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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하기 좋은 가을날
낮에는 호젓한 단풍길 걷고
밤에는 빛초롱 축제길 걸어보자
양천구 목동아파트 9단지 사잇길
성북구 길상사의 가을은 언제나 색이 곱다. 단풍에 물든 사찰마다 좁은 길이 하나씩 에둘러 지나간다. 길 끝에서 때때로 묘한 인연과 마주치는 재미에 해마다 찾게 된다. 지난해 이맘때는 맑은 웃음을 지닌 수녀님을 만났다. 마당에 놓인 불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계셨다. 수녀님은 마당에서 노란 단풍잎과 열매를 주워 곱게 엮어 부처님 발치에 올렸다. 스님들이 합장을 올리며 다가왔다. 서로 웃으며 한참 이야기했다. 지나던 객들과 바람도 머물러 바라보던, 푹 익은 가을 오후의 풍경이었다. 도시를 걷는다는 건 늘 새로운 일이다.
길상사
낙엽소리 경쾌한 ‘서울 단풍길 109선’
다시 가을이다. 소복하게 쌓인 낙엽을 밟으며,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걷기 좋은 길이 없을까?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 단풍길 109선’이 서울 곳곳에 숨어 있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낙산공원길
동대문구의 ‘낙산공원 길’과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 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길’ 등은 울긋불긋 단풍길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여기에 중랑천 제방 양방향으로 벚나무와 느티나무가 어우러진 ‘중랑천 제방길’(군자교~성북구계), 플라타너스가 쭉 뻗어 시원한 ‘우이천변 제방길’(신창교~월계2교), 덕수궁 돌담과 은행나무가 볼거리인 ‘덕수궁길’(대한문~서울시립미술관) 등이 단풍 명소로 꼽혔다.
양재천 단풍 길
서울시는 ‘서울숲 숲속길’ ‘서울숲 바람의 언덕’ ‘상계근린공원 내 산책로’ ‘보라매공원 잔디광장 옆 산책길’ ‘상도근린공원’ 등 5개소도 정비해 올해부터 단풍길에 보탰다. 109개 단풍길을 모두 합치면 총 길이 184.62㎞에 이른다.
‘서울 단풍길 109선’은 성격에 따라 물을 따라 걷는 단풍길 나들이하기 좋은 단풍길 공원과 함께 만나는 단풍길 산책길에 만나는 단풍길, 4개 주제로 고를 수 있게 분류했다. 서울시 누리집(www.seoul.go.kr/story/autumn)에서 상세한 정보를 안내하고, ‘스마트서울맵' 앱을 깔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단풍길을 볼 수 있다.
기상청은 지난달 30일께 북한산 단풍 절정을 시작으로, 도심 지역의 단풍은 이보다 조금 늦은 이달 초순 절정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낙엽 밟는 소리와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이달 중순까지 109곳의 낙엽을 쓸지 않고 관리할 계획이다.
여의도공원길
단풍과 낙엽을 주제로 ‘단풍길 사진공모전’도 열린다. 서울 시내에서 찍은 사진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이달 중 ‘내 손안에 서울’ 누리집(mediahub.seoul.go.kr)에서 접수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빛으로 보는 평창동계올림픽’
평창동계올림픽 ‘2017 서울 빛초롱 축제’
밤이 길어진 계절, 알록달록 빛이 만드는 산책길도 열린다. 서울 어디서든 발길 따라 청계천까지 걸어가보자. 3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빛으로 보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주제로 ‘서울 빛초롱 축제’가 열려 청계천 물빛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해마다 300만명이 찾아오는 가을철 대표 행사 중 하나다.
서울 빛초롱 축제
서울 빛초롱 축제는 해마다 특색 있는 주제를 정해 이야기를 이어왔다. 2011년 ‘등으로 보는 서울 옛이야기’로 조선 시대 서울을 재현한 이후, 2012년 ‘서울의 뿌리, 선조의 생활상’, 2013년 ‘한성백제 천년의 꿈’, 2014년 ‘서울의 빛나는 세계유산’을 거쳐 지난해 ‘역사가 흐르는 한강, 빛으로 밝히다’까지 주로 서울의 역사를 등불로 만들어 물에 띄웠다.
올해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서울에서 빛으로 보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주제로 길을 밝힐 예정이다.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봅슬레이, 스키점프 등 15개 올림픽 종목과 패럴림픽에서 선보이는 6개 종목까지 총 21개의 테마 등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그 밖에 ‘서울,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 ‘캐릭터와 아트작가’ 등 국내 지방자치단체들과 세계 10개국이 참가해 선보이는 ‘등 행렬’도 이어진다.
가족, 친구, 연인들과 추억 쌓기 좋은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소원등 달기’와 ‘소망등 띄우기’ ‘신년 소원지 달기’ ‘서울로 7017 체험’ ‘전통등 만들기’ ‘LED 등 만들기’ ‘나만의 등 만들기’를 한다. 푸드트럭들도 함께해 다양한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축제는 날마다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없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www.seoullantern.com)에서 국문, 영문, 중문, 일문으로 안내한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사진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 서울 빛초롱 축제 조직위원회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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