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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청년 주거 안정에 기여…“관련 법은 미비”

빈집 임차·수리해 청년에 싸게 임대하는 서울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등 ‘사회주택’ 속도

등록 : 2017-06-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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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공가’ 8호점의 입주자들이 마당에서 바베큐 잔치를 하고 있다. 두꺼비하우징 제공
“혼자 사는 외로움과 고독감을 이길 수 있었죠. 서로에게 지지대가 된다고 할까요?”

서울 은평구 녹번역 근처 ‘공가 8호점’에 사는 사회초년생 정승훈(27)씨는 공가 생활의 장점을 이렇게 말했다. 공가에 함께 사는 여덟 사람이 자신의 ‘매트리스’라고 표현했다.

정씨는 공가 8호점이 생긴 지난해 6월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다. 대구에서 대학을 마치고 취업하려고 서울로 올라온 뒤, 공가에 들어오기 직전엔 독서실에서 지냈다. 공가에선 16㎡(4.8평)의 방을 다른 친구와 함께 쓴다. 그는 “공간의 퀄리티 등을 고려하면 비슷한 거주 환경보다 10만원 정도 싸게 생활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공가는 사회적기업인 두꺼비하우징이 서울시의 사회주택 영역 가운데 하나인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지은 임대 공동주택이다. 두꺼비하우징이 주택정비사업의 지연 등으로 방치돼 있던 ‘빈집’의 주인과 임대 계약을 맺은 뒤 서울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4000만원을 지원받아 말끔하게 고쳤다. ‘비어 있는 공가(空家)에서 함께 사는 공가(共家)로'가 슬로건이다. 입주 대상은 무주택 1인 가구일 경우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여야 한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0% 이하이고, 입주자는 6~8년의 임대 기간을 보장받는다.

공가 8호 입주자들은 공동체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들은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들이 스스로 결성한 비영리 민간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의 조합원들이다. 인근에 있는 서울혁신파크의 프로그램이나 마을 커뮤니티 모임 등에 함께 참여하며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두꺼비하우징의 김하윤 매니저는 “공가는 빈집 살리기와 청년 지원, 그리고 지역 활성화까지 지향하는 도시·지역 재생사업”이라고 밝혔다.

공가 프로젝트의 토대가 된 서울시의 사회주택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 출발한 이 사업은 현재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가 땅을 사 사회적기업 등이 집을 짓게 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공가와 같은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낡은 고시촌 등을 손질해 1인 가구와 젊은층에 주로 공급하는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이 그것이다. 두꺼비하우징은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와 결합해 모두 9곳에 공가를 지었고, 동대문구 장위동에서 토지임대부 임대주택을 진행 중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임대주택을 사회경제적 주체가 관리하는 ‘위탁관리형 사회주택’도 올해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다.

최경호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장은 “사회주택의 공급을 늘려 청년층을 포함한 중산층 이하의 서울 시민들에게 안정적이고 부담 가능한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사회임대 7%에 불과…개정안 국회 계류중

서울시가 이처럼 사회주택에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앞날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서울시가 공급했거나 공급할 예정인 사회주택은 모두 1091세대다(표 참조). 5월 현재 주민등록상 서울시에 420만7393세대가 살고 있는 것에 견주면 0.03%에 불과한 규모다.

우리와 달리 일찍부터 ‘사회임대’가 활성화한 유럽의 경우엔 ‘자가 점유’와 ‘사적 임대’를 뺀 사회임대의 비중이 20% 이상인 나라가 적지 않다. 최 센터장은 “2007년을 기준으로 사회임대의 비중이 네덜란드는 35%, 오스트리아는 25% 수준”이라며 “이들 나라에선 사회임대가 사적 임대보다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임대를 사회임대에 포함시켜도 서울에서 그 비중은 7% 정도다. 그나마 이 수치가 나온 것도 서울시가 최근 공공임대를 적극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주택 업계에선 무엇보다 사회주택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게 정부의 주택도시기금을 사회주택에 지원할 수 있도록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손질하는 일이다.

지금도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의 건축비나 빈집 리모델링 사업비 등에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에서 비용의 90%까지 융자가 가능하지만, 그 재원 규모가 올해의 경우 80억원에 불과해 사업을 여러 곳에서 활발히 진행하는 데는 많이 부족하다. 두꺼비하우징의 김미정 대표(건축사)는 “주택도시기금을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어야 사회주택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선 주택도시기금의 사회주택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국토교통위를 통과하고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만으론 사회주택 지원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연내에 개정안이 통과돼 사회주택 활성화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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