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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서울의 밤 열기
차라리 적극 맞이하자
다리 밑 헌책방이거나
야간 특별 공개하는 곳도
백인제 가옥
서울의 여름은 해마다 끓는다. 이즈음이면 더위를 피해 떠나거나 돌아오는 이들로 한창이다.
올 여름 휴가를 가지 못해 아쉬운 이들에게도 기회는 남아 있다. 8월 한달만 개방하는 서울 야간 명소와 체험 행사 등 가볼 곳이 늘어난 덕이다. 예약과 준비 없이, 지금 당장 가볼 수 있는 시원한 서울 야간 풍경 3곳을 골랐다.
다리 밑 헌책방 축제
“하여간, 한국인만큼 밤에 잘 노는 민족이 없다니까요.” 늦은 밤 마포대교를 달리는 택시 안에서, 택시 기사님이 한강을 가리키며 감탄을 쏟았다. 현재 서울·경기 지역 헌책방 20여곳이 참여하는 ‘다리 밑 헌책방 축제’가 마포대교 남단에서 열리고 있다. 매일 밤 10만여권의 빛바랜 책이 달빛 아래 펼쳐진다.
종이책에 파묻혀 느릿느릿 움직이는 사람들은 더위도 잊은 모습이다. 최명희 작가의 <혼불>,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과 <태백산맥>,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 등 한때 서점 가판대를 휩쓸었던 전집들이 포장끈에 묶여 팔려나간다. 해먹에 누워 책을 읽던 이서희(11)양은 “책이 많아 신기하다. 놀이공원보다 더 재밌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온 김세창(48)씨는 방금 1000원 주고 샀다는 바둑책을 몇권 보이며 “일산에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왔다. 옛날에 읽던 책들이 많아 학창 시절 생각이 나더라”고 한다.
헌책방 축제에서는 소설 등 전집류가 정가의 약 30% 값으로 판다. 옛 만화 전집류도 50~60% 싸게 판다. 그 밖에 인문, 예술, 건강, 아동, 해외 원서류, 장난감, 엘피(LP)판 등 높이 쌓아올린 물건 더미에서 나만 아는 보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지척에 북카페와 푸드트럭도 있어 간단히 요기하기 좋다. 헌책방 축제는 오는 15일까지 날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열린다. 12일에는 ‘휴먼 라이브러리: 헌책의 새날’이라는 주제로 인문학 강연이 열린다.
백인제 가옥 내부
100년 역사를 간직한 가회동 ‘백인제 가옥’도 야간 개방을 시작했다. 오는 26일까지 매주 금·토요일에 오후 8시까지 대문을 활짝 연다. 북촌 한옥마을은 익숙해도 백인제 가옥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일반 개방을 시작한 지 몇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에 나오는 친일파 강인국의 집이라고 설명하면 모두 “아!” 한다.
백인제 가옥은 일본식 다다미방을 둔 근대한옥이다. 1913년 일제강점기에 압록강 흑송을 써서 지었는데, 당시 한성은행 전무였던 한상룡이 지어서 살다가 언론인 최선익을 거쳐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선생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뒤 그대로 ‘백인제 가옥’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서울시가 소유해 관리하고 있다.
백인제 가옥은 서울 한옥마을에서 보기 드문 정경을 품었다. 좁은 복도로 이어진 방, 붉은 벽돌 마감과 유리창을 사용한 안채와 사랑채 등을 눈여겨보면, 주변의 다른 한옥과 미묘하게 다른 점이 느껴진다. 전통 한옥과 근대의 변화 모습이 어우러진 채 지나간 긴 세월이 말을 건다. 시원한 정원 풍경 속에서 사진도 한장 남겨보자. 안국역 1번 출구에서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야간 개방 기간에 무료입장/ 문의 02-724-0200)
과천 서울동물원도 야간 개장이 한창이다. 오는 20일까지 주말(금~일요일)과 광복절에 오후 9시까지 동물원 일부와 식물원, 야외광장을 개방한다. 밤의 동물원은 조도가 야생 생태에 맞춰져 어둡고 한산하다. 탐험가의 기분으로, 바닥에 붙은 동물 발바닥 조명을 따라다니면 된다.
서울동물원 ‘야간 생태설명회 프로그램’
저녁 여덟시, 홍학사 앞으로 스무명 정도의 관람객들이 조용히 모여들었다. 노란 달 아래 홍학들이 일제히 진홍색 날개를 펴고 군무를 춘다. “홍학은 날지 못하는 새예요?” “날 수 있어요. 동물원 홍학들이 날지 않는 이유는, 몸이 너무 무거워서….” 아이의 질문에 조련사가 답하자, 어른들도 숨죽여 웃었다. 야간 개장 기간에는 이렇듯 야간 생태설명회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프로그램 시간에 맞춰 각 동물사 앞으로 가면 된다. 기린사(오후 7시), 호랑이숲(오후 7시), 사자사(오후 7시30분), 사막여우(100주년 광장, 오후 7시30분), 홍학사(오후 8시), 유인원관(오후 8시10분) 설명회가 차례로 열린다.
오는 19일까지 식물원에서 ‘식충식물과 수생식물 특별 전시’가, 광복절을 낀 11~15일과 18~20일은 ‘한여름밤 반딧불 향연’이 열릴 예정이다. 야간 개장 기간에는 서울대공원 내 식당과 편의점도 오후 9시까지 운영되며, 외부 음식을 가져와도 된다.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2000원/ 문의 02-500-7335, 7337)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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