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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쉼터, 도심 공원과 만나 ‘주민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다

등록 : 2021-12-09 15:31 수정 : 2021-12-0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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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신정6동 양천공원 책쉼터에서 3일 어린이를 대상으로 자연에서 배우는 지혜 강연을 하는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양천구, 양천공원과 넘은들공원에 복합문화공간 책쉼터 만들어

자연과 어우러진 건물,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우수상 수상

양천구 신정3동 넘은들공원 책쉼터.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공부하다가 살짝 눈을 돌리면 공원에 있는 나무와 풀이 보이는 게 정서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줘요. 책과 자연과 휴식이 함께 있는 공간이 많을수록 코로나19 시대에 적게나마 위안이 된다고 봐요.”

박현정(44·화곡동)씨는 5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4회 정도 양천구 신정6동 양천공원 책쉼터를 이용한다. 박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처음에는 동네 근처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를 이용했다. 우연히 양천공원 책쉼터에 와서 보니 탁 트인 공간에 열려있는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박씨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사람들과 단절된 것 같아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며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지만 이곳에 오면 마음도 편해지고 따뜻한 느낌으로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또한 박씨는 “일반 도서관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곤거리는 작은 소리도 듣기 좋고, 여러모로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부해 오히려 집중이 잘된다”며 “나무가 있는 자연 속에서 책도 보고 휴식도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좋다”고 했다. 12월3일 양천공원 책쉼터에는 추운 날씨인데도 많은 시민이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었다. 이날은 생태동화작가 권오준씨가 부모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자연에서 배우는 지혜’를 주제로 강연했다. 다양한 새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게 강연 취지다.

권 강사는 강연 도중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본 적이 없는 새 부리, 가장 엉뚱한 새 부리를 그려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제각각 자신이 생각하는 새 부리를 종이에 그렸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최윤성(10·서정초 4)군은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새 부리를 그렸다”며 그림을 펼쳐 보여줬다. 최군은 학원을 가지 않는 날이면 항상 집과 가까운 양천공원 책쉼터를 찾는다. 과학과 생명에 관심이 많은 최군은 “오늘 강연을 듣고 오리가 20년을 산다는 것을 알고 매우 인상 깊었다”며 “이곳에 오면 강연도 듣고 이것저것 관심 있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양천공원 책쉼터에서 주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양천구는 시민들이 가까운 도심 공원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정원 도시’를 만들고 있다. 구는 도심 공원의 새로운 역할을 책쉼터와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에서 찾았다. 대부분 도심 공원이 산책과 휴식 위주인 데 견줘 양천구는 책을 매개로 독서와 이야기, 소통과 화합, 휴식과 치유 기능을 갖춘 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이를 위해 양천구는 지난해 10월 신정6동 양천공원과 올해 4월 신정3동 넘은들공원에 책쉼터를 각각 만들었다. 이에 따라 양천공원과 넘은들공원은 공원과 도서관 기능을 갖춘 책쉼터가 함께 있는 공간이 됨으로써 공원에서 산책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서, 체험 등을 하고 공연, 전시, 강연도 접할 수 있다.

주위 공원과 조화를 이루는 양천공원 책쉼터와 넘은들공원 책쉼터는 유명 건축상도 받았다. 지난 9월 양천공원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2021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 넘은들공원은 우수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은 공공기관이 만든 공공건축물이나 공간환경, 생활기반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 양천공원 책쉼터는 이미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도 받은 바 있다.

양천구 신정6동 양천공원 책쉼터 전경. 양천구 제공

양천공원 책쉼터(1층·연면적 464㎡) 건물은 지형의 높낮이를 그대로 살려 만들어 주위 경관과 조화를 이루면서 입체적인 공간 내부를 갖췄다. 지형이 낮은 곳에 책쉼터 입구와 카페를 만들어 지역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고, 지형이 높은 곳은 독서와 휴식을 할 수 있는 정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내부 지형의 높낮이를 활용해 계단식 라운지를 만들어 강연,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창출했다. 특히 계단식 라운지 전면 폴딩도어를 열면 밖 잔디 마당과 이어져 음악회, 영화제, 북토크등 다양한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책과 자연과 휴식이 함께 있어 코로나 시대 큰 위안됩니다”

책 매개 다기능 통합한 커뮤니티 공간

전시·음악회·강연 등 프로그램 풍성

“주민 위한 ‘정원 도시 양천’ 만들어갈 것”

양천공원 책쉼터는 곡선 형태로 만들어진 야외 베이비존 잔디마당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 건물을 만들어, 건물 외형이 흔한 직선형이 아니라 부드러운 곡선 형태를이루고 있다. 또한 이미 양천공원 안에 있던 쿵쾅쿵쾅 꿈마루 놀이터, 키지트 등 통합놀이터와 연계성도 높였다.

강임석 양천구 공원녹지과 공원팀 주무관은 “양천공원 책쉼터는 책쉼터와 공원, 놀이터를 연계한 설계로 소통과 화합, 독서와 이야기, 삶과 치유를 아우르는 통합적 커뮤니티 공간을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넘은들공원은 어둡고 우범지대처럼 여겨졌던 방치된 숲이었다. 올해 ‘건강한 동네숲’으로 재정비하면서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책쉼터도 만들었다. 책쉼터는 공원 어귀에 있는 숲속 작은 오두막집을 연상시킨다. 아담한 지상 1층 건물(연면적 127㎡)인 넘은들공원 책쉼터는 독서, 휴식, 대화가 가능한 힐링 복합 공간이다. 내부 모습이 북카페처럼 편안해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넘은들공원 책쉼터는 경사 지형을 이용해 책쉼터와 화장실이 층을 이루는 형태로 지어졌다. 넘은들공원은 산지형이라 책쉼터가 위치한 곳은 공원 출입구에서 보면 지형의 높낮이 차이가 제법 크다. 큰 규모의 건물을 지으려면 지형 높낮이를 맞추는 등 대규모 토목 공사로 주위 환경을 바꿔야 하는데, 넘은들공원 책쉼터는 지형을 그대로 살려주위 환경에 맞게 건물을 지었다. 낮은 곳에 화장실, 높은 곳에 책쉼터를 따로 떼어내 만들어 건물 규모를 줄여 주위 공원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강 주무관은 “넘은들공원에는 서울시 보호종 동물 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박새등이 살고 긴병꽃풀 군락이 있어 공원 정상부에 만들려다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원 입구 쪽에 책쉼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양천구 신정3동 넘은들공원 책쉼터 내부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양천공원 책쉼터와 넘은들공원 책쉼터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양천공원 책쉼터는 초록공방, 자연그림, 숲속음악회, 넘은들공원 책쉼터는 공예 체험, 플리마켓, 버스킹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공원의 계절별 변화에 따라 숲의 아름다움, 동식물의 생태 변화 등을 알려주는 숲체험과 해설, 놀이를 통해 자연의 가치를 함께 배우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넘은들공원 책쉼터는 지역 주민들이 편안하게 와서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주민커뮤니티 소통 공간이다. 주민들이 요청하면 강사를 초빙해 문화 프로그램도 주 1~2회씩 운영한다. 노소연(49) 넘은들공원 책쉼터 매니저는 “주로 어린이집 아이들이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떡공예, 뜨게 공예, 가죽공예 등 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많이 한다”

며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만들다보니 주민 반응도 좋다”고 했다. 지역 주민이기도 한 노 매니저는 “이런 공간이 있다는게 지역 주민들에게는 큰 행운”이라며 “여러사람과 대화도 하고 꼭 하고 싶은 공예 체험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먼 곳보다는 도심 공원이 주민의 여가와 문화 중심지가 되고 있다. 양천구는 주민이 집과 가까운 곳에서 문화, 건강, 체육 생활을 즐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주민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구를 대표하는 공원 축제도 만들 계획이다. 장지연 양천구 공원문화팀 주무관은 “앞으로 공원과 책쉼터를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민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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