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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마포구 성산동 위탁형 대안학교 ‘비전학교’ 앞에서 황인국 한국청소년재단 이사장이 ‘이어서 완주하라’ 행사에 앞서 깃발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재단 운영 위탁형 대안학교에서는 2003년부터 도보여행을 필수 활동으로 운영해왔다. 기획부터 졸업생 강의, 단체복과 사진 책자를 만들기 위한 모금, 발표회 등 하나의 온전한 교육 과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재단 운영 ‘위탁형 대안학교’ 필수활동
2003년 시작, 서울~양양 220㎞ 완보
코로나 때엔 서울 둘레길 릴레이 걷기
모금·발표회도 청소년 스스로 해내
“자신 내면에 있는 이겨내는 힘 발견”
“힘들었지만 뿌듯했어요.” 권유민양은 지난 12일 도보여행 ‘이어서 완주하라’ 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권양은 멘티들과 함께 4시간 동안 10여㎞를 걸었다. 권양은 구로구에 있는 공립 위탁형 대안학교 ‘달꿈’에 다닌다. 원래 다니던 일반 중학교에 학적은 그대로 둔 상태로 지난해부터 달꿈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권양은 “멘토 선생님들이 뒤처졌을 때 기다려주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며 잘 내려갈 수 있게 도와줘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올해 도보여행에서는 지난해처럼 서울 둘레길 157㎞를 이어 완보했다. 13개 코스로 나눠 19명의 학생이 38명의 멘토와 함께했다.
“지난해엔 제가 멘토로 유민이와 함께 걸었는데,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난 아이라 걷는 동안 노래도 부르며 즐거워해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17일 서대문구 연희동 한국청소년재단에서 만난 황인국(59) 이사장이 뿌듯해하며 말했다. 도보여행은 자서전 쓰기, 인턴십 활동과 함께 한국청소년재단이 운영하는 대안학교의 3대 필수활동이다. 2003년 시작돼 해를 거듭하면서 하나의 온전한 교육 과정이 됐다.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기획하고 함께 답사한다. 펀딩 활동도 한다. 모금액은 단체복과 활동 결과 책자를 만드는 데 쓴다. 활동 뒤에 발표회도 연다. “아이들이 활동 하나하나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게 의도적으로 시끌벅적하게 진행해요. 재밌게, 유쾌하게 프로젝트를 하는 데 훈련이 되는 거죠.”
“지난해엔 제가 멘토로 유민이와 함께 걸었는데,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난 아이라 걷는 동안 노래도 부르며 즐거워해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17일 서대문구 연희동 한국청소년재단에서 만난 황인국(59) 이사장이 뿌듯해하며 말했다. 도보여행은 자서전 쓰기, 인턴십 활동과 함께 한국청소년재단이 운영하는 대안학교의 3대 필수활동이다. 2003년 시작돼 해를 거듭하면서 하나의 온전한 교육 과정이 됐다.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기획하고 함께 답사한다. 펀딩 활동도 한다. 모금액은 단체복과 활동 결과 책자를 만드는 데 쓴다. 활동 뒤에 발표회도 연다. “아이들이 활동 하나하나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게 의도적으로 시끌벅적하게 진행해요. 재밌게, 유쾌하게 프로젝트를 하는 데 훈련이 되는 거죠.”
도보여행 책자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엔 이름 그대로의 도보여행을 했었다. 서울에서 강원도 양양 낙산해수욕장까지 일주일간 220㎞를 걸었다. 도보여행은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해냈다’는 큰 성취감을 줬다. 아이들은 상처와 아픔을 씻어가며 자신 안에 있는 이겨내는 힘을 발견해냈다. ‘내가 220㎞를 걸은 사람이다’라며 자랑스러워하거나 ‘물집이 10개나 잡혔는데도 끝까지 다 걸었다’고 뿌듯해하기도 했다. 황 이사장은 “어른인 나도 처음엔 너무 힘들어 허벅지에 대상포진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아이들은 회복력이 뛰어나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생생해졌다”고 전했다.
한국청소년재단은 서울시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대안학교를 현재 3곳 운영한다. 중등부인 달꿈과 고등부인 ‘도시속작은학교’(서대문구), ‘비전학교’(마포구)다. 황 이사장은 2000년부터 청소년 지원사업을 해왔다. 그는 “돌이켜보니 운명이었던 같다”고 했다.
그는 힘든 20대를 보냈다.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 뒤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막노동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암울하게 지내면서, 청년들이 고민을 상담할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민단체 ‘한국청년의전화’를 만들어 활동했다. 그사이 친구의 권유로 방송대 교육학과에 입학해 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9년 만에 졸업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여파로 한 해 7만 명 넘는 중고등학생이 학업을 중단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학교중퇴 청소년을 지원하는 서울시 사업에 참여했다. 청년의전화를 한국청소년재단으로 법인화하고 2년 동안의 사업이 끝난 뒤 도시형 대안학교를 만들었다. 서울에서 민간단체 운영 첫 대안학교였다. 처음엔 비인가였고, 2005년 서울시교육청 위탁형으로 바뀌었다. 대안학교를 운영하면서 여러 청소년 지원사업(민주시민아카데미, 해외봉사단 등)을 하고 청소년 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해왔다.
그는 시대 흐름과 새로운 문화를 수용해 사업을 만들어내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사업에 새로움을 더하려 늘 노력한다. 대표적으로 17년째 이어온 ‘사랑의 몰래산타 대작전’ 사업이 있다. 연말에 외롭게 지내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작은 마음을 나누자고 시작했다. 일대일로 자원봉사자가 산타가 되어 선물을 준비해 가정방문을 한다. 그는 “그간 누적 자원봉사자 수가 1만5천 명에 이르며, 이들의 따뜻한 마음 덕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코로나로 재작년엔 택배로 전달했는데 선물만 덜렁 전하고 나니 오랫동안 가슴이 아팠단다. “사람의 온기를 전하는 게 사업의 요체이기에 지난해엔 비대면으로 전달하고 멀리서라도 인사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황 이사장은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라고 말하면서도 제도는 아직 빈약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청소년의 이해와 의견을 반영하는 정책이 세워지도록 더 많은 청소년이 유권자가 될 수 있게 선거권 연령 낮추기 운동에도 함께해왔다. 몇 년 전부터는 교육감 선거연령을 16살로 낮추는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도록 군불을 때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청소년을 사회 중심에 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보내는 작지만 의미 있는 단체로 활동을 이어나가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한국청소년재단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