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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에 안산을 끼고 무악재, 독립문을 지나오다 보면 영천시장(사진)이 보인다. 1960년대에 형성된 이 시장은 박완서 작가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무대로 이름 높다. 언제나 보기 좋은 시끌벅적함이 가득한 시장을 품고 있는 동네가 서대문구 천연동이다. 그 아래로 충정로를 따라 충현동이 보인다. 이 두 곳은 안산 자락길에 있는 까닭에 ‘안산자락마을’이라 한다.
안산자락마을의 북쪽 시작점인 독립문은 명나라의 사신이 통과하는 영은문을 헐고 만든 것이다. 당시 명나라 사신이 지나가는 길은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그만큼 예전부터 천연·충현 일대는 서울의 중요 교통로였고, 그 덕분에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이 형성됐다.
이 일대를 걷다보면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 유명한 랜드마크 외에도 고딕양식의 디테일을 보여주는 석교교회(1910), 국내 최초의 감리교 신학교육기관인 감리교신학대학 등 매력적인 자원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외에도 오래된 한옥과 적산가옥이 잔존하며, 저층 주거지 골목 특유의 독특한 도시 경관도 품고 있다. 오래되고 낡은 삶의 공간이지만, 미래 자원으로 역사·문화·건축적 가치가 충분한 자원들로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행복과 불행은 같은 썰매를 타고 온다’는 러시아 속담처럼 천연·충현의 지리적 자원은 오히려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살풍경을 만들어냈다. 재개발에 대한 기대심리와 환경 개선에 대한 수동적 태도가 만들어낸 오래된 저층 주거지가 천연·충현의 지금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동네가 자연과 역사를 보전하면서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안산자락마을이 추진하는 ‘도심 인접지 근린재생’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실험이자 모험이다.
지난해 6월 안산자락마을이 ‘도시재생 희망지’로 선정된 뒤 10월에는 도시재생 방향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는 설명회와 ‘2017 복작복작 예술로 골목길 축제’가 열렸다. 주민 18명이 사업을 제안한 이래 현재는 102명이 참여하는 주민모임으로 확대됐다. 11~12월에는 통학로를 포함한 보행 환경의 주민 모니터링을 했고, 그 결과를 인근 학교와 공유했다. 골목길과 통학로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낡은 한옥과 다세대주택을 개보수해 거주 만족도를 높이고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계획들이 진행 중이다.
올해는 첫 사업으로 공동체 발굴과 활성화를 위한 주민공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모 주제는 △골목 환경 개선을 위한 실천 사업 △역사·문화 자원 발굴과 확산 관련 사업 △도시재생을 위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이다. 아울러 서대문구 한옥 수리 지원 제도와 건축 코디네이터 시행, 걷기 좋은 마을 만들기 모니터링 등 여러 새로운 시도들이 안산자락마을 일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업의 진행 과정에 주민들이 있다. 현재의 거주민과 이웃, 공동체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마을에서 함께 살고픈 바람들이 골목 곳곳에서 커가고 있다. 2022년까지인 이곳의 도시재생 사업은 삶의 공간이 남긴 기록과 흔적들을 단절하는 개발 방식이 아니라 기록과 흔적을 남기며 미래 가치를 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5년 뒤 안산자락마을은 ‘도심 인접지 근린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서울 서부권의 중심지가 돼 있을 것이다. 글·사진 박승준 천연·충현 도시재생지원센터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그리고 이 모든 사업의 진행 과정에 주민들이 있다. 현재의 거주민과 이웃, 공동체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마을에서 함께 살고픈 바람들이 골목 곳곳에서 커가고 있다. 2022년까지인 이곳의 도시재생 사업은 삶의 공간이 남긴 기록과 흔적들을 단절하는 개발 방식이 아니라 기록과 흔적을 남기며 미래 가치를 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5년 뒤 안산자락마을은 ‘도심 인접지 근린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서울 서부권의 중심지가 돼 있을 것이다. 글·사진 박승준 천연·충현 도시재생지원센터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