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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 만들기, 다양한 연령층 참가
재미도 얻고, 낙원상가도 재발견
“낙원의 추억과 역사성 되살리는 의미도”
종로구 낙원동 낙원악기상가에서 연 ‘나만의 우쿨렐레 만들기’ 행사에 참가자들이 17일 우쿨렐레를 열심히 꾸미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이소정(32)씨는 올해 초 우쿨렐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꽃 그림 장식이 있는 우쿨렐레를 갖고 싶었지만 구하기 힘들었다. 지난달 종로구 낙원동 낙원악기상가에서 연 ‘나만의 우쿨렐레 만들기’ 행사에 참가해 독특한 꽃이 그려진 자신만의 우쿨렐레를 장만하게 됐다. 이씨는 지난 10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타도 악기 수리 이벤트에 응모해 무료로 수리했다. 지난 8월과 9월 두 달 동안 낙원상가에서 한 우쿨렐레 개인 강습도 받아 이달에 우쿨렐레 지도자 자격증도 땄다. 낙원상가 덕을 톡톡히 본 이씨는 “직접 만든 우쿨렐레를 들고 연습을 하게 돼 무척 기쁘다”며 “앞으로 공연이나 연주회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17일 낙원상가 5층에서 우쿨렐레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초등학생부터 60대 장년까지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수강생 19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우쿨렐레 몸체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색깔을 입히는 붓질을 했다. 경기도 산본에서 온 김가윤(11·산본초 5), 김영우(9·산본초 3) 남매도 “즐겁고 재밌다”며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김양은 달나라 토끼를 그렸고, 김군은 빨간 사과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그렸다. 마지막 오일을 칠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대학교 4학년인 송혜미(23)씨는 “내년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면 방과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우쿨렐레 만들기를 가르치고 싶어서 배우러 왔다”며 “낙원상가를 잘 몰랐는데 여기 와서 많은 것을 보고 알게 됐다”고 한다.
낙원상가에서 25년간 우쿨렐레 전문 매장을 운영해온 박주일 에클레시아 대표가 ‘낙원의 고수’로 우쿨렐레 꾸미는 방법을 설명했다. 나만의 우쿨렐레 만들기는 사연을 적어 보낸 신청자 중에서 참가자를 뽑는데, 인기가 많아 경쟁률이 100 대 1 가까이 될 때도 있다. 우쿨렐레 만들기에 참가하면 20만원 상당의 우쿨렐레를 직접 꾸며서 소장할 수 있고, 올해는 12월까지 다섯 차례 진행하는데, 신청이 모두 마감됐다.
‘나만의 우쿨렐레 만들기’ 참가자가 만든 꽃이 그려진 우쿨렐레
오후에는 낙원상가 투어가 열렸다. 녹음실, 합주실, 공연장을 둘러본 뒤 각종 신기한 악기들이 있는 매장을 둘러볼 수 있다.
“둥둥두두둥 둥둥.” 투어에 참가한 송재호(10·오류초 4)군이 드럼을 파는 매장에서 드럼을 연주했다. 신나는 드럼 소리가 울리자 모두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여기저기서 “잘한다”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런데 송군은 열심히 드럼채를 허공에 휘두를 뿐, 드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송군은 말로만 듣던 ‘드럼 없이 드럼을 연주하는’ 에어로 드럼을 연주한 것이다. 에어로 드럼은 카메라와 컴퓨터에 연결하면 집에서도 간단하게 연주할 수 있다.
구로구 오류동에서 온 송군의 어머니 김효정(46)씨는 “아이가 음악을 좋아해서 데리고 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서울과 낙원상가의 역사성을 함께 알 수 있어 무척 좋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색소폰 연주자로 시작했다가 이제는 색소폰 매장을 운영하며 수리도 하는 김연성 베델악기 대표의 색소폰 연주도 들었다. 김 대표는 ‘제주 소년’ 오연준의 ‘바다와 바람의 목소리’를 색소폰으로 연주했다. 감미로운 음악 소리에 취한 투어객들 모두 열렬한 박수와 함께 “앵콜!”을 외치기도 했다.
낙원 투어 참가자들이 색소폰 수리의 달인 김연성 베델악기 대표한테서 색소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낙원상가 반려악기 캠페인은 서울시의 ‘2018년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지역 주민공모사업’에 선정돼 운영된다. 10월부터 12월 초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반려악기를 직접 꾸며보는 ‘나만의 우쿨렐레 만들기’ 낙원상가의 숨은 명소도 보고 악기 상인들의 연주와 악기 수리 시연으로 특별한 경험을 쌓는 ‘낙원 투어’ 구석에서 잠자던 추억의 악기에 수리 장인의 손길로 새 생명을 불어넣는 ‘추억의 악기 수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바이올린, 플루트, 기타 등 아련한 추억의 악기를 새로이 반려로 맞는 ‘추억의 악기 수리’는 악기를 수리하고 싶은 이유나 악기와 얽힌 사연을 보내면 총 100명을 추첨해 악기 수리를 해준다. 실제 악기 수리를 받으면 10만원 정도 비용이 들지만 추억의 악기 수리에 선정되면 무료다. 색소폰 수리의 달인으로 유명한 김연성 베델악기 대표, 영국에서 악기 수리를 전공한 최신해 한양악기 대표 등 낙원상가 수리의 고수들이 나선다.
낙원상가가 들어선 60년대 말 ‘쎄시봉’에서 시작된 통기타 열풍이 80년대까지 이어지면서 악기 시장도 활기를 띠었다. 당시 낙원상가는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는 사랑방이요 성지였다. 하지만 80년대 말부터 노래반주기, 90년대 노래방이 생겨나면서 악기를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었다. 낙원상가는 2000년대에는 철거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건물의 안정성은 물론이고 보존 가치를 재평가받아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에 발맞춰 낙원상가는 북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공간의 현대화와 재구성 작업, 그리고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오래되고 낡고 뒤떨어진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음의 허들’을 허무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1969년 만들어진 낙원상가는 낙원동과 안국역을 가로지르는 삼일대로 위에 지어 위치와 구조가 독특하다. 현재 지하에는 음식점과 재래시장이 있고, 지상에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가 있다. 2층과 3층에는 악기 상가, 4층에는 예술영화와 뮤지컬을 하는 전용관이 3개나 있고, 9층부터는 중앙 정원을 품고 있는 아파트가 있다. 낙원상가의 상가용 엘리베이터는 1969년에 설치한 스위스 쉰들러사의 모델로, 49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보수 관리를 해 현재 5층까지 상가용 엘리베이터로 쓰고 있다.
내부는 현대화 작업을 꾸준히 해온 덕분에 고전적인 멋과 현대적인 쾌적함이 공존한다. 낙원상가는 서울의 소중한 자원이자 지극히 현대적이면서도 역사적인 특별한 공간으로서 시민의 낙원으로 거듭나기를 꾀하고 있다. 윤식 대일건설 행정지원팀 과장은 “한강의 고품질 모래와 자갈로 시공한 낙원상가는 매년 건물안전진단에서 비(B)등급을 받아 여전히 안전한 건물”이라고 소개했다. 대일건설은 낙원상가 건물을 건축한 회사로 지금은 낙원상가 건물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이날 친구와 함께 투어에 참가한 조용석(62) 한세대(미디어광고학과 학과장) 교수는 “대학 다닐 때 헐리우드 극장에서 영화도 보고 미팅도 했다”며 “낙후 지역으로 바뀌어 오지 않았는데, 건물 안에 들어와보니 변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여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1969년 낙원상가 건축에 참여한 한 미장공이 아파트 중앙 정원 쪽 벽면에 그린 그림이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아직까지 남아 있다.
낙원악기상가 2층에 있는 카페 모습.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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