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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치료는 놀이를 통해 아동의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해가는 심리치료의 한 방법이다. 채은영 한국놀이치료학회 회장이 지난 12일 숙명여대 놀이치료실에서 모래상자놀이를 설명하고 있다. 언어를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놀이과정이 바로 의사소통 방법이 된다.
아이들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다
교회학교 율동교사 하며 놀이에 ‘관심’
“오징어게임 등 골목 놀이공간 사라져
놀이치료 중요성 더욱 높아지고 있어”
각 민족 전통놀이도 치유 효능 갖지만 40년대 ‘아동 중심 놀이치료 기법’ 탄생
피규어 등을 활용한 역할 놀이 하면서 마음속 스트레스 해소하는 과정 경험 “골목에서 아이들이 하던 오징어게임·고무줄놀이·딱지치기 등 전통놀이가 사라진 것도 그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지난 12일 숙명여대 놀이치료실에서 만난 채은영(47) 한국놀이치료학회 회장에게 “놀이치료가 중요한 이유”를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이다. “골목 문화가 없어지면서 아이들이 타인과 함께 놀이하는 자발적 놀이 공간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놀이치료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놀이치료는 말 그대로 놀이를 통해 아동의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해가는 심리치료의 한 방법이다. 언어를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놀이과정이 바로 의사소통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채은영 회장은 2022년 12월부터 한국놀이치료학회 제22대 회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놀이치료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제가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교회 학교에서 율동교사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놀이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채 회장은 아이들과 놀이에 관심을 갖게 되자 자신의 어릴적 모습도 되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2녀1남의 남매 중 장녀인 그는 “어릴 적 동생들이 나친구들과의 관계에서 혼자만 느끼는 어색함이 있었다”며 “놀이치료를 배우면서 제가 어릴 적에 풀어야 할 관계 이슈가 있었구나 하고 ‘자기 분석’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동과 놀이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결국 대학교 2학년 때 아동복지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아동상담과 아동심리치료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현재는 숙명여대 심리치료대학원 놀이치료학과에서 놀이치료 실습 담당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학회 회장으로 놀이치료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채 회장은 ‘놀이’에는 기본적으로 치유의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치유의 요소가 있기에 우리나라에서는 기마타기·닭싸움·땅따먹기 등 어린이를 위한 놀이뿐만 아니라 강강술래·차전놀이 등 집단이 하는 놀이도 만들어져 노동의 고됨을 이기고 풍요로운 삶을 기원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놀이의 치유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상 대다수 민족이 각각 특색 있는 민속놀이를 보유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채 회장은 “놀이에 치료적 속성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놀이가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른 심리치료와 마찬가지로 놀이치료도 치료의 이론적 틀과 놀이치료를 전문적으로 배운 전문치료사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각 민족 전통놀이도 치유 효능 갖지만 40년대 ‘아동 중심 놀이치료 기법’ 탄생
피규어 등을 활용한 역할 놀이 하면서 마음속 스트레스 해소하는 과정 경험 “골목에서 아이들이 하던 오징어게임·고무줄놀이·딱지치기 등 전통놀이가 사라진 것도 그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지난 12일 숙명여대 놀이치료실에서 만난 채은영(47) 한국놀이치료학회 회장에게 “놀이치료가 중요한 이유”를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이다. “골목 문화가 없어지면서 아이들이 타인과 함께 놀이하는 자발적 놀이 공간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놀이치료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놀이치료는 말 그대로 놀이를 통해 아동의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해가는 심리치료의 한 방법이다. 언어를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놀이과정이 바로 의사소통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채은영 회장은 2022년 12월부터 한국놀이치료학회 제22대 회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놀이치료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제가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교회 학교에서 율동교사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놀이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채 회장은 아이들과 놀이에 관심을 갖게 되자 자신의 어릴적 모습도 되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2녀1남의 남매 중 장녀인 그는 “어릴 적 동생들이 나친구들과의 관계에서 혼자만 느끼는 어색함이 있었다”며 “놀이치료를 배우면서 제가 어릴 적에 풀어야 할 관계 이슈가 있었구나 하고 ‘자기 분석’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동과 놀이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결국 대학교 2학년 때 아동복지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아동상담과 아동심리치료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현재는 숙명여대 심리치료대학원 놀이치료학과에서 놀이치료 실습 담당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학회 회장으로 놀이치료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채 회장은 ‘놀이’에는 기본적으로 치유의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치유의 요소가 있기에 우리나라에서는 기마타기·닭싸움·땅따먹기 등 어린이를 위한 놀이뿐만 아니라 강강술래·차전놀이 등 집단이 하는 놀이도 만들어져 노동의 고됨을 이기고 풍요로운 삶을 기원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놀이의 치유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상 대다수 민족이 각각 특색 있는 민속놀이를 보유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채 회장은 “놀이에 치료적 속성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놀이가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른 심리치료와 마찬가지로 놀이치료도 치료의 이론적 틀과 놀이치료를 전문적으로 배운 전문치료사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놀이치료에서 많이 사용하는 피규어(피겨)들을 설명하는 채은영 회장.
채 회장은 이런 놀이치료의 출발점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의 활동을 꼽는다. 안나 프로이트가 1928년 심리치료를 하면서 놀이를 사용한 것이 놀이치료의 중요한 기원이라는 것이다. 이후 놀이치료는 1930년대 정신분석적 이론을 기초로 한 ‘구조적 놀이치료’가 개발됐고 1940년대는 아동중심 놀이치료 기법이 생겨났다고 한다. 특히 1960년대에는 부모를 통한 놀이치료가 개발되면서 큰 발전을 이뤘다. 부모를 통한 놀이치료는 부모를 치료 중재자로 훈련해 기본적인 놀이치료 기술을 자녀에게 실시하게 하는 방법이다.
놀이치료가 확산되면서 1980년대 미국에서 첫 놀이치료 학회가 창립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한국놀이치료학회 창립 뒤 현재는 놀이치료가 발달재활서비스와 복지서비스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다.
채 회장은 “놀이치료 효과는 의사소통, 자존감 발달, 창의적 사고, 관계증진, 긍정적 정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며 놀이치료에서 이런 효과가 나타나도록 하는 중요한 프로세스로 ‘관계 형성-정서적 욕구 충족–카타르시스-마무리’를 꼽았다.
이때 많이 사용하는 것이 피규어(피겨)를 사용한 역할 놀이다. 가령 마음의 상처를 풀어내는 카타르시스 과정을 보자. 내담자인 아이는 피규어를 선택해 역할놀이를 하면서 마음속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실제로 병원생활을 오래 한 아이의 경우 자신이 의사 역할을 하면서 환자 역할의 피규어를 아프게 치료하기도 하고 의사 피규어를 공격하는 등의 놀이로 고통스러운 치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채 회장은 “이런 과정을 거쳐 마음속 카타르시스가 일어나지만, 아이가 현실에서 공격성을 직접 표현하는 경우에는 ‘사람에게는 할 수 없어’ 등의 제한을 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채 회장은 “놀이치료가 계속 확산하고는 있지만, 아직 전문성과 효과성에서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회장 임기 동안 놀이치료를 더욱 확산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놀이치료학회 회원의 구성이 현재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게 과제라는 말을 덧붙였다. 채 회장은 이와 관련해 “올해 특별학술대회를 6월16일 전북 전주에서 여는 등 지방에 놀이치료의 기반을 넓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채은영 회장(왼쪽)과 전고은 한국놀이치료학회 사무국장이 함께 보드놀이를 하고 있다. 채 회장은 “신뢰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놀이동산에 함께 가는 것도 치유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믿는 사람과 함께하면 모든 놀이가 치유”
채은영 회장 추천, ‘스스로 놀이치료’
‘성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놀이치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채은영 한국놀이치료학회 회장은 놀이치료는 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기법이지만 최근에는 성인도 놀이를 통한 치유와 치료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인 중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놀이치료는 이미 실버인지놀이, 치매예방보드게임, 실버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방법이 개발됐다. 최근에는 청장년층도 놀이의 치유적 효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채 회장이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놀이치료는 ‘스토리텔링 놀이’다. 스토리텔링 놀이는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해야 효과적이다. 놀이는 신뢰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치유의 힘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 놀이의 출발은 ‘나만의 동화 만들기’다.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발화자가 되어 자기 마음의 상처를 보여줄 수 있는 동화를 얘기하며 마음을 드러낸다. 가령 가족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를 통해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이때 이야기를 듣는 청취자의 입장이 중요하다. 발화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동화에 빗대 털어놓을 때 청취자는 인정과 격려,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자기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청취자를 만나면 발화자는 좀더 자신을 개방하게 되고 마음속의 스트레스가 풀리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채 회장은 “만일 이런 스토리텔링 놀이도 어렵다고 느낀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보드게임을 함께 하며 공감과 칭찬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사실 “신뢰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놀이동산에 함께 가는 것도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