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예술 창작 초등생들 “전시까지 하니 신나요!”

‘서울의 아난탈로’ 서서울예술교육센터

등록 : 2018-11-29 14:51 수정 : 2018-11-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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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탈로 모티프 실험적 예술교육 시작

10월 말까지 초·중등생 1만6천여 명 체험

서울문화재단-아난탈로 교류 협력 약속

아난탈로, 디지털 활용 예술교육 선봬

서서울예술교육센터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벽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서울문화재단 소속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는 다음달 2일까지 ‘액자속에 담긴 예술가의 상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서서울예술교육센터의 전시품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본 뒤, 종이로 된 직육면체의 ‘생각상자’를 꾸미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7명의 상주형 예술가가 아이들과 함께 ‘예술 놀이’를 하며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이를 아이들이 다시 해설사와 함께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전시 관람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창작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구성돼 있는 것이 특이했다.


23일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내내 재잘거리며 유쾌하게 웃었다. 생각상자를 꾸미면서도 “너무 신나고 재밌다”고 한다. 구하연(10·신원초 4)양은 “‘소리는 음악’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며 열심히 생각상자를 만들었다. 양다희(10)양은 ‘내가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인가’라는 해설사의 질문을 받고 “살아 있어서 행복하고 부모님을 볼 수 있어서 항상 행복하다”며 행복을 주제로 상자를 꾸몄다.

반 아이들과 함께 온 담임교사는 “3월과 4월에 학교 미술 수업으로 서서울예술교육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아이들이 예술가 교사와 함께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또 이렇게 관람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서울문화재단이 2016년 10월에 만든 아동·청소년 예술교육 전용 공간이다. 김포 가압장(수압을 높여서 고지대 등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시설)을 리모델링해 만든 7천㎡(약 2120평)의 대지에 연면적 1190㎡(360평) 규모의 2층 건물로 이뤄져 있다. 넓은 외부 교육 공간과 3개의 스튜디오, 예술가 교사의 연구실, 다목적실 등이 있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국내 최초의 아동·청소년을 위한 예술교육 전용 공간으로, 예술가 교사들이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함께 기획부터 창작과 전시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맡고 있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참여 프로그램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있다. 개관 당시 17개 프로그램에 4290명, 2017년 27개 프로그램에 7286명, 올해는 10월까지 31개 프로그램에 1만6469명이 참여했다. 강득주 서서울예술교육센터 매니저는 “반경 3㎞ 이내에 있는 36개 초등학교의 20%가량이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핀란드의 공공 예술교육기관인 아난탈로 아트센터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아난탈로 아트센터는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화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유럽의 대표적 예술교육 공간이다. 아난탈로 아트센터는 예술교육을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예술가로서 창작하는 데까지 확장했다. 모든 아이에게 진짜 예술가가 되어보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예술 체험을 하도록 지원한다.

아난탈로 아트센터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예술 수업과 전시·이벤트로 나뉜다. 예술 수업은 학교 연계형과 자유 수강형으로 나뉜다. 학교 연계형은 유치원생용 예술 모험, 초등학생용 ‘5×2 프로그램’, 중등학생용 문화 수업이 있다. 아난탈로 아트센터의 대표적인 예술교육 프로그램인 ‘5×2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들이 5주 동안 일주일에 낮 2시간씩(주중) 다양한 예술 장르의 창작 활동을 직접 해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헬싱키 시내 대다수의 초등학생이 참여한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를 둘러본 카이사 케투넨 아난탈로 아트센터 총괄 디렉터는 “처음 시작하는데도 무척 창의적”이라며 “아난탈로는 창작 공간과 전시 공간이 나뉘어 있는데, 여기는 같은 공간에서 창작과 전시가 이뤄지는 것이 독특하다”고 했다.

서울문화재단과 아난탈로 아트센터는 22일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서울-헬싱키 도시문화자본과 예술교육공간’을 주제로 포럼을 열어 서울과 헬싱키 예술교육 정책과 예술교육 철학, 프로그램 사례 등을 발표했다.

아난탈로 아트센터의 케투넨 총괄 디렉터와 아비 무사리 예술교육 감독 등 실무자 4명이 방한했다. 서울문화재단과 아난탈로 아트센터는 포럼이 끝난 뒤, 협약을 맺어 인적 교류 등 예술교육 협력을 약속했다. 아난탈로 아트센터 관계자들은 23일 서서울예술교육센터를 방문해 관련 시설을 둘러보고, 24일에는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국내 예술가 교사를 대상으로 ‘가상현실(VR)과 증강(AR)현실을 활용한 예술교육’, ‘시각예술 방법론으로 미래를 상상하기’를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가상현실 예술교육을 체험한 신유현 서울문화재단 예술가 교사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교육 방법이 없다”며 “평면이 아닌 가상의 입체 공간에 작품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카티 카르보넨 아난탈로 아트센터 예술가 교사가 24일 가상·증강 현실을 활용한 예술교육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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