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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본명 김해경)은 사람 자체가 시다. 단호해서 아름다운 시들을 읽으면 칼보다 강한 펜의 날이 느껴진다. 그의 시가 빛날수록 28살 젊은 나이에 타국 일본에서 폐결핵으로 죽은 그가 더욱 안타깝다.
다방 ‘제비’
종각사거리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앞에서 세종대로사거리 방향으로 걷는다. 청진상점가 건물과 농협 건물 사이에서 걸음을 멈춘다. 시인 이상이 주인이었던 다방 ‘제비’가 옛 한일관 자리 옆인 이곳 어디쯤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각혈까지 할 정도로 몸이 나빠진 이상은 1933년 황해도 백천온천으로 요양을 갔다가 금홍을 알게 되고, 그해 7월 서울에서 다방 ‘제비’를 열면서(6월에 다방을 열었다는 기록도 있다) 금홍에게 마담을 맡긴다.
다방 ‘제비’는 이상이 여러 문인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박태원, 정지용 등을 알게 되고 이듬해인 1934년에 구인회에 참여한다. 그리고 이상의 시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오감도>를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했던 해도 1934년이다. 독자들의 항의에 연재하던 <오감도>를 중단해야 했던 일화는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문인들의 아지트였던 ‘제비’는 경영난을 겪으면서 1935년에 문을 닫는다. 가람기획은 2004년에 <이상 전집 2>를 출판하면서 당시를 회상하는 이상 여동생의 글을 실었는데, 그중 몇 줄을 옮긴다.
“… 오빠는 늘 돈을 벌어 보겠다고 마음먹은 모양이지만 막상 돈벌이에는 소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 돈을 모르는 사람이 웬 물장사를 시작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일입니다만, 거기다가 밤낮으로 문학하는 친구들과 홀 안에 어울려 앉아서 무엇인가 소리 높이 지껄이고 있었으니 더구나 다방이 될 까닭이 없었습니다. … 이분들은 다방에들 몰려 있다가 이내 어디론지 사라져 얼근히 취해 가지고는 여럿이서 저희 집에도 가끔 들르곤 했습니다. …”
다방 ‘제비’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
잡지 1936년 9월호에 실린 이상의 대표 소설 첫 페이지.
이상의 집 내부 모습. 차 한잔하며 책도 볼 수 있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 154-10에 자리한 이상의 집 조형물. 이상의 집은 이상이 3살 때부터 23살까지 살았던 집터 154의 일부에 해당되나 이 집은 나중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의 집
세종대로사거리에서 광화문 앞을 지나 경복궁 전철역에 도착한다. 2번 출구로 나와서 약 200m 직진, 우리은행 골목으로 들어가서 100m쯤 가다 보면 길 오른쪽에 1층 한옥 ‘이상의 집’이 보인다.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154-10, ‘이상의 집’은 이상이 3살부터 23살까지 살았던 집터의 일부에 해당하는 곳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2009년에 사서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관리하고 있다.
이상은 3살 때 자식이 없던 큰아버지 집으로 양자로 가게 되는데 당시 큰아버지 집은 종로구 통인동 154번지 일대였다. 현재 통인동 154는 ‘이상의 집’ 뒤에 있는 몇 개의 식당 건물에 걸쳐 있다. 세월이 흐르며 154번지 일대가 분할되고 여러 가구가 들어선 것이다.
이상의 집에서는 이상과 관련된 책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했다. 매주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 오후 2시~오후 6시에 개방한다. 1933년 이상이 문을 연 다방 ‘제비’가 당시 문인들이 모이는 문학의 공간이었다면 현재 통인동 154-10, ‘이상의 집’은 이상의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가는 또 다른 공간이 되고 있다.
이상 문학비와 기념비.
보성고등학교에 있는 이상 문학비
‘이상의 집’에서 나와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까지 걷는다. 지하철을 타고 올림픽공원역에서 내린다. 1번 출구로 나와서 500~600m 정도 걸으면 보성고등학교가 나온다. 교정 한쪽에 이상 문학비가 있다. 이상이 태어난 지 80주년이 되던 해인 1990년에 이상의 부인 변동림과 보성교우회가 문학비를 세웠다.
문학비는 마름모꼴 비석 두개가 누워 있는 모양으로 만들었다. 하나에는 그의 대표시 <오감도 시제1호>를 새겼고, 다른 하나에는 그의 일생을 주요 연도별로 정리했다. 두개의 마름모꼴 문학비 뒤에는 커다란 기념비가 하나 있다. 높이 3.5m, 정면 너비 1m쯤 되는 단순한 모양의 커다란 바위다.
시비에 새겨진, 잘 알려진 시 <오감도> 대신 그의 다른 시 한편 중 일부를 옮긴다.
달빛이내등에묻은거적자국에앉으면내그림자에는실고추같은피가아물거리고대신혈관에는달빛에놀란냉수가방울방울젖기로니너는내벽돌을씹어삼킨원통하게배고파이지러진헝겊심장을들여다보면서어항이라하느냐.
출처: <소영위제(소영이란 여성을 대상으로 쓴 글)> 중 일부. 가람기획 2004년 출판 <이상 전집 2>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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