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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시민과 소통하며 사회적경제 정책 펼쳐야”

한국 사회적경제 전문가, 에릭 비데 프랑스 르망대 교수…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 초청 포럼 참석차 방한

등록 : 2016-08-11 14:28 수정 : 2016-08-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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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은평구 사회혁신파크에서 만난 애릭 비데는 서울시가 사회적경제를 주된 경제정책으로 삼은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한국의 사회적경제 전문가보다 한국의 사회적경제를 더 많이 아는 외국 학자.’

한국 사회적경제 부문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에릭 비데(50) 프랑스 르망대 교수를 이렇게 평한다. 비데 교수는 한국의 사회적경제를 외국에 알리는 데 기여한 대표적인 유럽 학자이다. 한국의 사회적경제를 연구해 2002년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그가 국제 저널에 기고한 한국 사회적경제 논문은 10편이 훌쩍 넘는다.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초청 포럼 참석차 방한 중인 비데 교수를 지난 9일 만났다. 그는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압축적 성장을 했고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한국의 사회적경제를 이끄는 서울시는 사회적경제 정책을 펼칠 때, 시민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 개념은 여전히 낯설다. 프랑스에서는 어떤가?

“프랑스 사회적경제는 시민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자주 만난다. 2년 전 제정된 사회연대경제법으로 사회적경제 개념은 좀 더 대중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사회적경제의 범위도 더 넓어졌다. 기존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재단, 비영리 조직 외에도 사회적 목적을 갖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며 이익의 일부를 공동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기업들도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인정한다.”

- 한국의 사회적경제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990년부터 2년 동안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일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 본 한국은 유교문화가 강하고 풀뿌리 참여민주주의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사회였다. 그런 곳에서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한국의 사회적경제를 잡았다. 1998년부터 한국에서 살면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을 조사하며 연구했다.”

- 프랑스와 한국의 사회적경제를 비교하면?

“프랑스와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역사적으로나 발전 과정에서 차이가 있지만, 현재의 사회적경제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150년에 걸쳐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이 발전해왔다. 반면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시작되었다. 20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다. 그동안 주로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가 커왔다. 최근에는 두 나라 사회적경제 모두 로컬푸드, 사회적금융, 유기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해지는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 2011년부터 서울시가 펼쳐온 사회적경제 정책을 평가한다면?

“서울시가 사회적경제를 주된 경제정책으로 삼은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아직 5~6년 정도라 성과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긴 안목으로 정책을 이어갔으면 한다. 서울시가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획기적이다. 유럽 도시들보다 사회적경제 정책은 늦게 펼쳤지만, 유럽에 앞서 세계의 사회적경제를 연결하는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가 세계의 사회적경제 활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 사회적경제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대해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있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활동은 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목적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은 당연하다. 큰 기업들도 성장할 때까지 정부 지원을 받기도 한다. 10여 년 전 프랑스에서도 이런 논쟁이 있었다. 그때 에어프랑스에 대해 정부가 지원한 자금과 비교하면서 자연스레 논쟁이 마무리됐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에 대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원은 정당하고 떳떳하게 여겨야 한다.”

- 프랑스의 지방정부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

“지방정부가 사회적경제 기업에 직접 출자하기도 한다. 예컨대 파리시에는 ‘알테아’라는 사회적기업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자치구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하고 있다. 파리시와 자치구가 이 기업의 지분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했다. 이런 출자는 사회적기업의 안정적 운영에 크게 도움이 된다. 최근에 사회적경제 기업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재정적 지원에서 공모사업 방식으로 바뀌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 서울시가 사회적경제 정책을 펼칠 때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균형이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도와주는 차원에서 개입을 하지만 사회적기업의 자율성을 해치지는 않아야 한다. 또한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을 나누는 협력자로 인식하고, 대등하게 관계를 맺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회적경제 기업이 구체적으로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보여 주면서 더 많은 시민이 사회적경제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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