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첫 마포서윤복마라톤대회 개최

상암월드컵경기장 평화광장서…1947년 보스턴 ‘세 영웅’ 기리는 세 번째 대회 완성

등록 : 2025-03-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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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박강수 마포구청장(오른쪽)이 명예도로 서윤복길에서 서윤복 선수의 딸 서정실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마포구 제공

마포구 주최, 서윤복기념사업회 등 주관
5km 종목은 유모차 끌고 참가 가능
구, “서윤복 선수의 숭고한 정신과
빛나는 업적 전해지길 바래”

오는 4월19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 평화광장에서 ‘제1회 마포서윤복마라톤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는 1947년 제51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서윤복 선수가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가슴에 새긴 ‘KOREA'를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동양인 최초로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기념해 78년 만에 개최되는 것이다.

당시 감독으로 나섰던 손기정을 기리는 ‘손기정평화마라톤대회', 코치이자 서윤복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선수로도 나섰던 남승룡을 기리는 ‘순천남승룡마라톤대회'에 이어 서윤복 선수를 기리는 대회까지 열리게 됨에 따라 ‘보스턴 세 영웅' 모두를 기리는 마라톤대회가 완성된다.

대회 날짜인 4월19일은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25분 39초의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한 날을 기념한 것이다. 손기정 감독과 남승룡 코치를 기리는 두 대회는 각각 2005년과 2001년부터 11월에 열리고 있다. 서 선수의 당시 우승은 해방 직후 정부 수립 전 찬탁과 반탁 논쟁으로 쪼개져 있던 한반도 전체가 이념과 세대의 갈등을 훌쩍 뛰어넘어 하나 된 목소리로 환호하게 한 일대 사건이 됐다.

이번 대회는 마포구(구청장 박강수)와 마포구체육회가 주최하고 서윤복기념사업추진위원회, 대한생활체육연맹 주관, 숭문중고등학교총동창회 후원으로 열린다. 종목은 하프, 10㎞, 5㎞ 등 세 가지다.

참가 신청은 4월7일까지 대회 공식 누리집(seoyunbokrun.kr)을 통해 가능하다. 3월10일 현재 신청자는 2천 명을 훌쩍 넘겼으며 대회조직위원회 쪽은 종목 중 5㎞의 경우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참가하는 것도 가능해 가족 단위 참가도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47년 6월23일 서울 개선 당시 카퍼레이드 장면. 왼쪽부터 서윤복 선수, 손기정 감독, 남승룡 코치 등 ‘보스턴 세 영웅’. 서윤복 선수는 처음으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제51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우승하 며 ‘코리아’를 세계만방에 알렸다. 서윤복기념사업추진위 제공

서윤복기념사업추진위원회 오천진 위원장은 “일장기를 단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이 일장기 삭제로 민족의 설움을 달랜 ‘과거 극복'에 그 뜻이 있다면, 서윤복 선수 우승의 뜻은 태극기를 당당히 가슴에 달고 민족의 기쁨을 외쳤던 ‘미래 지향'에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는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서윤복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함께 서윤복 선수의 모교인 숭문고등학교가 있는 이대역과 대흥역 사이 1.2㎞ 구간을 ‘서윤복길'로 조성해 광복 이후 처음으로 1947년 ‘코리아’와 태극기를 세계에 알린 서윤복 선수의 업적을 기렸다. 또한 이대녹지 쉼터를 서윤복 쉼터로 명칭을 변경해 수많은 방문객이 보스턴 마라톤의 영광을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마포구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서윤복길을 ‘그래피티파크’로 조성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제1회 마포서윤복마라톤대회 메달.대회조직위원회 제공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우리 민족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선물한 서윤복 선수를 기리고 그의 용기와 열정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마라톤 대회를 준비했다”며 “조국과 민족을 가슴에 품고 달린 서윤복 선수의 숭고한 정신과 빛나는 업적이 마라톤 대회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윤복 선수는 24살이던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한 뒤 이듬해 런던올림픽에서는 27위에 그쳐 1949년 짧은 선수 생활을 마치고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2013년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됐으며 2017년 타계 뒤 정부로부터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아 국가유공자로서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서윤복 선수보다 11살 많은 동갑내기 남승룡 코치와 손기정 감독은 각각 2001년과 2002년 타계했으며 남승룡 코치는 경기도 용인공원묘지에, 손기정 감독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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