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책한잔, 어떠세요?

긴 겨울밤 술 한잔과 책 한 권, 서울시의 술 먹는 책방과 추천 도서

등록 : 2016-12-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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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펍 앤 북스
“겨울에 마실 술 좀 추천해주세요.” “‘글뤼바린’이죠.” 늦은 밤 홍대 앞 비플러스. 바텐더와 책방지기를 겸하는 김진아 대표가 찰칵 가스 불을 켰다. 작은 냄비에 붉은 와인을 붓

고, 오렌지와 레몬, 계피, 생강 등을 더해 한소끔 끓여냈다. 달콤한 향이 부엌에서 서가로 흘렀다. 어쩌면 글과 술은 탁월한 궁합인지 모른다. 헤밍웨이에게 모히토가, 하루키에

게 위스키가 있었듯 말이다. 그리고 서울에는 ‘술 먹는 책방’이 있다. 고된 날 홀로 숨어 홀짝여도 좋고, 밤의 고요한 독서모임에 나가도 좋다. 24시간 책과 술을 벗하는 책방지기들이 요즘 읽는 책과 함께 연말에 어울리는 책을 한 권씩 골랐다.

비플러스
술과 흥을 양조하는 오랜 노하우, 비플러스

낮에는 보통의 카페로, 밤에는 술 먹는 책방으로 변신하는 홍대 앞 ‘비플러스’는 2010년에 문을 열었다. 좋은 책과 술, 음식을 선별해 손님들에게 소개하는 ‘편집(에디토리얼) 카페’를 지향하며 꾸준히 단골을 늘리고 있다. 출판계에서 오랫동안 콘텐츠 기획자로 일한 김진아 대표의 공간은 ‘유능한 팀’이 자랑이다. 와인, 커피 산업계에서 경험 많은 직원들이 최소 한 달 이상 메뉴 개발 회의를 한다. 수백여 권의 인문사회 서적에 더해 만화책도 제법 갖췄다. 동네 성격상 뮤지션들이 종종 찾아와 공연을 하며, 올해 마지막 날에도 오픈 파티를 열 예정이다. 김 대표는 요즘 샘 킨의 <뇌과학자들>에 빠져 있다며 책장에서 뽑아 보여주었다. “기초 과학지식 없이도 소설처럼 주욱 읽히게 만든, 저자의 취재력에 놀랐어요. 번역가 역시 신뢰할 수 있는 분이죠. 뇌과학, 심리 분야의 복잡한 내용을 재밌고 쉽게 풀었습니다.”

주소: 마포구 양화로12길 16-12 전화: 02-3143-0905 영업시간: 평일 11:00~1:00, 토 12:00~1:00, 일 12:00~23:00


퇴근길 책한잔
염리동 골목 속 궁극의 위안, 퇴근길 책한잔

맥주와 와인. 여기 책을 더하면 ‘퇴근길 책한잔’이다. 이화여대 근처 염리동 안쪽 골목에 있는 ‘퇴근길 책한잔’은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룬다. 낭독회, 책읽기 모임에 더불어 매주 금요일 ‘책한잔 상영회’를 열며 차분하고 자유로운 특유의 술 문화를 다지고 있다. 가볍게 들렀다가 영감을 가득 채운다. 김종현 대표는 바쁜 연말 짬을 내어 목수정 작가의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을 읽고 있다. “목수정 작가의 글을 좋아해요. 절망에서 희망을 생각하게 하거든요. 어지러운 요즘 시국에 머릿속 정리도 되고 연말에 읽기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주소: 마포구 숭문길 206 1층 전화: 010-9454-7964 영업시간: 월, 수~일 15:00~21:00, 화 휴무

서가에 맴도는 인도산 바람, 시바 펍 앤 북스

인도 힌두신의 이름을 딴 ‘시바 펍 앤 북스’는 원래 술집이었는데, 지난해부터 책방도 겸해 운영을 시작했다. 2년 전 술집의 대표가 떠나며 단골손님이었던 정동욱 대표가 이어받은 덕이다. 지하세계로 들어서는 순간 자유로운 인도의 바람 한줄기가 불어오는 기분이다. 서가가 넓고 풍경도 알록달록하다. 정 대표는 연말의 책으로 이민경 작가의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를 고르며 덧붙였다. “강남역 ‘묻지 마 살인사건’에서 시작해 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까지…. 올 한 해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만 되돌아봐도 이 책을 읽어볼 이유가 충분할 것 같아요.”

주소: 서대문구 연세로 42-24 전화: 02-365-6809 영업시간: 월~토 19:00~2:00, 일 13:00~19:00

대륙서점
신혼 부부가 만든 동네 책방의 꿈, 대륙서점

동작구에도 ‘술 먹는 책방’이 생겼다. 상도동 성대시장 골목 안쪽으로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대륙서점’이 있다. 1982년도에 생긴 대륙서점은 지난해 폐업을 앞두고 있었다. 마침 동네를 지나던 박일우, 오승희 부부가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인수해 새롭게 꾸몄다. 소박한 메뉴와 함께 영화 상영과 독서모임을 정기적으로 마련하며 별안간 동네의 쉼터가 됐다. 박 대표는 “옆집 치킨집 사장님은 서점의 새 책 입고 소식을 출력해 받아 가실 정도다. 책방이 없는 이 지역에 서점을 열었다는 것과 단골을 만들어나가는 보람이 있다”며 동네 책방 운영 소감을 말했다. 박 대표는 마틴 식스미스의 <필로미나의 기적>을 연말의 책으로 추천한다.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사생아를 낳은 어린 어머니들의 이야기다. “이건 12월에 읽으려고 올 초부터 아껴두었던 책이에요. 오는 크리스마스에 책방에서 영화 상영도 합니다. 누구든 편하게 오세요.”

주소: 동작구 성대로 40 전화: 02-821-8878 영업시간: 11:00~22:00

꿈꾸는 옥탑
시작하는 젊은이들의 아지트, 꿈꾸는 옥탑

책 공간이자 플랫폼 창작, 창업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이라면 ‘꿈꾸는 옥탑’을 가보자. 젊은이들의 꿈을 지원하는 소셜 벤처 ‘만인의 꿈’이 운영한다. 커피, 맥주, 칵테일 메뉴가 많은데 그중 ‘크림 생맥주와 감자튀김’ 조합이 인기 있다. ‘꿈꾸는 옥탑’의 김병석(25) 대표는 알랭 드 보통의 신간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과 지난 전작을 같이 권했다. “작가가 정말 오랜만에 낸 사랑 에세이거든요. 이번 기회에 사랑 3부작이라고 하는 전작들과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싶어요.” 창밖 시원한 신촌 밤거리는 밤늦도록 연인들로 물들어간다.

주소: 서대문구 연세로5나길 10 전화: 010-9454-7964 영업시간: 10:00~24:00 / 070-8225-6516

글·사진 전현주 문화창작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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