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동의 전망 좋은 서울

하늘도 땅도 물든 만추의 공원에 서서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에서 본 가을 풍경

등록 : 2017-11-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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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도 단풍처럼 느껴지는 요즘

단풍 구경 제격인 하늘·노을공원

900m 나무 산책길 장관

첫번 전망대 뒤 억새밭 일품

하늘공원 억새밭

하늘에도 땅에도 ‘가을색’이 가득하다.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안에 있는 메타세쿼이아길과 평화의공원을 걸으며 땅에서 피어나는 단풍에 물든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에 올라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망을 즐긴다. 요즘은 하늘에 피어나는 노을도 단풍 같다. 하늘과 땅을 물들이며 깊어가는 가을을 바라보았다.

메타세쿼이아길을 걸어 단풍숲으로 들어가다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은 노을공원, 하늘공원, 난지천공원, 평화의공원, 난지한강공원 등 5개 공원으로 이루어졌다. 그중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좋다.

월드컵공원 메타세쿼이아길

월드컵공원에 있는 여러 공원 중 메타세쿼이아길,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순으로 돌아봤다. 당산역 7번 출구와 8번 출구 사이에 있는 ‘당산동삼성래미안아파트’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9707번 버스를 타고 다음 정거장인 ‘난지한강공원’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뒤, 버스 진행 반대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메타세쿼이아길로 들어가는 난지1문이 나온다.

메타세쿼이아길은 1999년에 만들었다. 900m 정도 되는 곧은길 오른쪽에 메타세쿼이아 나무 산책길이 있다. 하늘을 가린 키 큰 나무 사이 흙길에 서면 멀리 보이는 소실점까지 걷고 싶은 마음이 인다. 흙길이 끝나면서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길 오른쪽에 있는 구름다리를 건너 평화의공원 연못 뒤편으로 간다.

바람에 낭창거리는 수양버들 실가지 아래 굽은길을 따라 걷는다. 길옆에도, 먼 데도 단풍 아닌 곳이 없다. 울긋불긋 물든 숲을 배경으로 곧추선 미루나무 한 그루 푸른 잎이 도드라진다. 연못 앞으로 나와 하늘공원으로 가는 길, 단풍 물든 가로수 뒤, 멀리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하늘계단이 한 틀에 묶여 보인다.

열여섯개의 전망대가 있는 하늘공원

구름다리를 건너 하늘계단으로 올라간다. 높이 올라갈수록 시야는 넓어진다. 하늘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하늘공원까지 400m 정도 더 가야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하늘계단이 끝나는 곳이 전망 좋은 곳이다. 멀리 북한산, 인왕산, 안산, 남산 줄기가 도시의 빌딩 숲에 허리를 끊겨 공중에서 푸른 띠를 두른 듯 흐른다. 산줄기 푸른 띠는 한강을 만나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관악산 줄기로 이어진다. 그 안에 도심의 빌딩 숲이 자리잡았다. 눈 아래 펼쳐진,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숲은 방금 전에 걸었던 평화의공원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밤 풍경도 아름답다. 공원 가로등 불빛, 오가는 차들의 전조등, 빌딩과 아파트 불빛 등이 어둠을 배경으로 서로 반짝인다. 멀리 남산 꼭대기에서 빛나는 서울엔(N)타워의 불빛은 서울 밤의 북극성이다. 하늘공원을 알리는 비석 앞은 언제나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비석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걷기 시작해서 억새밭 가장자리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어서 다시 비석 앞으로 돌아온다. 그 길에 열다섯 개의 전망대 겸 쉼터가 있다.

그곳을 다 돌아본 뒤 열여섯번째 전망대인, 억새밭 안에 있는 원형전망대에 올라 하늘공원의 색다른 전망을 즐긴다.

첫번째 전망대는 나무에 가려 전망을 볼 수 없으나, 전망대 뒤에 펼쳐지는 억새밭을 보기에 좋다. 다른 곳은 사람이 많은데, 이곳은 오가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간혹 사람 한명 없는 억새밭과 흙길을 바라보며 호젓하고 낭만적인 풍경을 고스란히 혼자 느낄 수 있다.

하늘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본 풍경

두번째 전망대에 서면 북한산 능선과 안산, 남산, 여의도 등이 한눈에 보인다. 세번째 전망대는 나뭇가지 사이로 간신히 도시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네번째 전망대는 인왕산, 안산, 남산, 한강, 관악산의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다섯번째 전망대에 서면 평화의공원과 주변 도시 풍경, 강 건너편 낮은 산과 아파트단지가 만들어내는 풍경이 보인다.

여섯번째 전망대는 서울 서쪽 한강 북쪽 둔치를 아우르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여의도부터 방화대교까지 보인다. 일곱번째 전망대는 여섯번째보다 시야각이 넓어진다. 사람들이 이 전망대를 많이 찾는다. 여덟번째 전망대는 일곱번째보다 시야각이 좁아질 뿐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아홉번째 전망대는 여덟번째보다 시야각이 좁아지고 나무 사이로 전망을 봐야 한다. 열번째 전망대에 서면 노을공원이 눈앞에 보이고 한강 가 난지캠핑장과 멀리 방화대교까지 시야가 트인다.

열한번째부터 열세번째 전망대에서는 노을공원과 굴뚝이 보인다. 열네번째 전망대는 빌딩 뒤로 북한산 능선이 보이고, 서울월드컵경기장과 남산도 볼 수 있다. 전망대가 아늑하다. 열다섯번째 전망대에 서면 난지천공원의 단풍이 눈 아래 밟힌다.

하늘공원 억새밭 가장자리에 있는 열다섯개의 전망대 겸 쉼터를 돌아본 뒤 억새밭 안에 있는 원형전망대로 올라간다. 그곳에 오르면 산과 강, 도시가 만들어내는 서울의 풍경이 넓게 펼쳐진 억새밭 끝에서 이어진다. 이곳이 하늘공원에서 마지막으로 올라야 할 열여섯번째 전망대다.

수양버들 아래에서 노을 피어나는 한강을 보다

하늘공원에서 노을공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노을공원 잔디밭에 놓인 조형물을 바라보는 눈길을 쉽게 거둘 수 없었다. 커다란 사람 모양의 조형물인데, 생김새가 온전하지 못하다. 평온한 수평의 잔디밭에 수직으로 선 불안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노을공원 조형물

잔디밭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매점 건물이 나온다. 그곳부터는 목책이 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매점 앞에 쉼터가 있는데, 전망이 좋지 않다. 쉼터 바로 옆 계단에 서면 시야가 트인다. 난지캠핑장이 눈 아래 보인다. 강 건너편에 증미산과 가양동 일대 아파트단지가 강가에 펼쳐진다. 한강을 따라 서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가양대교와 공항철도가 지나는 마곡대교, 방화대교가 보인다.

목책을 왼쪽에 두고 걷다 보면 길이 굽어지는 곳에 전망대가 있다. 수양버들이 있는 전망대다. 가양대교와 마곡대교 사이 한강 가 가양동 아파트단지 뒤로 해가 저문다. 방화대교와 행주산성이 있는 덕양산 아래로 ‘저녁강’은 흐르고 그 위로 해거름 빛줄기가 드리운다. 이곳에 노을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아마도 이 전망대에서 보이는 저물녘 풍경 때문은 아닐까?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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