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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정 한국영상대 영상연출과 겸임교수가 지난 7월27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영상위원회 디렉터스존에서 영화치료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소 교수는 “영화치료는 가장 늦게 시작된 치료 방법이지만 영상 활용이 보편화하면서 가장 강력한 치료 방법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 교수 뒤편으로 수십 편의 한국 영화 포스터가 벽에 걸려 있다.
어릴 때 본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 일깨워
가야금·연극배우 다양한 예술 섭렵 뒤
30살에 ‘마음’ 배우려 심리학과 진학
2000년대 초 영화치료 만난 지 20년 ‘낯선 치료법’→‘가장 핫한 치료법’ 변신
‘영화는 안전·편리하다’는 관객 인식이 영화에 더욱 쉽게 몰입하도록 만들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만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영화 앞에서 어떤 감정을 만났다면 이미 영화치료를 경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7월27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영상위원회에서 만난 소희정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부학회장이 영화치료가 낯선 개념이 아니라며 설명한 말이다. 소 부학회장은 “영화치료라는 개념을 접하지 않았더라도 ‘감동을 받았다’거나 ‘인생의 중대한 결심’을 했다는 등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면 영화치료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영상대 영상연출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한 소 부학회장은 “영화치유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2000년대 초지만 영상문화가 빠르게 보편화하면서 가장 강력한 치유방법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치유 전문가인 소 교수는 사실 영화치유를 만나기 전에 다양한 예술을 접했다. 소 교수가 예술과 접했던 가장 오랜 기억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인 1970년대 후반 고 추송웅 배우가 열연했던 1인극 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이었다. 소 교수는 “인간 실존에 대한 죽음과 희망을 내포한 이 연극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인간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은 소 교수가 여러 예술을 섭렵해오는 데 동력 구실을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가야금을 배우면서 영화를 즐겨 본 것도, 대학을 졸업한 뒤 전주시립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한 것도, 30살이 돼서 심리학과에 다시 입학한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인간 존재에 대한 호기심’을 풀고자 하는 내적 욕구가 크게 작용한 것이었다. 소 교수는 심리학을 전공하던 시기인 2000년대 초반 영화치료를 만났다. 영화치료가 막 우리나라에 소개되던 시점이었다. 그는 영화치료야말로 ‘인간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2000년대 초 영화치료 만난 지 20년 ‘낯선 치료법’→‘가장 핫한 치료법’ 변신
‘영화는 안전·편리하다’는 관객 인식이 영화에 더욱 쉽게 몰입하도록 만들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만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영화 앞에서 어떤 감정을 만났다면 이미 영화치료를 경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7월27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영상위원회에서 만난 소희정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부학회장이 영화치료가 낯선 개념이 아니라며 설명한 말이다. 소 부학회장은 “영화치료라는 개념을 접하지 않았더라도 ‘감동을 받았다’거나 ‘인생의 중대한 결심’을 했다는 등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면 영화치료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영상대 영상연출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한 소 부학회장은 “영화치유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2000년대 초지만 영상문화가 빠르게 보편화하면서 가장 강력한 치유방법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치유 전문가인 소 교수는 사실 영화치유를 만나기 전에 다양한 예술을 접했다. 소 교수가 예술과 접했던 가장 오랜 기억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인 1970년대 후반 고 추송웅 배우가 열연했던 1인극 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이었다. 소 교수는 “인간 실존에 대한 죽음과 희망을 내포한 이 연극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인간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은 소 교수가 여러 예술을 섭렵해오는 데 동력 구실을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가야금을 배우면서 영화를 즐겨 본 것도, 대학을 졸업한 뒤 전주시립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한 것도, 30살이 돼서 심리학과에 다시 입학한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인간 존재에 대한 호기심’을 풀고자 하는 내적 욕구가 크게 작용한 것이었다. 소 교수는 심리학을 전공하던 시기인 2000년대 초반 영화치료를 만났다. 영화치료가 막 우리나라에 소개되던 시점이었다. 그는 영화치료야말로 ‘인간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소희정 교수가 자신의 저서 <영화심리학>(박영스토리 펴냄)을 보면서 영화치료와 관련한 다양한 심리적 접근법을 설명하고 있다.
소 교수는 영화치료에 관심 있는 학자들과 만나 소통하면서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출범에도 참여했다. 이후 그는 2011년 상담심리 전공으로 석사를 마치고, 2021년 통합예술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내내 영화치료를 대중화하는 데 몰두했다.
소 교수는 2000년대 초반에야 영화치료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데 대해 “영화치료는 최초로 개념이 확립된 미국에서도 1990년대 시작되는 등 출발 자체가 늦었다”며 “1895년 처음 선보였던 영화가 20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비디오기기의 확산 등으로 개인 활용이 보편화하면서 치료기법 개발도 본격화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도 사회복지사, 간호사, 임상심리 전문가들이 집단 상담이나 부부 상담 등에 영화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 1990년대 초반 상황”이라며 “독일 출신 미국 이민자인 비르기트 볼츠(1954~ )가 이런 상황을 모아 책으로 펴내면서 영화치료라는 개념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했다. 볼츠가 2004년 펴낸 <시네마테라피-영혼을 변화시키는 영화의 마술적인 힘>(E-motion Picture Magic: A Movie Lover’s Guide to Healing and Transformation)은 치료 과정에서 얻은 치료사의 경험과 내담자의 경험, 그리고 추천 영화와 추천한 영화를 내담자 스스로 보면서 접근하는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볼츠나 그 이후 많은 학자가 정립한 영화치료 방법은 크게 △영화를 보면서 하는 ‘감상영화치료’ 방법과 △영상을 만들면서 하는 ‘표현영화치료’ 방법(상자기사 참고)으로 구분된다.
영화를 보는 치료 방법은 다시 △혼자서 영화를 보는 ‘자기 조력적 영화치료’와 △영화치료사 등 전문가와 함께 하는 ‘상호작용적 영화치료’로 나뉜다. ‘자기 조력적 영화치료’가 앞서 언급한 혼자 영화를 보면서 감동과 교훈을 얻는 방법이라면, ‘상호작용적 영화치료’는 영화치료사 등이 필요한 질문 등을 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이는 방법이다.
소 교수는 “영화치료 방법은 많지만 어떤 영화치료 방법이든 효과가 크다”며 “미국 심리학자 스튜어트 피쇼프가 얘기했듯 ‘영화란 영혼에 놓는 주사’와 같아서 내담자들이 너무 고통스러워 얘기하지 못하는 주제까지 꺼내놓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 교수가 다양한 영화 장면으로 만든 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영화치료사는 이 카드를 활용해 “가장 눈길이 가는 장면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내담자의 성향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치유 방법을 찾는다.
그는 이어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피쇼프는 ‘영화치료는 1930년대 유행했던 독서요법이 시대변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발전한 것’이라고도 했다”며 “이는 ‘이제 사람들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하기보다는 영화의 시각적·청각적 감각에 더 노출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소 교수는 이 밖에도 영화가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치료 효과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영화 속에서 어떤 스토리가 전개될지라도 관객은 영화를 보는 자신은 안전함을 알기에 더욱 쉽게 영화에 몰입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영화가 다른 치료 매체보다 더 대중적이라는 점도 영화치료의 장점으로 꼽았다. 영화는 다른 많은 치료 방법과는 달리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편안하게 보면 된다.
더 나아가 영화는 이런 ‘안전함’과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치료 매체가 주지 못하는 ‘정말 사실같이 느껴지는 스토리’를 제공한다. 관객은 이에 따라 영화 속 스토리에 쉽게 빠져든다.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한 동일시도 쉽게 일어난다. 소 교수는 “그러므로 영화는 혼자 보더라도 주인공 캐릭터를 보면서 ‘나만 힘든 줄 알았더니 주인공이 더 힘들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위안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소 교수는 2000년대 초 영화치료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운 세월을 영화치료와 함께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영화치료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경험한 산증인 중 한 명인 셈이다.
“초기에는 영화치료라는 용어조차 없을 정도로 낯선 영역이었지만, 현재는 각 학교에 근무하는 상담선생님들이 가장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수 및 치료 방법이 됐습니다. 아마도 젊은 학생들이 영상세대이다보니 영화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영화심리와 영화치료를 가르치고 있는 소 교수도 “요즘 청년들을 보면 지지해주고 격려해주고 다양한 경험도 전수해주고 싶다”며 “이런 역할을 해내는 데도 영화치료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청년세대에 영화치료가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현재 자신의 상황이 영화처럼 행복하다고 말한다.
영화의 장면들로 만든 카드. 각 카드에는 주요한 장면과 그 장면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가령 애니메이션 영화 <신데렐라>의 한 장면에는 “나는 남들에게 맞추며 살진 않을 테야”라는 신데렐라의 다짐이 적혀 있다.
3분짜리 ‘짧은 영상’이 가져온 ‘큰 변화’
소희정 교수가 추천하는 영화치료
“자기 스스로 자신의 하루를 3분짜리 영상으로 만들어보세요.”
‘개개인이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영화치료 방법’을 물었을 때 소희정 한국영상대 영상연출과 겸임교수가 답한 내용이다. 소 교수는 “영화를 감상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영화치료 방법이 영화를 직접 만드는 것”이라며 “지금은 누구나 휴대전화라는 카메라를 한 대씩 가진 시대여서 영상 제작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 교수는 3분 영상을 찍을 때 카메라를 세워놓고 찍을지 셀카식으로 할지도 본인의 심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개인의 심리상태와 창의성에 따라 구성도 다양해진다.
“똑같은 3분 분량이더라도 어떤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활동을 요약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화장을 지우는 등 일정 시점에 집중하는 경향도 있어요. 또 자기는 안 나오고 주변의 것만 찍는 사람도 있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이 다 자신이 결정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란 데 의의가 있습니다.”
소 교수는 영화를 관람하는 것보다 이렇게 스스로 영화 또는 영상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으로 치료 효과가 더 크다고 말한다.
소 교수는 만일 영화·영상 만들기를 개인이 아니라 여러 청소년이 함께 한다면 그 제작 과정에서 협동심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