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동네 연희동을 어슬렁거려보자

‘서대문구 스토리북’ 따라 걷기…어느 곳에나 있고 어느 곳에도 없는 우연을 만나는 공간과 시간

등록 : 2017-01-12 14:41 수정 : 2017-01-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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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거려본 적이 있는지. 아무 생각 없이 느릿느릿 걷다가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는 누군가로부터 시작되는 기억. 익숙한 풍경 속에서 문득 발견하게 되는 새로움. 목적을 두지 않는 걷기가 아니고서는 만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오래된 동네 연희동은 이웃 연남동과 달리 여전히 한적해 어슬렁거리기 좋다. 고급 주택과 서민 주택이 공존하는 동네에 돈보다 사람을 더 귀하게 생각하는 이들의 공방과 공간이 늘기 시작한 게 3~4년 전이다. 그들이 바꿔나가는 동네 풍경은 함께 사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길과 길이 만나는 모퉁이에는 이름도 독특한 빵집들이 후각까지 즐겁게 한다. 그저 걷는다 싶지만 발을 이끄는 건 길가 작은 소품이며 예쁜 간판들이다.

어떻게 찾느냐고? 걱정할 필요 없다. 서대문구가 출간한 <서대문구 스토리북> 한 권이면 충분하다. <서대문구 스토리북>은 내비게이션처럼 ‘왼쪽, 오른쪽, 직진 100m’ 식으로 길을 안내하지 않아, 의존도가 심해진 뇌의 주체적 판단을 존중한다. 잠깐 길을 잃어도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연희동인 것을. 우연한 만남의 기쁨은 길을 잃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을.

첫걸음은 ‘책방 연희’에서 시작해보자. 복합문화공간 ‘아는 연희’ 2층에 자리 잡은 책방은 ‘말과 글, 동작으로 책과 도시를 이야기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책방 연희에서는 도시 영화를 상영하고 북 토크와 전시를 꾸준히 열 예정이다. 그 시작을 기대하며 응원해보자.

책을 새롭게 봤다면 꽃 또한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스토리북은 일러준다. ‘로라스 플라워 스튜디오’(LAURA'S FLOWER STUDIO), 이름은 어렵지만 하얀 외벽과 푸른 식물이 한적한 골목과 어우러진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낮술 한잔조차도 풍경으로 만들어내는 ‘카페 보스톡’(CAFE VOSTOK)도 만날 수 있다. 이름나지 않은 이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있는 공간이다.

걷다가 허기질 즈음이면 빵 냄새가 유혹하는 곳도 연희동이다. ‘독일빵집’의 겉모습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겉치레 없는 추억의 빵을 한자리에서 50년이나 팔아온 비결은 무엇일까. 빵집 ‘오늘’은 유기농 재료로 순수한 호밀빵을 만드는 집으로 유명하다. ‘피터팬 1978’에는 ‘장발장이 훔친 빵’을 5000원에 판다.

연희동 어슬렁거리기를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면, ‘연희동사진관’을 놓치면 안 된다. 흑백 필름을 이용해 옛날 방식으로 촬영하고 인화한다. 서서히 인화지에 새겨지는 모습은 디지털 사진은 불가능한 감성까지 인화한다.


글 윤승일 기자 nagneyoon@hani.co.kr

사진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대문구청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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