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 이론으로 본 ‘인간’

‘혼돈의 물리학’

등록 : 2023-05-18 15:01 수정 : 2023-05-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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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계는 예측할 수 없는 혼돈과 우연의 바다 위에서 태어났다!’

2015년 서울에서 개교한 지식순환협동조합(지순협) 대안대학 교수로 활동 중인 물리학자 유상균 박사의 <혼돈의 물리학>(플루토 펴냄)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20세기 이후 과학이 밝혀낸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초 재료인 원자의 세계는 뉴턴 물리학을 이루는 ‘질서와 법칙’이 아니라, ‘우연과 확률’이 지배한다는 점이다. 세상은 명확하게 존재하는데 그 세상을 이루는 원자는 명확한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정말 큰 아이러니다.

현대의 많은 과학자가 이 부분을 설명하려 노력했고, 결국 ‘복잡계 물리학’ 이론을 만들어냈다. <혼돈의 물리학>은 이 ‘복잡계 이론’을 통해 세계를 돌아보고 또 인간 사회를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는 불확실한 ‘혼돈’이, 질서와 규칙, 필연과 만나면서 물질과 세계가 탄생한다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물리학과 수학, 생물학, 인문·사회과학의 다양한 성과를 가로지른다.

저자는 이 복잡계 이론을 가지고 생명체의 존재와 인간 사회를 설명한다. 저자가 보기에 생명은 전형적인 복잡계다. 그것도 우주에서 가장 복잡하고 가장 조화로우며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진 복잡계다. 따라서 경이롭고 다양한 종이 계속해서 진화하는 생태계는 단순한 질서의 세계가 아닐 뿐 아니라 우연이 개입하면서 더 복잡한 생물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저자는 인간 사회에서도 이런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매우 복잡한 비선형적 상호작용을 통해 역동적 현상이 나타나고 사라진다고 본다. 하지만 그는 독특한 생명관을 통해 ‘인간의 공존’을 강조한다. 즉 생명 하나하나는 개별적인 ‘낱생명’이지만 이 ‘낱생명들’ 전체는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시스템을 이룬다. 저자는 이를 ‘온생명’이라고 부른다. 낱생명인 우리 각자는 온생명의 일부이므로 온생명의 죽음이 곧 우리의 죽음이다. 이러한 저자의 생명관에 따르면, 세계는 상대를 이겨야 내가 살아남는 투쟁의 장이 아니라 모두가 공생하는 곳이 된다.

<혼돈의…>는 과학적 지식 전달에 치중하는 다른 과학 도서들과 달리 과학을 통해 세계와 인간의 관계를 통찰하고, 진정으로 건강한 우리의 삶은 동서양의 생명관이 어우러져야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물리학자이면서 ‘농사지으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인 저자의 삶에서 나온 통찰에 바탕을 두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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