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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폰’은 핸드 드립, 에스프레소, 더치 등과 함께 원두커피를 내리는 한 방식이다. 사이폰이란 말은 ‘쉽게 빨아올리는 관’이라는 뜻으로, 진공 커피포트라고도 한다. 물이 담긴 플라스크를 가열해 생기는 증기의 압력 차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진공 여과 방식이다. 1840년대에 스코틀랜드 사람이 처음 개발했다고 한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눈으로 마시는 커피’로 표현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더 깔끔한 맛과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각자의 취향에 따라 풍미를 창조할 수 있어, 내리는 사람에게 직접 커피를 만드는 멋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커피 대국 일본에서는 각종 애호가 대회가 성행할 정도로 사이폰 커피 기호층이 두텁고, 2~3대째 이어지고 있는 전문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제대회를 처음 유치하기도 했지만 대중적으로는 아직 낯설다. 기구 제작 명맥조차 거의 끊어져 일반 소비는 대부분 일제를 비롯한 외국산 수입에 의존한다.
사이폰 커피 맛의 차이는 디테일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두의 가공 정도, 물의 온도, 물과 원두가 섞이는 타이밍, 커피와 물을 넣는 순서뿐 아니라 심지어 젓는 방법에서도 맛 차이가 난다고 마니아들은 주장한다. 동그랗게 젓느냐, 네모지게 젓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면? 현인선씨는 “동그랗게 젓는” 쪽이다. 수증기가 올라오기 10초 전에 커피 가루를 넣고 저은 다음 30초쯤 후에 불을 끄고 다시 젓는다고. 가열된 뜨거운 물이 커피에 닿는 데 1분 정도 걸리도록 불을 조절하는 것도 현씨가 경험에서 얻은 그의 비법이다.
원두는 콜롬비아 수프레모, 브라질NY2, 케냐A.A, 과테말라 안티구아, 인도네시아 만델링, 에티오피아 산을 즐겨 쓰며, 이 가운데 4가지를 섞어서 미네르바만의 하우스 커피를 만들어낸다. 사이폰 커피는 같은 종류 원두를 2잔 이상 주문하면 손님 테이블에서 커피를 바로 내려준다.
미네르바 사이폰 커피의 역사는 개업 때부터다. 1975년 미네르바 카페를 처음 연 사람은 당시 연세대 대학원 재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반 카페를 찾은 한 중년 신사가 현씨에게 자신을 ‘창업자’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현씨가 보기에 클래식 음악과 커피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이폰 원두커피 1세대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그가 남기고 간 당부는 당연히 카페 미네르바가 사이폰 원두커피 전문점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주는 것이었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