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의 LP 이야기

1970년 나온 ‘축구의 노래’를 아시나요?

축구·야구 등 스포츠 관련 LP들

등록 : 2018-06-21 14:51 수정 : 2018-06-2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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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한축구협회가 제작하고

KBS합창단이 부른 싱글 LP

‘아리랑 목동’ ‘잘 있어요’ 등은

경기장에서 많이 불린 대표곡

‘축구의 노래’가 수록된 대한축구협회 제작 LP(1970년), 경기장에서 상대 팀을 약 올리기 위해 자주 불렀던 이현의 ‘잘 있어요’ LP(1973년), FC서울팀 응원가로 불린 패티김의 ‘서울의 찬가’ LP(1969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부진으로 국내에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만큼의 관심은 사라졌지만, 지구촌은 이변과 명승부가 펼쳐지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열기로 뜨겁다. 사회적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대중가요는 일제강점기부터 스포츠를 노래의 소재로 적극 썼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고 승전을 축하했던 가요는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 스포츠 팀의 응원가로도 무수히 애용된다. 스포츠와 연관된 가요가 수록된 LP들을 소개한다.

축구


1950년대에 박단마 등 수많은 가수가 부른 박춘석 작곡의 ‘아리랑 목동’은 지금도 각종 경기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응원가다.

축구를 소재로 한 최초의 가요는 1970년 대한축구협회가 제작하고 KBS합창단이 부른 ‘축구의 노래’다.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진 한일전 경기 사진을 앨범 커버 이미지로 쓴 이 싱글 LP는 조금만 제작해 실체를 보기 힘든 희귀 음반이다.

1983년 ‘슈퍼리그’가 출범하면서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프로축구 리그를 시작했다. 이에 다양한 응원가가 불렸다. 강원FC의 ‘고래사냥’, 부산 아이파크의 ‘아침이슬’, FC서울의 ‘서울의 찬가’, 울산 현대의 ‘잘 있어요’ 등은 히트한 가요를 응원가로 썼다. 하나같이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명품 가요들이다. 1973년 발표된 이현의 히트곡 ‘잘 있어요’는 축구는 물론이고 야구 경기에서 이긴 팀이 진 팀 응원단에게 일종의 ‘약 올림’의 정서를 담아 즐겨 불러준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를 중심으로 응원 열기가 전 국민에게 퍼지면서 대표 팀을 응원하는 가요가 대거 탄생했다.

올림픽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종목에서 건국이래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딴 양정모의 쾌거를 기념한 7인치 싱글 음반(윗사진 맨 왼쪽)을 비롯한 올림픽 기념 음반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과 남승룡이 조선인 최초로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이를 기념해 손기정의 우승 소감을 담은 가요 ‘마라손 제패가’와 ‘우승의 감격’이 발표되어 조선인의 자긍심을 높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출전한 양정모 선수가 레슬링에서 건국 이래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동아일보·동아방송이 비매품으로 제작한 7인치 싱글 음반은 현재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희귀 음반으로 대접받고 있다. 앞면은 양정모 선수가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건 장면이고, 뒷면은 손기정이 결승 테이프를 끊는 역사적 장면으로 장식되어 음반의 가치를 더한다. 김상희의 ‘몬트리오올의 금메달’은 금메달 획득 중계 실황을 함께 실었다. 최희준·봉봉이 노래한 ‘마라톤 제패의 노래’와 별넷 버전의 ‘몬트리오올의 금메달’이 함께 실렸다.

1981년 9월 독일 바덴바덴에서 서울이 1988년 여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그때부터 민해경의 ‘우리들의 올림픽!’(1981), 조용필의 ‘올림픽 향연’(1982), 이정명의 ‘올림픽의 태극기’(1982) 등이 발표되며 분위기를 띄웠다. 김연자의 ‘아침의 나라에서’는 1986년 12인치 싱글과 독집에 이어 1988년에도 다시 발표되었을 정도로 히트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그룹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는 영어, 한국어 버전으로 발표되어 유럽과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독일 음악 차트에서는 6주 연속 1위에 올랐다.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종목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따내면서 문화부 후원으로 기념앨범 ‘세계의 정상에서’가 제작되었다

야구

백야성의 ‘미남의 4번타자’(1964년),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의 응원가로 불린 김트리오의 ‘연안부두’ LP, 롯데 자이언츠 팀의 응원가로 널리 알려진 ‘부산갈매기’가 수록된 문성재의 LP(1982년).

1896년 4월23일 경성(서울)에 사는 미국인들이 국내에 ‘야구’를 전파했다. 1960년대부터 실업 야구가 활성화되고 1970년대부터는 고교 야구가 국민적 인기를 얻으면서 야구를 소재로 한 가요가 꾸준히 발표되었다. 1964년 백야성의 ‘미남의 4번타자’를 녹음한 음반은 야구장을 배경으로 실업 야구 유니폼을 입은 가수 사진으로 앨범 커버를 장식해 관심을 끌었다. 1984년 심수봉이 창작한 박지영의 ‘나는 야구광’도 야구에 콘셉트를 맞추어 상당한 히트를 기록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지역 연고제 때문에 각 지역의 이름이나 특색이 담긴 기존 가요들이 응원가로 적극 활용되었다.

삼미 슈퍼스타즈부터 SK와이번스까지 인천 연고지 팀을 대표해온 응원가는 김트리오의 ‘연안부두’다. 경쾌한 리듬으로 경기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문성재의 ‘부산갈매기’와 김수희의 ‘남행열차’는 롯데 자이언츠와 기아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응원가로 불렸다. 한화 이글스는 지역을 부각한 조영남의 ‘내 고향 충청도’를 응원가로 사용했다. 1994년 옴니버스 앨범 <꿈의 구장-프로야구 주제가>는 김광석, 김태욱, 태진아, 잉크 등이 참여해 신곡들을 발표했던 이색 음반이다. 이 음반은 고 김광석의 참여로 인기가 매우 높다. 같은 해에 해태 타이거즈 선수 선동열과 이종범은 인기 가수 양수경과 프로젝트 혼성그룹 투앤원(TWO&ONE)을 결성하고 독집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태권도·씨름

6인조 밴드 로링식스의 ‘태권도 사나이’ LP(1979년)와 김연자의 ‘씨름의 노래’ LP(1986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경기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태권도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스포츠로 성장했다. 하지만 태권도와 씨름을 소재로 한 가요도 발표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내 최장수 밴드로 알려졌던 6인조 밴드 로링식스는 1979년, 야외에서 벌이는 호쾌한 태권도 대련 장면을 커버 이미지로 사용한 앨범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1986년 서울올림픽 노래를 타이틀로 발매된 김연자 독집에는 야구를 소재로 한 ‘잠실야구장’과 지금도 민속씨름 경기를 대표하는 곡으로 쓰이는 최초의 씨름 가요 ‘씨름의 노래’를 B면 타이틀곡으로 실었다. 뒷면을 장식한 당시 천하장사 강호동의 경기 사진이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글·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ㅣ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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