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치료 핵심 ‘마음 파악’

‘마음을 듣고 위로를 연주합니다’

등록 : 2023-03-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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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치료가 되나요?”

<마음을 듣고 위로를 연주합니다>(문학수첩 펴냄)의 저자인 음악치료사 구수정씨가 자주 듣는 질문이다. 아마도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던질 만한 질문이다.

심지어 구수정씨도 자신이 음악치료사가 되지 않았으면 같은 질문을 던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구씨는 20년간이나 연주자로 활동한 음악인이었다. 10년 전 ‘국소성 이긴장증’이라는 병으로 손의 감각을 잃어 연주자의 길을 포기했다. 그런 그도 음악치료사가 되기 전까지 잘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 치료사가 돼 접하게 된 음악치료의 세계는 ‘또 다른 신세계’였다. 연주자는 숙련된 연주기술이 필요하지만, 음악 치료사는 음악적 지식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심리학과 상담기술, 그리고 조금의 의학 지식이 필요한 융합학문이다.

연주자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지만, 음악치료사는 음악을 매개로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가령, 건강 회복을 목표로 하는 한 개인을 돕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매일 밤잠을 못 자는 사람이 잠을 자도록 돕는다. 단체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마음의 불편함을 내려놓게 도와준다.

무엇보다 연주자였을 때는 곡을 잘 해석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치료사가 된 뒤에는 내담자의 마음을 잘 해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구수정 음악치료사는 이와 관련해 첫 번째 음악치료를 했을 때 일을 잊지 못한다. 암병원의 아동 환자들에게 음악치료를 해주러 갔을 때다. ‘음악치료사 구수정’이라는 이름이 박힌 흰 가운을 입은 구수정씨는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나도 이제 음악치료사다.’


하지만 아이들이 치료실에 들어온 뒤 치료실 문을 닫자 한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울음은 파도타기 하듯 여기저기서 잇따라 터졌다. 아이들의 울음은 음악치료사가 가운을 벗고서야 잦아들었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최대한 다정하게 노래를 부르며 음악치료 세션을 마무리했지만, 그 ‘흰 가운 사건’은 구수정씨에게 다시금 음악치료사의 자세를 일깨워줬다.

‘암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린아이들에게 하얀색 가운은 불길한 옷이었다. 주사 놓는 선생님, 아니면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저자는 그날의 일을 교훈 삼아 오늘도 “축축하게 젖은 마음들을 정성스레 꺼내 따스한 볕에 쬐기 위해” 먼저 내담자의 마음을 챙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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