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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의 남성이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던 아내를 살해한 죄로 수감되었다. 수년간의 간병 생활이 불러온 비극이다. 이 남성 역시 경증이기는 해도 치매를 앓고 있었다. 그러니까 치매를 앓는 아내를 보살피던 남편 역시 치매에 걸렸고, 이에 앞날을 비관하여 소위 ‘동반 자살’을 꾀했으나 자신만 살아남아 살인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일본 니혼의과대학 명예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노무라 도시아키가 2021년 펴낸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송경원 옮김, 지금이책)에 나오는 사례다. 저자는 우리가 이런 사례를 더욱 자주 볼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회와 가족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부양의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보호의무자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사회 구성원 중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이런 사례가 일어난다면 과연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 부인을 살해한 치매 노인을 엄하게 처벌하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의 재발률이 줄어들 수 있을까? 저자가 내놓은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저자는 오히려 “가정에서의 육아나 간병 등의 돌봄 기능이 축소 및 상실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복지나 의료가 그것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회적 약자는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치매를 앓는 아내를 죽인 치매 노인은 처벌 중에도 치매가 계속 진행될 것이다. 몇 년이 지나면 이 노인은 자기 행위를 반성하기는커녕 자신이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될 것이다.
문제는 교도소 내 수감자의 고령화도 심각할 정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자의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가령, 해고로 일자리를 잃고 노숙인이 되어 도둑질을 일삼다 붙잡혀 들어온 사람, 아픈 배우자나 자식을 수십 년간 돌보다가 더는 여력이 없어 이들을 죽이고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람, 치매를 앓고 인지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어떤 유무형의 도움과 지원이 없다면 평범한 일상이 어려운 우리 이웃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렇게 고령화 탓에, 돌보는 가족이 없어서 범죄자가 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이런 상황이 확대되지 않도록 사회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들을 교도소에 보내 처벌하기에 앞서 복지 제도나 의료 제도를 개선하는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보근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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