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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박물관 정문 옆 조형물. 에 있는 글귀를 새겼다. 백성을 생각하는 의료인의 마음이 담겼다.
조선 의학 세계에 우뚝 세운 ‘동의보감’
약재명 우리말로 바꾸고 이름도 통일
쌍화탕, 총명탕, 경옥고 등 처방도 소개
의약기들엔 의원들 완치 기원 서린 듯
‘동의’(東醫)는 중국의 의학과 차별되는 조선의 의학을 말한다. ‘보감’은 다른 사람이나 후세에 본보기가 될 만한 귀중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허준이 편찬한 <동의보감>으로 조선의 의학은 우뚝 섰다. <동의보감>은 중국과 일본 등으로 퍼져나갔으니, 이른바 외국으로 전파돼 널리 퍼진 케이(K)-의료의 효시이기도 했다.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동의보감>에 나오는 한 문장에서 찾는다. ‘향약의 이름을 같이 써서 백성들이 알기 쉽게 하라’. 허준의 일대기와 조선의 의학, 옛 의약기와 지금도 우리 일상에 쓰이는 <동의보감> 처방까지, 허준박물관을 꼼꼼히 살펴봤다.
‘동의’(東醫)는 중국의 의학과 차별되는 조선의 의학을 말한다. ‘보감’은 다른 사람이나 후세에 본보기가 될 만한 귀중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허준이 편찬한 <동의보감>으로 조선의 의학은 우뚝 섰다. <동의보감>은 중국과 일본 등으로 퍼져나갔으니, 이른바 외국으로 전파돼 널리 퍼진 케이(K)-의료의 효시이기도 했다.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동의보감>에 나오는 한 문장에서 찾는다. ‘향약의 이름을 같이 써서 백성들이 알기 쉽게 하라’. 허준의 일대기와 조선의 의학, 옛 의약기와 지금도 우리 일상에 쓰이는 <동의보감> 처방까지, 허준박물관을 꼼꼼히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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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국보인 <동의보감> ‘옛날 뛰어난 의원은 사람의 마음을 잘 다스려서 미리 병이 나지 않도록 하였는데, 지금의 의원은 사람의 병만 다스리고 사람의 마음은 다스릴 줄 모른다. 이것은 근본을 버리고 끝을 좇으며 원천을 캐지 않고 지류만 찾는 것이니 병 낫기를 구하는 것이 어리석지 않은가.’ 허준 선생이 편찬한 동의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강서구 가양동 허준박물관 정문 옆 커다란 벽에 이 글이 새겨졌다. 박물관 건물 로비에 들어서면 건강하게 오래 복 많이 누리며 살라는 뜻을 담은 ‘백수백복도’가 벽에 장식됐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덕담 같았다. 그 아래 9월29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동의보감, 조선에서 세계로’를 알리는 펼침막이 걸렸다.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동의보감>을 알리는 설치물도 보인다. 유네스코는 역사적 진정성, 세계사적 중요성, 독창성, 기록정보의 중요성, 관련 인물의 업적 및 문화적 영향력 등의 가치를 인정해서 2009년에 <동의보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국보로 지정된 건 2015년 일이다. 로비에서 위층 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글귀가 적혔다. 사람의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이 둥글어서이고, 하늘에 사계절이 있으니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고, 하늘에 오행이 있으니 사람에게 오장이 있고, 하늘에 여섯 극점이 있으니 사람에게는 육부가 있고…. 사람도 우주와 자연의 일부이며, 우주 삼라만상을 구성하는 요소와 사람 몸을 구성하는 요소를 하나로 여긴 것이다.
약초약재실.
국보로 지정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된 (영인본).
<동의보감>, 외국에도 널리 퍼진 최초의 K-의료
특별전 ‘동의보감, 조선에서 세계로’가 열리는 전시실로 들어갔다. 전시실 한쪽 넓은 벽에 새겨진 한 문장, ‘향약의 이름을 같이 써서 백성들이 알기 쉽게 하라’. 문장이 벽의 여백까지 빨아들여 그 뜻을 증폭시키거나 벽의 여백을 넘어 그 뜻을 크게 알리는 것 같았다. 아프고 병든 사람을 위하고, 모든 백성이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편찬한 <동의보감>은 허준의 마음이기도 했다.
사실 <동의보감> 집필에 참여한 사람은 허준 혼자가 아니었다. 전시관 안내글에 따르면 허준이 총책임자였으며 정작, 양예수, 김응탁, 이명원, 정예남 등이 함께했다. 정유재란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흩어져서 의서 편찬이 중지됐다. 선조는 500권의 의서를 허준에게 주면서 <동의보감>을 편찬하게 했다. 선조는 지병으로 승하했고, 허준은 귀양살이했다. <동의보감> 25권은 그런 상황을 딛고 완성됐다.
<동의보감> 편찬의 중심에는 백성이 있었다. <동의보감> ‘탕액 편’에는 1212종의 약재에 대한 자료와 4497종의 처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 637개의 이름을 백성이 쉽게 알 수 있게 한글로 기록했다. 약재명이 황정인 식물 이름을 둥굴레로 적고, 차전자는 질경이, 길경은 도라지, 작약은 함박꽃, 백두옹은 할미꽃, 목근피는 무궁화, 박하는 영싱이 등으로 적었다.
이런 뜻이 담긴 <동의보감>은 조선을 넘어 일본과 중국까지 퍼져나갔다고 한다. 숙종 임금 때 일본은 사람을 보내 <동의보감>을 구해 갔다. 일본판 <정정 동의보감>을 편찬해서 일본에 보급했다. 1766년 중국은 목판본을 만들어 자국에 보급했다. 이렇게 <동의보감>은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40차례 이상 간행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 서적 중 중국에서 간행된 것이 극히 드물다. 그런데 <동의보감> 25권은 성행하였다’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내용이 전시관에 전시돼 <동의보감>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도 19세기부터 <동의보감>이 의사들에게 중요한 실용서적으로 간주됐다고 한다는 문구와 함께 베트남 약물협회지가 전시됐다.
전시실 한쪽에 현대에도 이어지는 <동의보감> 처방을 소개하는 전시품과 안내글이 있다. 우리는 지금도 <동의보감> 처방으로 만들어지는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쌍화탕, 총명탕, 경옥고, 우황청심환, 자운고 등이 그것이다.
의관과 의녀의 복식.
조선시대 약장.
조선 후기 백자 배밀이.
전시된 의약기들을 보다가 떠오른 노래, ‘엄마 손은 약손’
한의사 체험놀이를 할 수 있는 어린이 체험실을 나와 허준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허준기념실로 들어갔다. 광해군이 왕자일 때 앓던 두창을 치료하고 의술을 인정받은 이야기,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을 모시고 의주까지 함께한 일, 선조가 병으로 승하하자 귀양을 살았고 광해군의 호의로 귀양에서 풀려났다는 이야기, 그 일을 다 겪으면서도 끝내 <동의보감>을 편찬했다는 허준의 일대기였다.
동의보감 개관이라는 제목의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서문, 내경 편, 외형 편, 잡병 편, 탕액 편, 침구 편 등 <동의보감>의 구성과 내용, 해당 책자들을 볼 수 있다. 각 편에는 의학이론과 처방에 대한 해설, 각 병의 증상에 따른 처방, 침구법을 수록했는데, 허준 자신의 경험도 기록했다고 한다.
1610년 <동의보감>을 편찬한 뒤 광해군 5년(1613년)에 훈련도감에서 목활자본으로 책을 간행하기까지 과정을 보여주는 축소 모형을 보고 약초약재실로 자리를 옮겼다. 잘 알려진 소의 담석인 우황, 곰의 쓸개인 웅담, 소의 뿔인 우각, 닭, 거위, 오리, 개구리, 거북이, 잉어, 붕어, 숭어, 미꾸라지 등과 함께 턱수염도마뱀, 자라, 고슴도치, 다람쥐, 청설모, 말똥가리, 메추라기 등도 약재로 쓰였다고 한다. 둥굴레, 복수초, 익모초, 노루귀 등의 표본과 약재로 사용된 여러 식물도 소개했다. 약초 중 계피, 감초, 박하, 살구씨, 팥 등을 전시해 모양과 향기를 알아볼 수 있게 했다.
고려시대부터 20세기까지 실제로 사용했던 의약기를 전시한 공간을 마지막에 보았다. 그곳은 오랜 세월 동안 병자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병이 낫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약초를 캐고, 약을 만들고, 그 약을 달이던 수많은 의원과 병자의 가족을 생각하게 했다. 12~13세기 고려시대 상감청자 상약국명합(보물, 복제품), 청동 약 수저, 약 국자, 약 따르개, 18~19세기 침통, 19세기 곱돌 솥, 곱돌 약화로, 곱돌 약탕관, 철제 약연, 약재를 보관하던 약장, 20세기 놋쇠 약절구, 무쇠 약절구, 달인 약재를 헝겊보자기에 싸서 약을 짜던 약틀, 19~20세기에 사용하던 약저울, 1930~1960년대 약초를 채취할 때 사용하던 도구들…. 하나하나 보았던 전시품 중 박물관을 나와도 잊히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배밀이’였다. 배 아플 때 따듯하게 데워 배를 문지르던 도구다. 그 앞에서 생각난 노래 한 구절, ‘엄마 손은 약손 아기 배는 똥배’. 엄마 손이 닿으면 배가 따듯해졌다. 아픈 배는 이내 나았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