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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는 중국 영화나 미국 영화나 스토리가 대동소이하다. 약자였던 주인공이 절치부심해 무공을 닦아 ‘상남자’가 돼 대업을 완수한다는 구조다. <매트릭스> <해리포터>가 그렇고 <취권> <쿵푸 팬더>가 그렇다.
주인공이 얼마나 처절하게 절치부심하느냐가 흥행을 좌우한다. 동양 영화에서는 무공 닦는 기본 과정을 물 긷고 밥 짓는 걸로 설정한다. 허드렛일을 포함한 고행을 득도의 원천으로 삼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칼을 쓰는 요리도 예외가 아니다. 채소 다듬고 반찬 만들고, 그렇게 몇 년을 보낸 뒤 스승에게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는 것이 공식이었다. 일식은 아직도 요리 입문이 엄격하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순간부터 안심해도 좋다. 한국 사람은 모두 요리 기초가 튼튼한, 특혜 받은 민족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요리의 기초를 철저하게 연마해 온 ‘예비 고수’다. 더구나 군대 생활을 한 남성들의 기초는 튼실 그 자체다.
그 기초란 ‘라면’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라면 소비국이다. 워낙 경쟁이 심하다 보니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 그렇다는 ‘속 쓰린’ 통계지만, 덕분에 누구든 한번쯤은 라면을 끓여 보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라면은 제대로 된 요리가 아니다. 개인의 재량이 제한된 공장 음식이다. 심지어 요리의 기본 중의 기본인 칼질도 필요 없다. 하지만 라면에는 요리의 공식이 다 들어 있다. 학문 범주로 보면 요리는 화학이다. 여러 가지 생물(광물도 아주 가끔 있다) 재료를 용매와 혼합해 녹이거나 가열하는 방식으로 분자 구조를 확 바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라면은 이 복잡한 응용화학을 경험할 수 있는 초간단 실험용 키트다. 1000원도 안 되는 이 키트는 요리의 주인공인 탄수화물·지방(라면은 기름으로 튀긴 면을 많이 쓴다)·단백질과 물의 오묘한 조화를 깨우치게 한다. 요리의 4요소를 화학적으로 완벽하게 융합시키는 불 조절도 덤이다. 실제 ‘신라면’과 ‘진라면’은 같은 라면이지만 맛의 결이 다르다. 면의 굵기가 다른 ‘너구리’와 ‘스낵면’은 끓이는 시간이 다르다. 요리에서 불 조절과 소스의 미묘한 차이는 감히 초보가 넘볼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훈수쯤은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라면을 끓일 줄 안다면, 할 수 있는 요리는 많지만 파스타(사진)를 추천한다. 라면과 달리 파스타는 언제나 ‘옳다’. 대부분의 아내들은 라면과 달리 파스타를 낮게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양식 요리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라면처럼 파스타도 어렵지 않다. 소스만 바꾸면 수백 가지를 만들 수 있다. 빨갛게 하얗게 파랗게 노랗게 어떻게든 말이다. 게다가 온갖 소스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조금만 변형시켜도 깜짝 놀랄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거기다 파스타는 프랑스 요리나 중식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까지 키워 준다. 아내를 감동시킬 요리 식스팩의 첫걸음을 여러분은 이미 내딛고 있다. 글·사진 권은중 <한겨레> 기자 details@hani.co.kr
물론 라면은 제대로 된 요리가 아니다. 개인의 재량이 제한된 공장 음식이다. 심지어 요리의 기본 중의 기본인 칼질도 필요 없다. 하지만 라면에는 요리의 공식이 다 들어 있다. 학문 범주로 보면 요리는 화학이다. 여러 가지 생물(광물도 아주 가끔 있다) 재료를 용매와 혼합해 녹이거나 가열하는 방식으로 분자 구조를 확 바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라면은 이 복잡한 응용화학을 경험할 수 있는 초간단 실험용 키트다. 1000원도 안 되는 이 키트는 요리의 주인공인 탄수화물·지방(라면은 기름으로 튀긴 면을 많이 쓴다)·단백질과 물의 오묘한 조화를 깨우치게 한다. 요리의 4요소를 화학적으로 완벽하게 융합시키는 불 조절도 덤이다. 실제 ‘신라면’과 ‘진라면’은 같은 라면이지만 맛의 결이 다르다. 면의 굵기가 다른 ‘너구리’와 ‘스낵면’은 끓이는 시간이 다르다. 요리에서 불 조절과 소스의 미묘한 차이는 감히 초보가 넘볼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훈수쯤은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라면을 끓일 줄 안다면, 할 수 있는 요리는 많지만 파스타(사진)를 추천한다. 라면과 달리 파스타는 언제나 ‘옳다’. 대부분의 아내들은 라면과 달리 파스타를 낮게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양식 요리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라면처럼 파스타도 어렵지 않다. 소스만 바꾸면 수백 가지를 만들 수 있다. 빨갛게 하얗게 파랗게 노랗게 어떻게든 말이다. 게다가 온갖 소스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조금만 변형시켜도 깜짝 놀랄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거기다 파스타는 프랑스 요리나 중식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까지 키워 준다. 아내를 감동시킬 요리 식스팩의 첫걸음을 여러분은 이미 내딛고 있다. 글·사진 권은중 <한겨레>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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