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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아이 건강하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일곱째 낳은 ‘중구 다둥이 엄마’ 전혜희씨

등록 : 2024-03-2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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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곱째를 낳아 중구 최초로 출산지원금 1천만원을 받은 전혜희씨가 21일 청구동 자택에서 아이들과 함께 모여 사진을 찍었다. 앞줄 왼쪽부터 셋째, 여섯째, 넷째, 다섯째, 뒷줄 왼쪽부터 둘째, 전혜희씨와 일곱째, 첫째 아이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중구의 출산지원금 1천만원 첫 수혜

금호석유화학그룹도 1억원 기부해줘

아이들 성장 따라 16평 집서 이사 계획

“오는 9월 대학 복학 뒤 취업도 할 계획”

21일 저녁 7시께, 중구 청구동 ‘다둥이네’를 방문했다. 전혜희(29)씨가 2월5일 낳은 일곱째를 안고 반갑게 맞았다. 다섯째는 텔레비전으로 만화영화를 열심히 보고 있었고, 여섯째는 손님이 반가운지 장난감 자동차를 보여주며 귀엽게 인사했다. 20여 분쯤 지나자 전씨의 어머니가 돌봄을 마친 아이들 넷을 데려왔다. ‘완전체’가 되자 집 안이 시끌벅적해졌다. 16평 남짓한 집이 더욱 좁아 보였다. 전씨는 일곱째를 낳아 중구의 출산양육지원금 1천만원을 받았다. 중구는 지난해부터 출산양육지원금을 다섯째부터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늘렸는데, 전씨가 첫 수혜자가 됐다.

20대 후반에 일곱 아이 엄마가 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 ‘비결’을 물었다. “저도 너무 신기해요. 이렇게 아이를 많이 낳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죠.” 전씨가 아이 일곱을 낳기까지는 계획과 ‘우연’이 겹쳤다.

첫째(딸·11살)와 둘째(딸·8살)를 낳은 뒤 전씨 부모님은 딸이 아들을 낳지 못해 시집살이할까봐 걱정이 컸다. 그런데 전씨는 셋째(딸·6살)를 낳은 뒤 다시 연년생으로 넷째(아들·5살)를 낳았다. 전씨는 “제가 넷째를 가졌을 때 간암으로 투병하시던 아버지가 꼭 아들을 낳으라는 유언 아닌 유언을 하셨다”며 “결국 넷째를 못 보고 돌아가셨다”며 아쉬워했다.


아들을 낳았지만 걱정이 생겼다. “누나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동처럼 겉도는 거예요. 안타까워서 남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다섯째(딸·4살)와 여섯째(아들·3살)다. “이제 아이를 그만 낳아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세상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전씨와 남편은 지난해 11월, 10여 년 넘게 미뤄왔던 결혼식을 올렸다. 일곱째(아들)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 생겼다.

“서로 우애가 좋아요. 싸우기도 하는데 금방 풀리고 서로 잘 지내는 걸 보면 제가 봐도 무척 부러워요. 그리고 서로 도와주고 힘내라고 할 때 참 좋아요.”

전씨는 “주위 사람들이 애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든데 이렇게 많으면 뭐가 좋으냐고 물어본다”며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저 귀엽고, 예쁘고, 뿌듯하다”고 했다.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대가족인 만큼 현실 고민도 뒤따르는데, 생활비가 만만찮게 들어간다. “한해 한해 아이들이 커갈수록 더 많이 들어요. 남편 혼자 외벌이하다 보니 많이 빠듯하죠. 그만큼 아이들에게 못해주는 게 많아요.” 전씨는 “한창 자랄 나이에 균형 있는 식사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한 달 식비만 해도 2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전씨에게 당장 급한 것은 대가족이 살 수 있는 집과 아이들 교육 문제다. “애들이 아직 어리다보니 여기서 살 수 있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중학교 가고 고등학교 갈 텐데, 이곳에서는 거의 생활이 안 될 거잖아요.” 다행히 일곱째 소식을 접한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기부한 1억원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웠다.

전씨는 “마침 첫째가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라 따로 방이 필요해 고민이 많았는데, 이렇게 큰 도움을 받아 무척 고맙다”고 했다. 전씨는 아이가 많으면 사소한 것 하나라도 비용 부담이 큰데 어린이집 입학금, 특별활동비, 식비 등이 무료인 중구의 ‘학부모 제로 정책’ 덕을 많이 보고 있다고 했다.

전씨는 손이 부족하거나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할 때 가장 속상하다고 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가 아프다고 전화가 왔는데, 어린이집에서도 애가 아프니 데려가라고 전화가 오면 어쩔 도리가 없어요. 몸은 하나인데 나눠서 갈 수도 없고, 그때는 참 서러운 생각이 들죠.”

그래서 전씨는 친정어머니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가까운 곳에 사는 어머니는 매일 딸과 함께 손주들을 돌본다. “엄마가 제일 고맙죠. 첫아이를 정말 지극정성으로 키워주셨어요. 당뇨를 앓고 있고 퇴행성 관절염으로 수술도 해야 하는데 아직 못하고 있어요.” 전씨는 “엄마가 손주들 키우느라 건강이 많이 나빠져 너무 죄송하다”며 “제대로 수술해 건강을 회복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전씨는 첫아이를 낳은 뒤 잠시 간호보조 업무와 콜센터에서 상담 일을 했다. 여섯째를 낳은 뒤 한양사이버대학에서 군경상담학을 배우다 휴학 중이다. “여섯째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대학 과제를 울면서 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올해 9월에 복학할 생각입니다.” 전씨는 “더 이상 외벌이는 힘들어서 안 될 것 같다”며 “취업해 남편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싶다”고 했다.

“혼자 있을 때는 대학생으로 보는 사람도 있어요. 듣기 좋으라고 해주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고등학생으로까지 보더라고요. 애들 데리고 나가면 엄마는 어린이집 원장, 저는 교사인 줄 알아요.” 멋쩍게 웃은 뒤 전씨는 “아이를 키우는 건 힘들지만, 금방 크더라”며 “앞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만 준다면 더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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