지난번 직장에서 퇴직하는 과정에서 얻었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도 상당 부분 치유됐다. 중랑구 토닥토닥 마음건강상담소는 2018년 정신건강복지센터(서울의료원 위탁운영)의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구민의 심리 안정과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서였다. 2022년부터 보건소 직영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정신건강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엔 구청 제2청사(옛 신내2동 관상복합청사)로 옮겨 새 둥지를 틀었다.

이달엔 망우본동에 마음건강상담소 2호점이 들어섰다. 중랑구가 류경기 구청장의 ‘행복하고 건강한 복지 실현’ 공약 사업으로 추진한 성과다. 구는 구민들이 부담 없이 공공 심리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서너 개 동을 아우르는 권역 세 곳 조성을 목표로 세웠다.

5일 열린 2호점 개소식에서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정신건강 문제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드러내기를 꺼리는 경우가 적잖다”고 지적하며 “정신건강을 돌보는 것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구청장은 “구민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가족·대인 관계 갈등, 직장 스트레스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상담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스와 두뇌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분석기.

마음건강상담소 2호점은 서울 자치구 공공 심리 상담소 가운데 가장 넓다. 준공 4년차 신축 주상복합 건물 2층에 406㎡(123평) 규모로, 33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어졌다. 건물 매입비 24억1천만원은 ‘2021년 10분동네 생활SOC 확충사업’ 공모에 신청해 저층 주거지 생활밀착형 사회기반공급 사업으로 선정돼 확보했다. 조성비 약 8억9천만원은 시비(5억3천여만원)와 구비(3억5천여만원)로 마련했다.

개소식 참석자들은 2호점 공간을 둘러보며 ‘우와, 좋네’ ‘정말 잘해 놨네’라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흰색·베이지 계열과 우드톤으로 인테리어를 마감해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공간은 입구에서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오른쪽 공간은 통창에 북두칠성 모양의 조명등으로 꾸며진 로비, 상담실 2곳과 놀이치료실 등을 갖췄다. 왼쪽 공간엔 스트레스와 두뇌 건강을 직접 검사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실, 서울형 마음정원(상담실), 커뮤니티 존, 북카페 등이 있었다. 주민 대표로 참석한 서정복 망우본동 주민자치회장은 “주민을 위한 공간이 적어 늘 아쉬웠는데, 이렇게 넓고 쾌적한 곳이 생겨 좋다”며 “주민들의 마음 쉼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음건강상담소의 주민 이용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심리상담은 1만4천여 건이 진행됐다. 등록자는 1500여 명에 이르는데 지난해 신규등록자는 601명이었다. 여성(78%)과 60대 이상(23.3%)이 많았고 직업은 무직(45.6%), 직장인(25.5%), 주부(12.5%) 순으로 많았다.

상담 영역은 정서·성격 문제, 가족·대인 관계 갈등, 직장 스트레스 등이다. 지난해 1호점 상담 내용을 보면 우울과 불안 등 정서·성격(73.2%), 가족관계 갈등(17.1%), 대인관계 갈등(7.2%) 순으로 상담이 이뤄졌다. 상담은 주 1회 50분씩, 최대 8회 진행된다. 내담자의 상태에 따라 추가로 상담이 이뤄지기도 한다.

가족 상담과 명상 프로그램 등을 할 수 있는 브이아이피(VIP) 상담실.

상담에 대한 만족도와 효과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8점으로 높았다. 상담의 전문성, 해결 노력, 도움 정도 항목은 4.9점으로 특히 높았다. 효과성을 볼 수 있는 간이심리검사(2022년) 비교에선 우울, 불안, 트라우마 등이 상담 뒤 40~50% 정도 줄었다. 정예지 정신보건팀 주무관은 “자신에 대해 알고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찾으면서, 처음 올 때와 달리 눈빛도 달라지고 표정도 편안해지는 분이 많다”고 전했다.

마음건강상담소 2호점은 1호점과 달리 대상자를 특화해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초중고 11곳이 있는 학교 밀집 지역의 특성을 살려 청소년과 학부모 상담에 중점을 둔다. 주홍선 정신보건팀장은 “지난해 성인과 청소년 각 800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상담 수요를 확인했다”며 “대부분의 응답자가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고 상담 내용의 비밀 보장이 잘되는 곳으로 운영되길 원했다”고 전했다.

마음건강상담소의 인력과 예산의 제약 때문에 예약 뒤 대기 기간이 긴 불편은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 1월 1호점 신규 신청자가 99명이나 크게 늘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상담사는 모두 7명(객원 4명 포함)이 근무하고 있다. 연간 운영비 3억여원은 전액 구비라 인력 충원 등을 위해서는 추가예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정애 건강증진과장은 “대기 기간을 1주일 이내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상담의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수한 상담사를 확보하고 역량 강화 지원에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상담소 운영시간이 평일(오전 9시~오후 5시)이라 직장인들의 이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찾아가는 상담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류 구청장은 “마음건강상담소 3호점이 하반기 면목 3·8동에 들어설 예정”이라며 “권역별 조성을 잘 마무리해 (구민들의) 마음건강이 튼튼한 중랑구가 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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