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겐 호기심, 아빠 엄마에겐 추억

인사동 문화거리와 북촌 한옥마을 일대에 있는 작은 박물관 5곳

등록 : 2018-01-18 14:00

크게 작게

서울교육박물관에 있는 교복 변천사

주방에서 쓰는 부엌칼, 영화에 나왔던 칼까지 동서양의 다양한 칼을 볼 수 있는 ‘나이프갤러리’. 우리나라 근대 우정(우편에 관한 행정) 업무가 시작된 곳이자 우정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우정총국’. 1960~70년대 가을운동회는 어땠을까? 엄마 아빠는 초등학교 때 어떤 교실에 앉아 공부했을까? 꿈 많고 아름다웠던 학창 시절의 추억을 볼 수 있는 ‘서울교육박물관’. 조선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서울 북촌의 일반 가정에서 쓰던 생활용품을 볼 수 있는 ‘북촌생활사박물관’. 지혜와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세계 여러 나라의 부엉이를 볼 수 있는 ‘부엉이박물관’. 추억과 호기심이 넘쳐나는 작은 박물관들을 돌아봤다.

나이프갤러리

나이프갤러리

칼이 아름답다. 곧게 뻗은 몸체의 한쪽 또는 양쪽에 번뜩이는 날이 선 칼을 가까이서 보면 기세가 느껴진다. 온화한 칼, 부드러운 칼, 권력의 힘이 느껴지는 칼, 두려움이 이는 칼, 경외감을 갖게 하는 칼, 칼마다 그 기세가 다 다르다. 그 모든 칼이 가진 공통점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나이프갤러리는 2000여 점의 칼을 소장하고 있으며, 칼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서양의 다양한 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장식용, 수련용, 생활용 칼도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아라곤의 검’ ‘오크족의 검’ ‘반지원정대의 검’, 영화 <미이라>와 배우 이병헌이 출연했던 할리우드 영화에 나왔던 칼 등 영화에 등장했던 칼과 같은 모양의 칼도 볼 수 있다.

주소: 종로구 인사동9길 7 전화: 02-735-4431 입장료: 없음 관람 시간: 평일 9시30분~19시, 토·일·공휴일 11~18시.


우정총국

1903년 프랑스 정부 체신청에서 발행된 13종의 우표(복제품) 중 하나.

우리나라 최초로 근대 우정 업무가 시작된 곳이다. 1884년 고종의 명령으로 우정총국이 설립된다. 그전에 고종은 선진 우정 체제를 파악하기 위해 일본과 미국으로 조사단을 파견한다.

1881년 일본을 다녀온 조사단은 ‘일본문견사건’ ‘일본공부성’ 등의 보고서를 작성한다. 1883년 미국에 파견된 조사단 중에는 우정총국 초대 총판 홍영식도 있었다. 홍영식은 ‘홍영식복명문답기’를 작성해서 고종에게 보고한다. 1884년 우정총국을 설립하고 같은 해 11월18일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를 발행하면서 한성과 인천 간 우정 업무가 시작됐다.

세계 여러 나라의 우편차 장난감

우정총국에 가면 우정총국 설립을 준비했던 과정을 알 수 있고, 우체국에서 쓰던 물품 등을 볼 수 있다. 우정총국 건물도 볼거리다. 이 건물은 16~17세기에 건립되어 국립병원 격인 전의감으로 쓰였다. 한때는 일본 사절단의 숙소로도 썼다. 우정총국 개국 축하연에서 개화파가 갑신정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주소: 종로구 우정국로 59 전화: 02-734-8369 입장료: 없음 관람 시간: 9~18시, 1월1일·설날·추석 휴관

부엉이박물관

부엉이박물관

부엉이박물관에 가면 고향집 그 겨울밤이 추억처럼 살아난다. 세계 여러 나라의 부엉이들이 사방을 다 채우고 천장까지 차지했다. 유리, 나무, 도자기, 구리, 가죽, 누에고치, 옥, 수정, 회양목 씨앗 꼬투리 부엉이…. 만든 재료에 따라 부엉이의 느낌이 다 다르다.

맥주잔, 손가방, 찻상, 저금통, 떡살, 연필꽂이, 향로, 새를 쫓는 구슬눈 전등 부엉이…. 쓰임새가 다 다른 부엉이 생활용품들도 볼 수 있다. 재료와 용도 외에 부엉이 전시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은 부엉이 표정을 보는 것이다. 졸림, 놀람, 화남, 지루함, 멀뚱함, 술 취함, 웃음, 의문, 사랑의 표정 등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 다른 표정이다.

주소: 종로구 북촌로 143-10 전화: 02-3210-2902 입장료: 3000~5000원(차·음료 제공) 관람 시간: 11~18시, 월~수 휴관(국경일은 관람 가능)

서울교육박물관

1970년대 초등학교 교실

전교생이 모인 운동장에 응원가가 울려퍼진다. 뛰고 달리는 아이들은 파란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이 신났다. 두 명이 마주 보고 두 손을 얽어잡아 말을 만들고, 한 아이가 그 위에 탄다. 그리고 상대편을 향해 돌진해 말을 쓰러뜨리거나 말에 올라탄 아이의 모자를 뺏는다. 격렬한 힘겨루기, 기마전을 바라보는 아우들의 눈이 빛난다.

오자미를 던져 박을 터뜨리면 ‘맛있는 점심시간’이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가 공중에 휘날린다. 운동장 가장자리 나무 그늘을 찾아 집에서 싸온 김밥과 달걀, 사이다를 나누어 먹는 점심시간이 끝나면 운동회가 절정으로 치닫는다.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들이 모여 이어달리기를 한다. 통나무와 널을 새끼줄로 엮어 만든 동채에 탄 청군·백군의 대장이 호령하면 동채꾼들이 동채를 하늘로 올렸다 내렸다 하며 기를 세운다. 그러다 두 동채의 머리를 맞춰 끼우고 민다.

서울교육박물관 현관을 들어서면 운동회 장면을 모형으로 만들어놓은 전시물이 사람들을 반긴다. 1970년대 초등학교 교실을 꾸며놓은 곳에는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모았던 풍금이 있다. 교복의 변천, 학교 배지와 버클, 시대별 교과서 등도 볼 수 있다. 1960년대 어느 초등학생의 그림일기가 귀엽다.

주소: 종로구 북촌로5길 48 전화: 02-2011-5782 입장료: 없음 관람 시간: 평일 9~18시, 토·일 9~17시, 국정공휴일과 매월 첫째·셋째 수 휴관

북촌생활사박물관

북촌생활사박물관 전경

북촌으로 알려진 마을, 삼청동 언덕 골목길을 걷는다. 차와 사람들이 오가는 삼청동길과 낡은 한옥, 새로 지은 건물이 어울린 풍경을 굽어본다. 북촌생활사박물관은 조선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북촌 일대의 집에서 쓰던 가재도구와 생활용품 등을 모아놓은 곳이다. 전시품을 전시하는 곳이 일반 가정집 거실과 방이어서 생활사박물관의 의미를 더한다.

북촌생활사박물관 내부

현관으로 들어가면 거실에 자개장롱과 다듬잇돌이 보인다. 거실과 방을 가득 메운 전시품을 천천히 둘러본다. 거실 한쪽에 보이는 은제 주전자 세트는 1940년대 계동 장씨가의 혼수품이다. 안내문에 따르면 조선 왕실에서 쓰던 은제 주전자를 본떠서 만들었다. 일제강점기 부유층의 혼수품이었다. 그 무렵 신부집에서 은제 주전자 세트를 마련할 돈이 부족하자 신랑 집에서 혼수비용을 도와줘서 마련한 혼수품이다. 남편의 주안상에만 올리다가 남편이 세상을 뜨자 남편 제사상에만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940년대 원서동 노씨가의 방을 장식했던, 단풍나무와 백동으로 만든 이층나비장, 1930년대 계동 이씨가에서 썼던 손재봉틀, 원서동 노씨가에서 발견한 조선시대 소나무로 만든 됫박, 원서동 건축 현장에서 나온 수성암으로 만든 조선시대 숫돌, 제작 연대를 알 수 없는 소나무로 만든 솥뚜껑과 도마, 계동 송씨가에서 썼던 1950년대 행주치마….

주소: 종로구 북촌로5나길 90 전화: 02-736-3957 입장료: 3000원 관람 시간: 3~10월 10~18시, 11~2월 11~18시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