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돌담길은 ‘수상한 그녀들’로 물든다

정독도서관 가는 길, 서울여성공예창업전 수상 작가들의 공예 작품 전시

등록 : 2016-04-21 16:31 수정 : 2016-04-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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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 풍문여고 방향으로 걷다 보면 산책하기 좋은 돌담길이 나온다. 정독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이 돌담길은 요즘 주말이면 알록달록 물든다.  

‘수상한 그녀들의 공예길’이라는 수상쩍은 현수막 뒤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성들이 보인다. 수상한 점을 찾아 기웃거리는 사이 돌담길이 점점 화려해지기 시작한다. 길이가 200m에 이르는 길 양쪽에 가방, 인형, 액세서리, 그릇들이 줄지어 저마다 고운 빛깔을 뽐낸다. 모두 서울여성공예창업전에서 수상한 작가들이 만든 작품들이다. ‘아! 그래서 수상(受賞)한 그녀들이구나.’    

여성 공예인들이 만든 인형, 액세서리들이 저마다의 고운 빛깔을 뽐내며 돌담길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서울여성능력개발원 제공

여성 공예인의 창업과 판로 지원  

‘수상한 그녀들의 공예길’은 서울시가 여성 공예인의 창업과 판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야외 공예 시장이다. 돌담길, 속삭임길, 햇살길 세 테마로 나뉘어 설치된 부스 60개에는 한눈에 마음을 사로잡는 여성 공예인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빼곡하다. 부스에서 작품을 사는 것은 물론이고 공예 체험도 할 수 있다.  

오전 10시30분, 서둘러 부스를 정돈하려는 작가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여행용 가방 한가득 챙겨 온 공예품들을 꺼내 조심스레 판매대에 올린다. 다른 여성 공예인은 부스 앞에 서서 손님의 관점에서 판매대를 찬찬히 살펴보고는 공예품들을 이리저리 옮겨 놓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공예길에 나오면 내가 만든 작품을 사람들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어서 좋아요. 지난해에도 참가했는데, 실제로 판매해 보니 혼자서 만들 때와는 작업 방향이 많이 달라지더군요. 짧은 기간에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죠”라고 말한다. 금속 액세서리를 만드는 박성랑(40) 작가의 말처럼 공예길은 구매자와 작가를 만나게 함으로써 작품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몫도 톡톡히 한다.  

오후 2시, 돌담길은 어깨를 부딪지 않으면 걷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 길은 유동 인구가 정말 많은 편이에요. 인사동, 삼청동이 근처에 있어서 공예품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시장 자리를 보자마자 바로 참여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박명숙(50) 작가의 판매대에는 색색의 비단지갑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박 작가는 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전업주부였다. 우연히 생활 공예를 시작했다가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창업까지 결심했다. “공예는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이라서 여성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행사를 통해 여성 공예인으로서 성장을 꿈꿀 수 있어서 좋죠.”  


매출보다 구매자 반응에 작가들 관심


장민정(40) 작가의 부스에서는 공예 체험이 한창이다. 종이 질감의 신소재 섬유 타이벡 원단을 활용하여 독특한 공예품을 만들어 낸다. 이곳에서 태슬(술 장식) 제작을 해 보던 김지현(32)씨는 “친구와 놀러 왔다가 우연히 들렀다. 다른 벼룩시장에 비해 질 좋은 공예품들이 많은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오후 6시, 어느새 문 닫을 시간이다. 미처 구경을 마치지 못한 손님들은 다음 주말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온종일 서서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힘들 법도 한데 짐을 챙기는 작가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돈다. 판매 수익이 좋았던 걸까. 여성능력개발원의 이선미 팀장은 “매출액보다 본인이 만든 공예품을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반응을 볼 수 있어서 작가들이 좋아한다”고 귀띔한다. ‘수상한 그녀들의 공예길’은 한여름 7, 8월을 제외하고 10월까지 매주 토, 일요일에 열린다.

김규리 서울여성능력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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