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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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숲에서 무용 공연하는 에마뉘엘 사누

등록 : 2018-09-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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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찾고 있는가?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안무가 에마뉘엘 사누(38)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22일, 서울숲공원에서 열리는 무용 공연 <데게베>(사진)의 뜻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의 민족어이기도 한 이 단어는 “인종주의에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외침”이라고 한다. 그는 검정이 없으면 흰색도 없고, 흰색이 없으면 노랑도 없다며, “피부색 때문에 하나의 인간을 나누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데게베>는 2014년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에서 실제 그가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제작됐다. 2년의 계약 기간 동안 여권과 통장까지 뺏긴 채 시급 3천원도 안 되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단다. 조국에서는 최고의 무용수였지만, 한국에서는 부당한 대우를 거부할 수 없는 노예였다며, 이를 ‘노예노동’이라 했다. 그러나 돈보다 더 참기 힘든 것은 ‘한국인과 다르다는 시선’이라 고백했다.

지난 6년간 겪었던 일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가 공연 곳곳에 묻어난다. 보트에서 조난됐을 때 긴급구호물품으로 쓰던 ‘담요’를 관객들과 바꿔 쓰며 포옹하는 장면. 그는 “내가 이방인으로 겪었던 그런 감정 속으로 함께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이라 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옷 벗는 장면’은 27년간 이어졌던 독재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부르키나파소의 나이 든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옷을 벗었던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모두가 존경하는 어머니들조차 옷을 벗는다는 것은 ‘당신에게 굴복하지 않고 싸우겠다’는 가장 강력한 저항”이라고 했다.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지만, 잠든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조국의 속담이 있어요. 잠든 척한다는 것은 ‘너의 의도는 알지만 듣지 않겠다’는 뜻이거든요!

■ 에마뉘엘 사누는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보보디울라소에서 태어나, 1998년부터 현대무용과 전통춤을 익혔다. 2007년에는 아프리카 대륙 내 최초의 오페라 <사헬 오페라> 무용수로 발탁됐으며, 이후 프랑스·말리·이탈리아·포르투갈·모나코 등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부르키나파소의 전통춤과 현대무용을 공연한다. 현재 부르키나파소 국적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무용단 ‘쿨레칸’에서 안무가로 활동 중이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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