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야, 놀자

개뼈도 공룡뼈로 만드는 상상의 놀이터

등록 : 2016-04-29 10:29 수정 : 2016-05-2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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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날마다 상상 놀이를 한다.

얼마 전 일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우연히 놀이터 한구석에서 이빨이 붙은 뼛조각을 발견했다. 마침 같이 놀던 아이들은 이 뼈의 정체를 둘러싸고 상상력을 발휘해가며 이야기를 나누더니 공룡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놀라운 발견에 들뜬 아이들은 공룡뼈를 발견했다며 경찰에 전화를 걸었고 놀란 경찰은 부리나케 출동했다.

“이거 개뼈야. 이거 공룡뼈 아니야.”

아이들은 뼈의 정체를 놓고도 깜짝 놀랄 만한 상상력을 발휘하곤 한다.

경찰이 뼈를 집어 들고 쓰윽 살펴보고는 초조하게 판정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개뼈라는 말에 아이들은 실망하는 기색이었지만 몇몇 아이들은 학원에 가는 대신 놀이터에 남아 “그거 새끼 공룡뼈 아닐까?”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공룡뼈였다.


현실 속의 개뼈를 공룡뼈로 만든 건 아이들의 상상이다. 이 상상과 놀이라는 눈으로 놀이터를 보면 이곳만큼 변화무쌍한 곳은 없다. 특히 역할 놀이를 할 때면 놀이터는 병원이 되었다가 순식간에 우주선이 되고, 다시 학교가 되고 분주한 음식점이 된다. 이렇게 무한히 변신하는 공간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쓰고 몸을 움직이며 역할 놀이를 한다.

단지 역할 놀이뿐만 아니다. 괴물 놀이를 할 때는 진짜 괴물이 등장한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달리고 귀신 놀이를 할 때는 진짜 귀신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란다. 이런 놀이들은 모두 상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상상을 실재하는 것처럼 받아들일 때 제대로 놀 맛이 난다. 그런데 놀이터에서 이루어지는 상상의 놀이들은 혼자가 아니라 늘 여러 친구와 함께 한다. 아이들은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상상을 풍부하게 만들고 구체화시키며 바로 실행한다. 아마 아이들이 끊임없이 놀 친구들을 찾아 노는 건 이런 이유가 한몫하지 않을까 싶다.

놀이터의 놀이 기구는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보통 그네, 시소, 미끄럼틀, 철봉, 구름사다리 정도가 대부분이다. 이 정도를 가지고 아이들이 풍부하게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아이들은 이 놀라운 걸 해낸다. 이 기구들에 새로운 의미를 붙일 뿐만 아니라, 놀이터에서 주운 돌멩이 하나로 우주선을 만들 수도 있고, 흙을 만진다면 마법의 성을 지을 수 있으며 막대기 하나를 얻으면 전투를 치를 수도 있다. 때로는 놀이터 모랫바닥이 더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놀이터에서는 아이들 마음대로 움직이고 뛸 수 있다. 또한 어떻게 놀아야 한다는 규칙이 많지 않다. 때문에 아이들은 신들린 연극배우처럼 넓은 무대를 종횡무진 달리며 상상의 세상을 역동적으로 만들어나간다. 한곳에 앉아 규칙에 따라 도구를 활용하는 놀이도 필요하지만 놀이터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하는 상상 놀이 역시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다.

아이들이 상상을 멈추지 않는 한 놀이터는 언제나 살아 있다.

글·사진 박찬희 자유기고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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