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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별 볼 일 없는 예술 작업 뒤로 부끄러운 생존을 숨기려 했습니다.”
예술과 노동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던 조형작가 권용주(42·사진)는 자신의 초기 작업을 이렇게 기억한다. 본업인 ‘예술’은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부업인 ‘노동’은 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재개발이 한창이던 빈민촌의 노동자였던 그는 밥벌이를 위해 한 인테리어와 목수·미장을 예술 뒤로 감추려 했다는 것이다.
그랬던 그가 달라졌다. 내달 11일까지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계속되는 석고전시 <캐스팅>(casting)을 통해 권 작가는 노동과 예술이 얼마나 긴밀한 관계인지 보여준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석고 작품들은 도심 속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폐기물로 제작됐다. 샌드위치 패널, 양철판, 플라스틱 의자, 구겨진 비닐 등 막노동 현장에서나 볼 법한 재료들이다.
그는 ‘폐기물’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흔적을 발견한다. “동네 전봇대에 못 쓰는 의자를 버리면, 누군가 깨진 액자와 부러진 우산 등을 그 위에 쌓습니다.” 폐기물에서 삶을 보듯, 이제 일상의 노동에서 예술을 본다. ‘먹고사니즘’을 위한 노동이야말로 수줍어하던 조연이 아니라 예술 앞에서 서야 할 주연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노동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작업을 이어왔다. 전시의 소재는 ‘폐기물처럼 보이는’, 노동과 밀접한 것들이다. 단지 이번 전시에서는 “석고로 조형을 뜨는” 등 작업 방식에 변화를 주었을 뿐이다.
“일상 속에 존재하는 노동과 예술은 서로를 완벽하게 분리할 수 없습니다.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려 하는 노동은 제가 살아왔던 경험이며, 이런 것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생존 모습입니다.” 권 작가가 자신의 노동 결과물이기도 하고, 예술 결과물이기도 한 석고 조형물 앞에서 힘주어 말했다.
■ 권용주는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폐자재와 시멘트 파편 위에 난을 붙인 <석부작>(2016)과 방수천 위로 일상 재료를 흘려버린 <폭포>(2014~2016)와 같이 노동이 집약된 작업을 주로 해왔다. 두산갤러리 뉴욕(2017), 아트스페이스 풀(2016) 등에서 개인전을, 서울시립미술관(2017), 경기도미술관(2015), 금천예술공장(2014) 등에서 그룹전을 열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