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커피에 나를 찾는 길을 묻는다

간단한 도구만 갖춰도 ‘나를 위한 홈카페’ 거뜬, 2급 바리스타도 10만 명 돌파

등록 : 2016-11-10 20:59 수정 : 2016-11-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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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고형 커피백화점 ‘어라운지’ 선유도점(영등포구 양평동)에서 열린 무료 커피워크숍에 참가한 직장인들. 2 ‘어라운지’ 선유도점에서 파는 다양한 종류의 핸드밀 기구들. 3 커핏가루를 응용한 가정용 향초. 4 지난 4월 서울커피엑스포에서 선보인 인도네시아산 루왁커피.
청년 밥 딜런이 뉴욕에 도착한 1961년, 거리는 춥고 혼란스러웠다. 어느 날은 시인들이 살던 옛집을 서성이며 애도하다가 근처 카페로 들어간다. 김 서린 창밖으로 도시 전체가 흔들리고, 그는 별안간 자신이 할 일을 또렷하게 깨닫는다.

내 집 안에 ‘카페’를 차리는 사람들

밥 딜런에게 카페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의 글을 읽는 이곳도 광화문 앞의 한 카페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우리마을상권분석 서비스’를 보면, 서울 시내 커피전문점 수는 2015년 말 기준으로 1만7000여 곳이다. 시장조사기관 GFK는 2015년 1분기 국내 캡슐 커피머신 판매량이 전년 대비 36% 급신장했다고 발표했다. 집 안에 나만의 카페를 만드는 경향도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커피 산업계는 올 한 해 주요 이슈 중 하나로 ‘홈카페족’을 주목했다. 온라인 동호회 ‘홈바리스타 클럽’의 김요한(33)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회원 수가 약 2만여 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회원들은 날마다 집에서 만든 커피를 인증하며 안부를 나눈다. 가정용 커피기구 ‘공동구매’를 관리하는 것이 김 대표의 중요한 일이 됐을 정도로 관심은 뜨겁다.

홈카페 기구 전문 판매점도 호황이다. 창고형 커피백화점 ‘어라운지’는 지난 한 해 매출액이 200% 늘었다고 한다. 가정용 핸드드립 용품 판매율만 전년 대비 57%나 늘었다고 발표했다. 커피를 제대로 배우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커피 입문자들과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카페뮤제오’의 무료 커피교실은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아예 전문 아카데미에 등록해 커피를 배우는 이들도 있다. 강남 스페셜티 커피학원의 양동민 트레이너는 “집에서 혼자 로스팅을 하던 분들이 더 좋은 장비를 사용해 더 맛있는 커피를 내려보려고 찾아온다”며 “대부분 커피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카페쇼’가 발간한 <2015 대한민국 커피 백서>는 가정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인구가 관람객 중 약 70%를 차지했으며, 관련업에 종사하지 않는데도 2급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진 이가 10만 명에 이른다고 기록했다. 올해 월간지 <홈카페>를 창간한 지영구 편집장은 당분간 이 흐름이 계속되리라 본다. “외출에 따른 번거로움, 번잡스러움을 싫어하는 사고방식, 개인화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다양한 기구로 커피의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홈카페가 늘어나는 이유”라고 보기 때문이다.

도시인들의 질문과 커피만이 아는 대답

‘어라운지’ 선유도점의 무료 커피워크숍에서 만난 직장인 환경인(39) 씨가 그런 경우다. 황 씨는 “술을 안 마시는 싱글족에게 이만한 취미가 없다”며 수업에 적극적이었다. 홈바리스타클럽의 김요한 대표도 “저렴한 예산으로 누리는 건전한 취미생활”이라는 점을 홈카페의 순기능으로 강조했다. 바쁜 도시인들이 각자의 독립된 방을 커피숍으로 이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 이토록 커피를 즐기게 되었을까. 다시 밥 딜런의 커피 테이블로 돌아가 본다. 시인 같은 음악인을 꿈꿨지만, 정치와 도덕이 혼란스러운 이 세계에서 꿈을 갖는 건 위험하다고도 생각했던 그. 무명 시절 도시를 떠돌다 머문 카페에서 불안은 내려놓고 자신을 되찾은 순간이 오늘날 우리들과 비슷해 보인다. 어지러운 세상 속 홀로 질문하는 시간과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법이다. 그곳에는 ‘커피만이 아는 대답’이 있다.

 

‘홈바리스타클럽’ 김요한 대표가 전하는 ‘홈카페’ 입문자를 위한 노하우

1. 예산 세우기: 홈카페 장비는 가격대가 1만~2만 원대부터 100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핸드드립 커피는 비싼 장비가 필요 없다. 비싼 기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자신에게 맞는 예산을 세운다.

2. 도구 고르기: ‘클레버’와 ‘핸드밀’만 갖추면 나만의 커피를 내릴 수 있다. 라테를 즐긴다면 ‘모카포트’를 추가한다. (※클레버 1만3000~1만9000원/핸드밀(아키아) 2만~3만 원/모카포트 2만~20만 원)

3.원두 고르기: 좋은 생두나 원두를 조금씩 사서 직접 갈아 마셔본다. 시간과 용량을 바꿔가며 내 입맛을 찾아본다.(※추천몰:toldastory.com/alexthecoffee.com/180coffee.com)

카페 트렌드를 한눈에, 제15회 서울카페쇼

아시아 최대 커피전문 전시회 ‘제15회 서울카페쇼 2016’이 1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40개국 600여 업체가 참가하며, 커피와 차, 베이커리, 카페 인테리어, 프랜차이즈 등 카페 산업 전반과 관련 업계의 최신 트렌드 또는 동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 풍성

서울카페쇼는 커피 비즈니스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서울 최대 커피 축제다.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등 대회 외에도 △유럽의 최신 커피 정보를 알 수 있는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SCAE) 바리스타 보난자’△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 팀 멤버들의 커피 제조 과정을 보고 시음할 수 있는 ‘WBC 올스타즈 서울’ △커피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커피 트레이닝 스테이션’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커피기구와 관련 서적도 시중보다 싸게 구할 수 있으며, 온라인과 현장에서 입장권을 판다.

카페 따라 서울 여행, ‘서울 커피투어 버스’

전시 기간 동안 ‘서울 커피투어 버스’가 서울 인기 카페마다 멈춘다. 서울카페쇼에서 나눠주는 투어 표가 있으면, 코엑스에서 강남, 이태원, 종로구, 상수, 홍대까지 서울의 주요 카페 22개소를 방문할 수 있다. 루소랩 정동점, 나무사이로, 프츠커피, 커피리브레 등 현재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들을 정류장 삼아 서울을 한 바퀴 돌아보자. (13일까지. 하루 4~5회 총 3코스 운영. 무료)

글 사진 전현주 문화창작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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