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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조는 과연 사악한 존재인가?”
주목받는 발레 연출가인 정형일씨가 오는 7~8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투 피더스)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상식에 반하는 질문’이라 여길 것이다. 1877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된 <백조의 호수>에서 흑조(블랙 스완) 오딜은 ‘사악한 존재’다. 마법에 걸린 백조 오데트를 사랑하는 왕자 지크프리트를 속여 사랑을 빼앗는다. 흑조 오딜의 이런 사악함은 백조 오데트의 순수함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그러나 정 연출가는 “그건 선입견일 수 있다”고 한다. 흑조 오딜이 왕자의 사랑을 얻으려 하는 데는 나름의 애틋한 사연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백조에도 악함이 있고, 흑조에도 선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흑조에게도 우리에게 익숙한 ‘백조의 왈츠’에 맞춰 춤출 기회를 준다. 그는 그렇게 우리 상식을 파괴하면서 백조와 흑조를 그저 ‘두 개의 깃털’로 그린다.
그의 이런 주장은 세계적 평화학자인 요한 갈퉁의 책 <평화 저널리즘>의 주제와 묘하게 겹친다. 갈퉁은 세계에 존재하는 많은 ‘사악한 존재’들은 국가 간·민족 간 단절과 몰이해가 과장해낸 허상인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단절을 소통으로 바꿀 때,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가둔 옛 틀은 무너지고 우리는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
정 연출가도 마찬가지다. 국내 발레계가 국립발레단 등 메이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환경인데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체를 10년 가까이 이끌고 있다. 그 원동력도 ‘상식을 깨는 열린 상상력’이다.
“외국에서 성공한 오래된 레퍼토리는 흥행 보증수표죠. 그러나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창작품이 중요해요. 남들이 걷지 않는 길, 제가 가야 할 길입니다.”
■ 정형일은 한양대학교 무용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했다. 미국 유진 발레 컴퍼니에서 주역 무용수, 댄스시어터 오브 할렘의 무용수, 국립발레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에 발레 크리에이티브를 설립했다. 대한민국 무용대상 베스트7(2013·2015년), 춤평론가협회 춤 연기상(2012년), 서울무용제 최우수단체상(2011년)을 받았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